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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31

[서평] 민음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1,2》-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민음사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내기에서 주님이 한 말입니다. 즉 파우스트는 착한 인간입니다. 착한 인간 파우스트가 자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를 합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학문의 정점에 오른 파우스트는 자신의 지식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규명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의 본질은 신의 영역이었고 결국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빌려 그 영역에 가보고자 한 것이겠지요.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은 음지의 힘이었고 고전적 쾌락 - 젊어진 후 헬레나와의 결혼- 의 힘이었습니다. 때문에 계약 이후 파우스트 행동은 착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순진무구한 그레트헨을 파멸로 이끌었지만 결국 그녀의 순진한 영혼은 .. 2019. 1. 1.
[서평] 박범신 《고산자》- 세상에서 제외된 자 세상을 그리다!! 고산자 박범신 지음/문학동네 "그는 도대체 왜, 대동여지도에 독도를 그려넣지 않아 오늘날 독도를 제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들의 말거리를 만들었을까. ······ 어찌하여 역사는 그것의 작가였던 그에 대해 고향은 물론, 출생과 죽음, 심지어 본관조차 기록해놓지 않았을까. 무슨 연유로 그에 대해 완강하게 침묵해왔을까." 작가의 말에서... 일찍이 김훈은 그의 책 《풍경과 상처》에서 "김정호라고 하지만, 결국 그는 영원한 익명이다. 세상의 도면을 그린다는 것은 그 세상으로부터 제외된다는 일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제외되어 있는 자만이 온 세상의 강물과 산맥에, 모든 마을과 저자 들에 고향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적고 있는데 세상으로부터 제외되어야 그 세상의 도면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 지.. 2018. 12. 29.
[서평] 정봉주의 미래 한국 마스터 플랜 《대한민국 진화론》 - 애프터 정봉주를 기대해봅니다. 대한민국 진화론 정봉주.지승호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성공의 고발자만이 실패의 정당한 판정자이다' 《레미제라블》 상대방의 전성시대에 끈덕지게 저항하지 않았던 자는 상대방의 몰락 앞에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가 왜 나왔을까요? 역사의 교훈은 이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교훈을 주는 거거든요. 실제 상황은 그 사람이 성공할 때 침묵하고 있다가 몰락할 때는 자기가 마치 최후의 경멸자로서 자격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을 물어 뜯어댑니다. " 말이든 글이든 정치 이야기는 참 불편합니다. 동생은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미리 손사래를 칩니다. '정치 얘기는 하지 마소. 싸움나네~' 하고 말이죠. 직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네 정치! 결코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 2018. 12. 29.
[서평] 《간디 자서전》- 마하트마 간디!! 너무 멀리 그리고 높이 있구나... 간디 자서전 마하트마 K. 간디 지음, 김선근 옮김/지만지고전천줄 요즘 한국사회는 '힐링'이란 말이 유행하고 상품화된 사회입니다. 힐링을 사고파는 사회죠. 힐링을 필요할 만큼 우리 사회가 아프다는 반증일 텐데 많이 누리는 사람도 적게 누리는 사람도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도 아프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러한 아픔에 질적인 고하가 있을까 싶지만 '앎'이 수반되면 좀 더 고차원적으로 필연적 아픔을 수반합니다. 그러한 소위 고퀄의 아픔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치유책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누림이 클수록 더한 것 같습니다. 누리지 못하는 쪽이 나눔에 더 앞장서는 모습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고 누리는 쪽이 늘 누림에 배고파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이러합니다. 대체로···. 그래서 그들은.. 2018. 12. 29.
[서평] 롤랑 바르트 《밝은 방》- 스투디움, 푼크툼 그리고 사진의 본질 탐구 노트 밝은 방 롤랑 바르트 지음, 김웅권 옮김/동문선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되면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롤랑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란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필자 또한 구글링을 통해서 얻은 지식에 한계를 느껴 결국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읽은 지는 꽤 됩니다. 보통은 책을 읽고 하루 정도 정리를 하고 서평을 남기는데 바쁜 일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끼적입니다. 이 책 《밝은 방》은 "사진에 대해 어떤 '존재론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프랑스 사회학자인 롤랑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을 변증법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을 정리하여 기록한 노트입니다. 밖에서 볼 때 숲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처럼 손택이나 벤야민등과 마찬가지로 사진가가 아닌 사회학자나 평론가가 현상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은 비교적 객관적이면서.. 2018. 12. 29.
[서평]《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기억을 기억하라!!! 역사 ⓔ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북하우스 "기억을 기억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 - 조지 산타야나(미국 철학자) 이 책을 읽으면서 행실이 나쁜 여인은 '화냥년'이라고 함부로 욕했던 시대의 뒤안길에서 전쟁의 희생물이 되었던 여인들의 통곡이 '일본군 성노예제' 패해 할머니들의 통곡으로 이어짐을 보았고, 고기는 좋은 데 백정을 싫어했던 양반네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1942년, 한 유대인 소녀의 기록과 1960년 서울, '여고생의 일기' 그리고 1980년 광주, 한 여고생의 시사 노트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 또한 이 책은 선물해주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과 "임오군란도 갑신정변도 청군을 끌어들여 진압했"듯이 농민군 진압을 위해 청에 손을 내민 아~ 무.. 2018. 12. 29.
[서평] 배두나, 《두나의 도쿄놀이》 - 그냥 가볍게... 두나's 도쿄놀이 배두나 글.사진/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배두나는 내가 몇 안 되는 좋아하는 배우 중에 하나입니다. 게다가 사진도 찍는다니 더 호감이 갑니다. 마침 우연찮게 구하게 된 이 책에서 궁금했던 그녀의 사진 놀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볍습니다. 힘을 주지 않은 사진들 ... '놀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게다가 몇 장의 사진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는 사적입니다. 친구와 함께 도쿄의 곳곳을 놀러다니면 가벼운 스냅들...음식 사진, 정물 사진 간혹 거리 스냅 그리고 스스로 고독 청순미 넘치는 피사체가 되어보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하릴없이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찾아 배외하지 않고 그저 도쿄에서의 추억 - 조금은 사적인 - 을 프레임에 채워간 결과물, 사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2018. 12. 29.
[독서흔적] 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피터 매캘리스터 《남성 퇴화 보고서》, 김제동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광의의 옳고 옳은 말의 반복입니다. 수긍은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너무 좋은 사람은 살기 불편합니다. 그저 적당히 적당히...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만 남는 건 제목만... 그만큼 제가 절실하지 못한 까닭이겠습니다. 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역시 제목에 이끌린 책, 전반부 남성 퇴화에 관한 연구가 흥미롭습니다. 현대의 남성들은 열성 유전자만이 살아 남아 도태되고 퇴화한 존재라는 주장인데 뒷받침하는 이론이 그럴싸합니다. 다소 비약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엄청난 분량의 사족같은 인간의 잔인함에 관한 연구가 전반부 탄탄한 얼개를 물타기 하듯 읽는 내.. 2018. 12. 29.
[서평] 조지오웰 《1984》 -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 2013년 7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민음사 Eric Arthur Blair, 1903.6.25~1950.1.21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빅 브라더, 골드 스타인, 윈스턴 , 쥴리아, 이 분 증오, 이중사고, 사상경찰 오브라이언, 텔레스크린, 신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머릿속을 부유하는 단어들...... 그러니까 정확히 2년 전 여름, 청목사의 《동물동장》에 함께 수록된 《1984》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수록판이 완판은 아닌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먼저 읽은 《동물동장》의 충격적 반동에 《1984》가 가려진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허전함을 채우고자 - 요즘 이 책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고 - 이번에 민음사 《1984》를 구해서 다.. 2018. 12. 29.
[서평]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 재독을 기약하며....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민음사 "국경의 긴 터널을 바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장마가 중부지방에 머물더니 내려갈 줄을 모릅니다. 흡사 동남아의 우기(雨期)와도 같은 끈적끈적한 날씨가 연일 이어집니다. 몸은 비에 분 것 마냥 힘없이 쳐지기 일쑤입니다. 나무그늘이 있는 개울에 평상을 놓고 누워 흐르는 개울에 발 담그며 책이라도 읽으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바쁜 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눈의 나라 《설국》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달려있으니 금상첨화네요. 그리하여 무더운 날 소설 속 '설국'으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일단은 말이죠... 2018. 12. 29.
[서평] 니코 멜레 《거대 권력의 종말》- 쳇!! 권력은 절대 '종말'에 수렴하지 않습니다.!! - 2013년 8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거대 권력의 종말 니코 멜레 지음, 이은경 외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산업혁명 이후로 자본이 한곳에 모이고 모인 자본은 더 많은 자본을 흡수해 점점 거대해져만 갔습니다. 소규모 생산에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모인 대규모 자본은 이제 표면적으로 한계를 보입니다. 소로스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에서 이런 현상을 유조선의 칸막이에 비유합니다. 유조선의 칸막이는 거대한 탱크를 잘게 나눠 파도의 출렁임에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넘치게 비대해진 유조선은 작은 풍랑에도 전복되기 쉽습니다. 이를 미네르바는 밥상을 받치는 다리로 비유했습니다. 니코 멜레NICCO MELE의 《거대 권력의 종말》을 읽었습니다. 그는 지금 한창 잘나가는 미국 최고의 지식인이자 통섭형 IT 미래학자.. 2018. 12. 29.
[서평]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 기회주의의 일본, 그 연구의 고전을 일독했습니다.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을유문화사 극우 성향의 정치 인사들의 망말에 적대적 반감을 갖다가도 주말이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며 그들의 상상력 속에서 허우적댑니다. 꽤 오랫동안 즐겨 봤으니 일본에 대한 인상은 애니메이션 속의 세계관을 통해서 들여다봤다고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며 지독하리만큼 개인적인 일본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만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특히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이나 직접 일본을 방문했을 때 받았던 결벽증 같은 느낌, 특히 걸그룹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의 중년들을 볼때면 이해할 수 없음에 늘 갸우뚱합니다. 역사 시작 이래 우리나라 옆에 딱 붙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 일본,, 도대체 그들의 속을 알 .. 2018. 12. 29.
[서평]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 아라부 종합병원이 있는 소설 속이 부럽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인간(人間)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대표하는 것은 혼자보다는 사람들 사이(間)에서 부대끼며 앙앙불락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라고 부른다. 좀 더 삐딱하게 들여다보면 유한한 밥그릇을 놓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곳, 그러다 보니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론을 폈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그 만큼 많기에 여기저기서 '행복'을 외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폭력의 단어이고 체념의 단어다. 그렇게 '행복'도 팔고 '힐링'을 팔고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는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를 비롯하여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저리는 야쿠자의 중간보스, 1루로 송구를 못 .. 2018. 12. 29.
[서평] 최은희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아는 만큼 보인다.'라지만 그 말은 맞으면서도 틀리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최은희 지음/낮은산 법정 스님은 쉽게 읽히는 책을 경계하라고 하셨고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님은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일갈하셨습니다. '불편'이라는 단어가 '좋은 글'임을 역설한다는 생각은 책을 본격적으로 포식하듯 집어삼키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자리잡아 이제는 집요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을 펼쳐 든 싱거운 이유도 그 '불편'이란 단어 때문입니다. 충북 청풍에서 가난하지만 풍요롭게 자란 저자 최은희는 마흔을 훌적 넘긴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격동의 시절에 대학 시절을 보내면서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오월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시집은 내지 못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2018. 12. 29.
[서평] 나구모 요시노리 《1일 1식》 - 제목만 멋지고 실천하긴 어려운 책!! 1日1食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위즈덤하우스 먹고 싸고 자는 원초적 욕구가 있습니다. 서열을 매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3대 욕구라고도 합니다. 이른바 폭식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현대의 욕구는 어느 정도 학습된 신호이고 단식과 같은 방법으로 학습 자체를 컨트롤해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이론들이 함께 생겨나고 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욕구는 이성과 대척점에 있는 감성적인 영역이므로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일례로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며, '소식小食' 또한 몸에 좋다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현대는 여전히 끽연과 포식의 사회입니다. 1일 1식은 "내가 실천해보니 좋더라. 그러니 따라 해볼 사람은 해보라. 믿어도 좋다."라는.. 2018. 12. 29.
[서평]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물받다. 초인류의 탄생을 바라며...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지구라는 행성에서 빅브라더로 군림하는 미국의 횡포를 막기 위해선 현생 인류의 지성을 뛰어넘는 초인류가 등장해야만 가능한 것일까!!' 책의 뒤표지를 덮으며 묵직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떠오른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정도의 강도 높은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것도 오랜만입니다.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액션 소설로서 손색이 없고 보편적 다수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에 약간의 개인적인 찬사를 더합니다. 더구나 의도적인 - 다분히 한국의 독자를 의식한 의도적인 캐릭터가 맞을 겁니다 - 한국 유학생 정훈의 비중 높은 분량과 겐토를 통한 일본의 구세대들을 사이에 팽배한 우익이념의 비판은.. 2018. 12. 29.
[서평] 김영하 《검은꽃》- 신기루와 같은 "검은 꽃"은 지고, 멕시코 이민사에 아로새겨진 역사적 사실만... 검은 꽃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시간을 거슬러 을사(乙巳, 1905)년으로 갑니다. 이완용을 중심으로 한 오적은(五賊) 일본과 늑약(勒約)을 체결하고 나라를 팔아먹습니다. 망국의 슬픔을 달랠 길 없었던 몇몇 선비는 살아짐을 포기하고 저수지에 몸을 던졌고 뜻있는 사람은 만주로 향합니다. 이 때 타국의 배에 몸을 싣고 이역만리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영하는 이 사람들을 쫓았고, 은 제물포를 떠나 지구 반대편 멕시코를 거쳐 마야 유적지, 밀림에서 증발해버린 사람들에 대한 역사를 증거합니다. 한국의 아픈 역사이면서 이들 1,033명과 그들의 후손들 즉 "애니깽"의 역사입니다. 이민 브로커의 사기에 속아 일포드호에 올랐던 1,033명의 한인은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져 4년 동안.. 2018. 12. 29.
[서평] 윤태호 《미생》- 2부를 기대하며... 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윤태호 글.그림/위즈덤하우스 작년부터 사서 보기 시작한 이 최근 9권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 시장이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책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합니다.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로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돌을 이르는 말로, 주인공 장그래가 프로바둑 기사를 꿈꾸다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하고 원 인터네셔널에 인턴으로 추천받고 들어가면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정직원이 되기 전의 인턴이란 직급이 미생인 셈이죠. 아주 오래전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전쟁터로 묘사하고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손자병법의 지혜를 보고 배운다는 내용인데 만화책 또한 콘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직.. 2018. 12. 29.
[서평] 김훈 《남한산성》 - 내 약소한 조국의 길... 김훈 지음/학고재 1616년 누루하치가 후금을 세우고 칸으로 우뚝 섰고 그로부터 20년 후 아들 홍타이지는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화친을 거부하고 숭명배금을 고수한 조선이 괘씸하고 명을 치기 위해 산해관을 넘을 때 배후를 칠 수 있다고 여긴 홍타이지는 중국 통일을 이루기에 앞서 조선을 복속시키기 위한 전쟁이 이른바 병자호란(丙子胡亂)입니다. 청군이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자 인조는 세자와 함께 남한산성으로 들어갔고 두 달 만에 스스로 걸어 나와 홍타이지 앞에 무릎을 꿇고 호령에 따라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땅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도구(三拜九叩頭)를 행합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뼈아픈 패배이며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치욕입니다. 인조가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에게 항복하는 장면, ht.. 2018. 12. 29.
[서평] 김훈 《공무도하公無渡河》 - 비루한 인간사 고루 훑고 지나가는 바람같은 글... 김훈 지음/문학동네 숨 막히게 내리읽고 보니 새벽입니다. 책을 덮고 창문을 열어 찬 새벽 공기에 큰 숨을 실어 보냅니다. "사는 게 뭐 다 그런 거지······ ." 혼잣말로 내뱉어봅니다. 한동안 운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한결같을까······ 처음부터 김훈이라는 이름 두 글자는 허허로움이고 남쪽 바다 수평선 너머의 아득함이었습니다. 그 허허로움에 중독되어 오늘도 그의 글로 공허함을 한숨으로 채우고 위로받습니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白首狂夫)와 그의 처(妻)는 짧은 탄식과도 같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남기곤 혼백이 되어 강의 저편으로 건너갔습니다. 김훈은 이 책에서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백수광부가 어인 일로 강을 건넜는지는.. 2018. 12. 29.
[서평] 이중섭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 안쓰럽고 안쓰럽다... 1954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10.5X25.7cm 이중섭을 알고 싶어서 읽었고 느낀 바를 정리하다가 순간 낯뜨겁다 싶어 다 지워버렸습니다. 내가 무슨 예술을 말할 깜냥이 된다고······. 이중섭은 예술을 했고 그 밖의 이중섭을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그의 그림이 싫지 않은 것으로 조금 위안을 삼아봅니다. 시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을 볼 때면 어김없이 예술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데 자극스런 상(象)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그 주관에는 소위 그 밥 맛없는 교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이 있어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말하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 식자들의 똥을 치우며 힘겨이 사는 교양(?)없고 예술을 모르는 사람을 향해 알 수 없는 경멸을 뿜어내는 그들의 눈초리를 증오합니다. 글이나 그.. 2018. 12. 29.
[서평] 메리 노턴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 《구두속에 사는 난쟁이들》- 소인 아리에티 가족의 생존기 !? 영화 의 한 장면 2010년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가 개봉되었고 사람들은 10센티의 작은 소녀 아리에티때문에 웃기도 하고 눈시울도 적셨습니다. 함께 본 곁지기의 눈가에도 작은 이슬이 맺혔으니 아리에티는 가슴 따뜻함 그 자체였습니다. 미야자기 하야오에 의해 세상에 크게 알려진 아리에티는 사실 1950년대 메리 노턴에 의하여 처음 탄생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 작고 발랄한 작은 아가씨는 비슷한 시기에 숨어지내던 안네 프랑크를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외롭고 위험한 세상을 등지고 꼭꼭 숨어 살면서도 희망을 붙잡고 꿈을 꾸는 소녀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지금도 영화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아리에티가 소년의 손가락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른거려 가슴이 몽클해집니다. 그런데 .. 2018. 12. 28.
[서평]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책에 코를 쳐 박는다고 진리가 보이겠습니까?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민음사 "이보게, 고빈다, 내가 얻은 생각들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이성이 인성에 비례하지 않고 지식이 지성이 비례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불가의 가르침의 핵심일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를 이야기하고자 헤르만 헤세는 석가모니 싯다르타를 이야기합니다. 석가모니에 대해서 서양 사람이 얘기를 하는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니 말입니다. 일본 연구의 고전 《국화와 꽃》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라도 미국 사람이고, 고산자의 김정호도 세상 밖으로 밀려나서야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었으니 어쩌면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2018. 12. 28.
[서평]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타자(他者)의 욕망이 아닌 자기(自己)의 욕망에 부응하며 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지만 그 길은 쉽겠습니까!!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민음사 얼마 전 《싯타르타》를 읽고 내친김에 《수레바퀴 아래서》를 챙겨 읽었습니다.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에 내 아이를 위해 아비로서 현명해지려는 작은 노력에 앞서 헤세의 작품으로 권장도서인 《데미안》과 함께 고등학교 시절 방학을 이용하여 읽은 기억만 희미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희미함에 이 문제의 책을 읽고 작은 객기 한 번 부린 기억도 없다는 사실이 돌이켜보건대 밋밋하고 메마른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상기시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소심하게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그 시절 이과생인 나에게 독서라는 것은 지금은 없어진 학력고사 준비용으로 텍스트가 단순하게 시신경에 맺히는 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목적이 문제풀이 그 이상은 아니였습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 2018. 12. 28.
[서평] 김만중 《구운몽九雲夢》, 민음사 - 얄미운 캐릭터 성진!! 김만중 지음, 송성욱 옮김/민음사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관여함이 있으리오? 네 또 말하되, 인간 세상에서 윤회하는 꿈을 꾸었다 하니 이것은 인간 세상의 꿈이 아르다 함이라. 네 아직 굼을 온전히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莊周)가 굼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주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인지 분변하지 못했다.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 - 231쪽 주인공 성진과 팔선녀(八仙女)가 꿈을 꾸니 아홉 개의 구름 같은 꿈 - 九雲夢 - 이 소용돌이치며 뒤섞입니다. 성진은 모든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팔선녀는 두 명의 부인과 여섯 명의 첩으로 성진의 욕정을 해소합니다. 넘치도록 누리기만 한 성진이 어느 날 문득 꿈에서 깨고 보니 "그 좋은 세상들이 .. 2018. 12. 28.
[서평]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1,2》 - 그래. 웃음의 힘을 잊고 살았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일소일소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老),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음 만큼은 신의 선물임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봅니다. 결혼 전부터 곁지기를 마뜩잖게 여겼던 시어머니의 눈은 자연스럽게 고부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고부간 직접 부딪히는 일은 없어 갈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곁지기 혼자서 끙끙 앓을 때가 많아 중간에서 난처할 때가 적잖았습니다. 상황이 그러하니 명절만 앞두면 어김없이 '명절병'에 시달립니다. 지난 설 전에도 어김없이 시작된 곁지기의 푸념은 이내 사소한 말다툼이 되었습니다. 답 없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꽤 심각해지려는 찰나 어이없게도 웃음이 섞여 나왔습니다. 그러자 눈물까지 보이던 곁지.. 2018. 12. 27.
[서평]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 적당히 망가지고 적당히 어설퍼지는 것?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점쟁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이 꼭 자신의 이야기 같아 용하다며 침 튀기고 점쟁이는 그 침값으로 살아간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황야의 이리》론에 등장하는 하리 힐러는 헤세의 자화상이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 어쩌면 수많은 위대한 작가가 다 그럴 것이다 - 이야기를 선물하는 점쟁이인 셈이다. 의심없이 덮어두고 읽는 명작에 이처럼 점쟁이 이야기를 서두에 꺼대든 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소위 자타 지식인들이 헤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때로는 심각해지거나 나아가 헤세를 우상화한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를 점쟁이 따위와 같은 취급을 할 생각은 추호.. 2018. 12. 27.
[서평] 최문희 《난설헌》 - 복 받은 사임당이 아니면 노는 황진이가 되어라!! 난설헌 최문희 지음/다산책방 책을 읽다보면 이런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 제법 흥미롭고 재미를 느끼곤한다. 그래선지 어디선가 보고선 일독을 벼르던 책이다. 특히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이로 비운의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어찌 안 읽고 배길까.. 난설헌이 늘 입에 올렸던 ‘세 가지의 한恨’이 있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난 것과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한恨과 작가 최문희의 작가적 상상력(?)을 함께 녹여 펼쳐 놓은 것이 이 소설《난설헌》이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서 언급한 전형적인 신파의 플롯 이외의 그 무언가 - 그것이 작가적 상상력 이상이어도 좋다- 를 바랬다. 난설헌의 이야기가 이런식으로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싶다.. 2018. 12. 27.
더글라스 케네디 《빅픽처》 - 그렇게 면죄부를 받아도 되는가!!!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https://sahngoh.tistory.com2014-07-22T08:12:410.3610 1 수십 권의 책을 펼쳐보지만 몇 페이지 넘기다 덮기 일쑤다. 그러다 제법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들이 있다. 어떤 목적에 의해서 억지로 넘기는 페이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들 말이다. 이 책 《빅픽처》가 그런 책이다. 몇 년 전부터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떡하니 자리 잡은 책이고 더구나 사진에 관련된 이야기도 적잖이 나오니 책 넘기는 속도도 막힘없이 시원하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킬링타임용 영화 한 편 본 듯한 여운을 남긴다. 그럭저럭 반전도 있고 말이다. 뭐 이런 책들은 그냥 재미로 가볍게 읽으면 그만인데 몇 가지 생각해볼 것들이 있다... 2018. 12. 27.
[서평] 야마다 무네끼의 <백년법> - "인간은 영원히 살기에는 너무 복잡한 동물이다!!" 백년법 - 상 -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애플북스 https://sahngoh.tistory.com2015-05-18T14:02:590.3610 위키피디아에서 평균수명을 찾아보니 2012년 평균 스와질랜드의 평균수명은 31.88세이다. 대한민국은 79.05세로 40위 모나코가 89.73세로 1위이다. 끽해야 100년을 못사는 게 인간이다. 그래설까 살만하면 늘 꿈꾸는 것이 영원이 죽지 않는 삶이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에 혹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가진 것이 많을수록 언젠간 죽는다는 조물주의 법칙 앞에 무기력하기에 늘 초조하다. 눈에 보이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사후 판타지 세계를 그리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리라. 일본의 한 소설가 야마다 무네끼는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 2018.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