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가족이 그려진 편지>
1954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10.5X25.7cm
이중섭을 알고 싶어서 읽었고 느낀 바를 정리하다가 순간 낯뜨겁다 싶어 다 지워버렸습니다. 내가 무슨 예술을 말할 깜냥이 된다고······. 이중섭은 예술을 했고 그 밖의 이중섭을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그의 그림이 싫지 않은 것으로 조금 위안을 삼아봅니다.
시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을 볼 때면 어김없이 예술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데 자극스런 상(象)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그 주관에는 소위 그 밥 맛없는 교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이 있어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말하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 식자들의 똥을 치우며 힘겨이 사는 교양(?)없고 예술을 모르는 사람을 향해 알 수 없는 경멸을 뿜어내는 그들의 눈초리를 증오합니다. 글이나 그림, 별 볼일 없는 사진이든 어줍잖은 의미를 구겨 넣고 자신은 돈과는 무관하다는 거들먹거림이 구토를 유발합니다. 요즘 거울을 보면 울렁거립니다...
이중섭은 진짜 예술을 한 못난이로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중섭은 도대체 그곳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요? 무엇을 보았기에 그토록 원했던 가족과의 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숟가락을 놓고 붓을 놓고 정신을 놓아버린 걸까요. 악마라도 본 걸까요...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비밀 공간에 던져 두고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모 회장님이 안쓰럽습니다. 위작이든 아니던 그의 아들이 안쓰럽습니다. 소가 안쓰럽습니다. 닭이 안쓰럽고 게가 안쓰럽고 닭이 안쓰럽고 아이가 안쓰럽고 중섭의 가족이 안쓰럽습니다. 이중섭이 안쓰럽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이중섭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갔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