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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브라이언 피터슨의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사진가를 위한 사진교본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청어람미디어 "문제는 당신이 무엇을 '보느냐look'가 아니라, 무엇을 '인식하느냐see'이다" 《월든》의 헨리 데이비스 소로우의 말이며 저자인 브라이언이 서문에서 인용한 말입니다. 아마도 사진을 찍는 일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디지털혁명의 혜택을 누리는 세대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또 즉석 해서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상업사진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가의 SLR 카메라도 길거리에서 목도하는 일도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더불어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하루에 소비하는 이미지만도 엄청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 보았을 때 충격적으로 비친 이미지들도 이젠 .. 2019. 1. 8.
[서평] 장정일 단상 《생각》 - 날 선 발톱을 드러낸 사유(思惟)집 생각 장정일 지음/행복한책읽기 사실 전 장정일은 잘 모릅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지난해 윤미화의 《깐깐한 독서본능》을 읽으면서였습니다. 그 책에서 윤미화는 장정일을 사랑하게 됐다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 슬쩍 '장정일'이란 이름을 독서 노트에 적어 두었습니다. 지난주부터 퇴근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장정일의 《공부》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조금씩 주문하고 있는데 '장정일'이 눈에 들어와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소설책을 읽듯이 쉽게 넘길 수 없어 장(章) 단위로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게 있어 '이 세상에 있게 된' 장정일의 첫 책은《공부》여야 합니다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술술 .. 2019. 1. 8.
[서평] 김소운의 수필집《가난한 날의 행복》- '향충'같은 사람이 되자!! 가난한 날의 행복김소운 지음/범우사  지난해 이기웅의 《어설픔》이란 책에 사과장수와 아내를 언급한 글귀를 보고 언제고 읽기를 다짐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 알라딘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오래된 책이라 절판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2011년 3월에 4판 2쇄 발행을 했네요. 기쁜 마음에 서둘러 주문을 넣어 주말에 낭독과 정독을 겸해서 감사히 읽었습니다.이 책에 수록된 수필의 배경은 대부분 해방 후부터 한국 전쟁(6.26) 즈음이라 '가난'은 일부 사람들에 한정되기보다는 나라 그 자체에 붙일 수 있는 레토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힘들고 가난한 그 시절이지만 그래도 인간미가 있고 행복했다라는 전제가 깔린 소박한 글쓴이의 마음이 투영된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수필의 눈」편의 14.. 2019. 1. 8.
[서평]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 꿈을 좇아 모험하고 도전하는 삶!!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는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214 쪽) 파울로 코엘료의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에 이은 두 번째 책입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던 산문집이 기대만큼 와 닿질 않아 유명한 작품을 통해서 재조명해볼 요량으로 집어 든 책입니다. '연금술'이라는 조금은 판타지 풍의 소재에 쉬운 글로 번역된 글은 예상대로 쉽게 술술 읽힙니다. 비교적 초반에 저자인 코엘료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고 그 후부터는 다소 식상한 명상집같아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뭐 결국 .. 2019. 1. 8.
[서평] 코엘료 파울로의 첫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 코엘료가 쓰고 모은 글집!!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문학동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그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 알라딘에서 발췌한 출판사 책 소개의 첫 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영혼의 뒤흔듦을 경험한 그 1억 명에 끼지 못한 채 이렇게 먼저 산문집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런 유명한 작품을 먼저 읽어야 했나 싶기도 했는데,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두서없이 수록된 글은 다소 가볍게 느껴졌고, 초반에 종교적 성격이 강한 글이 이어질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인 만큼 공감 가는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종교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불평하긴 했지만, .. 2019. 1. 8.
[서평]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번역에 독자를 위한 배려없지만 사진의 힘은 충분히...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다니엘 지라르댕.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정진국 옮김/미메시스 사진이 가지는 힘은 얼마나 될까요?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을 공부하면서 그 힘의 강약이 아닌 그 힘의 실체를 느낍니다. 공부라는 표현을 썼는데 제목에도 사용된 '논쟁'과 '역사'라는 단어 때문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공부가 아닌 일들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진의 발명에 숨은 이야기 - 이폴라트 바야르 - 로 시작하여 초기 '사진이 정말 예술인가?'라는 지금은 진부한 논란과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까지 법정 공방까지 포함한 말 그대로 문제의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조작되었거나 아동 포로노그래피를 연상시키는 사진과 종교와 시대의 부조리에 대항한 사진도 있습니다. 또 '논쟁'하면 빠질 수 없는 분야인 .. 2019. 1. 8.
[서평] 김훈 장편소설 《흑산黑山》- 새로운 세상은, 내일은 오는가? 흑산 김훈 지음/학고재 올 초에 한승원의 《다산》을 읽으면서 소설《흑산》이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사두었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유배된 형과 아우의 심정을 짧은 기간에 함께 들여다볼 기회를 만들고자 함이었는데 다른 책에 밀려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에 이어 개인적으로 세 번째 읽는 김훈의 역사소설임이 말해주듯이 이젠 '김훈'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쳐 들 정도의 팬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시간의 흐름이 존재합니다. 정약전(丁若銓, 1758년~1816년)이 사학죄인으로 잡혔다가 배교(背敎)를 하고 풀려나 유배지 흑산도로 들어가기 전 무안 포구부터 진행되는 흐름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황사영(黃嗣永, 177.. 2019. 1. 7.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2권 《배반의 여름》- 70년대 여성들의 이야기 배반의 여름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지난달 중순쯤 단편소설 전집 1권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읽은 지 꼬박 한 달이 지나서야 두 번째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2권은 1권에 이어 1975년부터 78년까지 3년 동안 발표된 1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권의 연장으로 여성 심리의 묘사는 한층 더 예리해지고 공고해짐을 느낍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기의 국민에게 널리 유포된 이데올로기는 ‘잘살기’ 이데올로기였다.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로 표징 되는 잘살기 이데올로기는 독재라는 채찍 속에 숨겨진 박정희 정권의 당근(423쪽)"이라고 했듯이 소설을 읽으면서 각각의 화자(話者)는 그러한 삭막한 시대를 함께 했던 저자의 페르소나임을 자연스럽게 느낍니다. 이 시기는 무조.. 2019. 1. 7.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1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한국문학 최고의 유산' '한국 문단의 어머니'이라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칭호의 진면목을 부끄럽게도 알지 못합니다. 박완서 작가가 타계한 지 1년이 지나서야 그 수식어가 붙은 이유와 작가의 아우라 넘치는 필력을 조금은 느껴보고자 단편 소설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6권 전집을 선택했고 그 중 첫 번째 1권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1971년 3월부터 1975년 6월 사이에 발표된 작품 16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때는 글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처럼 치열하게 산 적도 있었나본데 이제 와 생각하니 겨우 문틈으로 엿본 한정된 세상을 증언했을 뿐이라는 걸 알겠다." 4쪽 '작가의 말'에서 고골리 단편과 같은 향기가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 2019. 1. 7.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3권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사는 게 원래 그런가봐...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어느덧 3권을 읽었습니다. 처음 1권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경하고도 충격적인 박완서식 문체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여북해야' 를 비롯하여 작가가 자주 쓰는 단어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없지 않고 소설의 흐름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읽는 속도도 빨라졌고 단편 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라 끊어 읽기에 부담도 적습니다. 발표된 시기는 조금 더 나아가 79년에서 83년에 쓰인 작품들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박완서의 글을 읽고 있는 터라 그 감동은 조금은 무뎌졌지만, 공감 가는 바는 여전합니다. 박완서의 글을 읽으면서 확실해진 건 80년대나 지금이나 사람들 사는 건 차이가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속물적인 인간군상의 세태는 그 때와 비교.. 2019. 1. 7.
[서평] SBS 스페셜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단일민족사관 이제는 버려야합니다.!! - 2012년 3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꿈결 "불가능합니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사람 같은 레슬리 벤필드 씨는 혹시 한국 남자하고 결혼할 생각은 없는가? 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그 이유가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문화가 좋아도 한국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한국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간 "레슬리 벤필드 씨는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단일민족이라는 한국인의 믿음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가 언젠가 이 믿음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 대목에서 그녀가 보았던 커다란 벽을 함께 목도합니다. 마찬가지로 20년을 한국 사람으로 산 이다도시는 그것을 물.. 2019. 1. 7.
[서평]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가볍게 즐기는 방화같은 소설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적어도 아직은 책을 읽으면 막연한 의무감에 서평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짧은 서평' 이라는 말머리와 함께 올리는 글 대다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하루 이틀 안에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는 단어 중 가장 굵직한 것 몇 개를 붙잡아 끼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너무 개인적이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일단 누군가가 봐준다는 가정하에 적당히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 읽은 후 머릿속에 남아 부유하는 단어들을 억지로 떠올려도 많지 않은 책들이 있습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 위주의 글이 그 중 하나일 것인데 바로 이 책 《고령화 가족》이 그 범주에 속합니다. 그런 책들은 가볍게 즐겨도 되겠지하는 마음.. 2019. 1. 7.
[서평] 천명관의 《고래》 - 인간 욕망의 대 서사시, 한국판 《백년 동안의 고독》 - 추천!! 고래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띠지에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책장을 넘긴 속도, 시시때때로 솟구치는 카타르시스에 띠지의 글이 빈말이 아님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저자 '천명관' 이름 석 자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비슷한 향기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었는데 현실과 설화의 교묘한 조화와 한 명도 소홀히 하지 않는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의 짧지 않은 시간의 웅장함에서 그 향기는 더 짙어졌습니다. 다만 저자가 직접 '그것은 노벨문학상의 법칙'이라고 말한 것 처럼 책을 덮고 받은 충격과 허허로운 감동과 풍기는 아우라는 《백년 동안의 고독》이 훨씬 우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필자가 《고래》에 높은 점수를 .. 2019. 1. 7.
[서평] 고우영의 《초한지》 - 초한지로 엿보는 추악한 인간군상들... 고우영 초한지 세트 - 전8권 고우영 지음/자음과모음 초한지라고 하면 항우와 유방 그리고 장기판 정도가 그동안 내 머리에 떠오르는 전부였습니다. 한 가지 더 떠오르는 것은 마초이즘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 항우입니다. 중국역사를 통틀어 가장 힘센 사나이이며 흔히 삼국지의 여포와 비교되지만 묘사되는 내용을 보아 여포도 항우에겐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치기 어린 추측입니다. 시작부터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각설하고 故고우영의 《초한지》를 읽었습니다. 아마도 최근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에 의한 영향도 없지 않습니다. 글을 읽지 않아도 대다수가 알다시피 큰 줄거리는 항우와 유방의 싸움입니다. 조금 자세히 얘기하면 머리는 어깨 위가 허전해서 폼으로 달고 있고 이름만큼 색골스럽지만 늘 하늘의 뜻이 함께하는 유.. 2019. 1. 6.
[서평] '육아신'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스트레스 처방전《아이의 스트레스》 - 옮기는 글 추가 아이의 스트레스 오은영 지음/웅진리빙하우스 큰 아이가 올해 4살입니다. 요즘 한창 말문이 트여 입만 열면 왜? 를 끊임없이 토해내는 녀석인데 솔직히 대처에 있어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일례로 머리 감는 것을 싫어한 것이 지금은 물 자체를 무서워해서 여름에 아이들이 분수에서 뛰어놀 때도 근처에도 가질 않습니다. 지금도 저녁에 머리를 감길 때마다 엄마는 곤욕을 치른답니다. SBS 는 이런 부모들에게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평소 TV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라 꼭 챙겨보지는 않고 게다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괴팍해진 아이의 행동을 행여 내 아이가 보고 따라 하지 않을까 싶어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채널을 돌려버릴 때가 잦았더랍니다. 그럼에도 아이의 이상행동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분.. 2019. 1. 6.
[서평]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무미, 건조, 우울에 대한 단편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김영하의 소설에 관심을 둔 이후 집어든 두 번째 책입니다. 수록된 모든 단편을 읽고 나서 든 느낌은 무미, 건조 그리고 답답함이었습니다. 크게 한숨이 터져나옵니다. 그저 답답했다고 하는 것이 진솔한 제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건조함이 그다지 싫지 않습니다. 흡혈귀마냥 기묘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왜 김영하의 소설을 좋아할까요? 음지에서 무미하고 건조하게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 그 속내가 김영하의 손끝에서 텍스트로 변합니다. 독자는 그 텍스트를 좇아 일정한 속도로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입니다. 간혹 정사(情事)를 묘사할 때는 호흡이 빨라지기도 합니다. 머릿속엔 무미건조한 삶이 그대로 영사됩니다. 그러한 장면은 곧 일탈로 치닫습니다. 번개를.. 2019. 1. 6.
[서평] 황교익의 《미각의 제국》- 그동안 잊고 있던 맛을 찾아... 미각의 제국 황교익 지음/따비 "내 안에 들어오는 음식을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었다. 그 느낌의 흔적들이다." 저자는 미각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위의 글로 운을 떼고 있습니다.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글귀와 소탈한 책의 재질 그리고 디자인에 반해서 찜 해두었다가 이번 달 독서리스트에 추가했고 제법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인간은 원초적 본능이 있는데 비교적 참을 수 있는 성욕이 가장 아래에 있고 가운데 식욕이 있으며 가장 꼭대기에 수면욕이 있습니다. 그 중 식욕은 "오늘은 무얼 먹을까?"라는 매일 반복되는 고민이 말해주듯이 기호와 잘! 먹겠다는 욕구가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한국은 이제 굶어 죽는 걸 걱정하는 사람은 드문 건 사실입니다. 아는 만큼 보고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 2019. 1. 6.
[서평] 박범신의 《은교》 - 왜 갈망(渴望)은 파국을 부르는가? - [2012년 4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은교 박범신 지음/문학동네 은교. 아, 한은교. 불멸의 내 ‘젊은 신부’이고 내 영원한 ‘처녀’이며, 생애의 마지막에 홀연히 나타나 애처롭게 발밑을 밝혀주었던, 나의 등롱 같은 누이여. - 적요(寂寥) 낡은 코란도 승용차가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갑니다. 앵글은 곧 운전석으로 바뀌고 서지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됩니다. 눈물로 범벅인 얼굴은 비통함이 가득합니다. 눈물에 이지러진 서지우의 시야에 느닷없이 트럭이 나타나고 서지우는 피하려다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칩니다. 자동차는 폭발합니다. 조금은 판에 박힌 영화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적적하고 고요하다는 뜻의 적요(寂寥))라는 필명을 내걸고 평생을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포장하며 살아왔던 시인 이적요와 타고난 능력은 없지만 문학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한 이적요의 제자 서..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지식 ⓔ》Season 7 - 헌법 제1조2항에서 구럼비까지 지식 e - 시즌 7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성찰'을 이끄는 지식, EBS의 지식채널e의 출판 본 《지식 ⓔ》가 벌써 이 나왔습니다. 첫 방송 이후 햇수로 7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이 보고 많이 알게 된 셈입니다. 이젠 어떤 힘에 의해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지식 혹은 알게 된 후 밀려드는 불편함에 스스로 외면했던 그런 자·타의 지식에 대한 통증을 수반하는 '앎'에 조금은 숙련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인간다워진 것 같은데 여전히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은 예판으로 구입했습니다. 받자마자 과독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지식의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번 시즌은 큰 분류는 직선으로 가다(直,JUSTICE), 사선으로 가다(斜,ISSUE), 곡선으로 가다(曲, SOLIDARIT..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6》, 眞Verum, 善Bonum, 美Pulchrum 지식 e - 시즌 6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된 6권의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식 Knowledge와 지혜 Wisdom은 다르다고 하고 또 혹자는 지혜로 발현되지 않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므로 지식은 곧 지혜라고 강변합니다. 저 또한 후자에 더 마음이 갑니다. 우리 뇌에 흡수된 지식은 어떤 형태로든 쓰이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궤변을 늘어놓자면, 지식智識은 사람들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토대로 한 사유思惟이며, 사유의 결정체가 텍스트 化 한 게 책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텍스트의 소개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통해서 적지 않은 지식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접했고, 그렇게 짧은 시간의 조우는 각 지식의 진면목을 맛보기에는 조금 모자랄 수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5》,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 지식 e - 시즌 5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지식 e 시리즈'를 사서 읽기 시작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고, 오늘 5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제 구입한 책 중 마지막 한 권을 남겨두고 있는데 하루에 조금씩 읽어도 올해가 가기 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5는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각 지식에 대한 서플먼트로 관련 있는 인물의 인터뷰가 수록된 지식에 대한 보충설명을 대신합니다. '미디어 몽구'와 최근 '나꼼수' 콘서트를 기획한 공연연출가 탁현민 씨를 비롯한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사람들과 무겁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공감할 수 있게 되었거나 또는 새로운 분야에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분들의..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3》 - 창조성,폭력성,윤리성 지식 e - 시즌 3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지식 e의 세 번째 단행본을 읽었습니다. 시즌 3 에서는 Homo artex(창조성), Homo violence(폭력성), Homo ethiques(윤리성)에 관련된 지식을 모아 3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전 시즌과 비교해서 지식의 편수가 줄고 설명이 늘었으며 그만큼의 무게가 더해진 '지식'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 문제가 되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시끄러울 때 광우병관련 지식을 다뤘다가 PD가 교체되었던 지식도 수록되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빛이 있는 곳엔 반드시 어둠도 함께 있다고 합니다. 현대사회의 화려함에 가려진 어두운 면,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러한 무거운 진실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 무겁고 먹먹함에 대한 대처는 시간이 지..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2》 - 희노애락 지식 e - 시즌 2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얼마 전 《지식 e》'시즌 1'에 이어 오늘 '시즌 2'를 다 읽었습니다. '시즌 2'는 희·노·애·락에 관련된 지식 각각 10편씩 모두 40편의 지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제법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이만한 책이 없어 보입니다. 시즌의 주제에 맞게 희·노·애·락에 맞게 구성된 지식은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감정의 기복을 따라 함께 느껴가며 여행을 떠나는 느낌입니다. 다루는 분야도 폭넓어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인문을 비롯하여 음악에 관련된 내용 등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지식 e》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조금씩 무겁기 때문에 희喜를 다루면서도 결..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1》 - 가슴으로 읽는 우리들의 지식백서!! 지식 e - 시즌 1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란 인터넷 강의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주로 아침 출근해서 1강씩 보는데 거기서 지식과 지혜에 대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변하는 도올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서양은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그러한 구분은 개똥철학이라고 합니다. 지식이 쌓이는데 그게 지혜로 발현되지 않으면 죽은 지식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으며, 책 읽기에 파고든 지난 몇 달을 돌이켜 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지식이라는 말을 이학도 출신답게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영역 이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진 않았던 좁은 식견을 부끄러워하며 폭식하듯 이렇게 책에 달려드는.. 2019. 1. 6.
[서평]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우리는 '사진'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학습한다!!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타인의 고통》은 《사진에 관하여》의 연장 선상에 있는 책입니다. 지난해 《사진에 관하여》를 읽은 후부터 필자에게 '수전 손택' 은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느냐가 아니라 '사진' 그 자체가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사유를 이끌었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을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사진의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밑 지식이 너무 부족해 잠시 내려두고 다른 참고 도서를 먼저 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작에서 손택은 사진史 관점에서 '사진'의 의미를 다루었다면 《타인의 고통》에서는 근대 제국주의적인 세계사 속에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사진'이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조금은 불편한 이미지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까지.. 2019. 1. 5.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4권 《저녘의 해후》- 가식의 80년대를 옴소롬히 담은 책 저녁의 해후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적게는 가정에서부터 회사, 크게는 나라도 시끌시끌합니다. 독서의 방법도 문제가 있어 요즘 들어 지지부진함을 더합니다. 그 속내들 조금 들여다보면 조금은 버거운 몇 권의 책을 병렬로 읽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과 기태완의 《꽃 들여다보다》와 장정일의 《생각》과 같은 적잖은 내공을 요구하는 인문학책들을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고 있고 거기에 박완서의 단편 또한 병행해서 읽었으니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박완서의 단편집 6권을 1권부터 내리읽고 있는 터라 처음 느꼈던 충격 - 처음 만난 박완서의 섬세한 문체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 은 권수를 더해가며 조금씩 무뎌지.. 2019. 1. 5.
[서평]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맥락으로 본 인문학 용어 사전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휴머니스트 이 책을 간단히 설명하면 예상하셨겠지만 '사전'을 가장한 인문학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남경태가 사전의 형식을 빌어 인문학 용어 뒤에 숨어 있는 개념과 맥락 그리고 사견을 조금씩 붙인 형식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수록된 용어들을 이런 식으로 풀이한 유일할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분류상 사전이 확실하니 인덱스를 눈여겨 두고 책에 수록된 개념어를 만날 때마다 들춰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사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전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통독 했답니다. 그렇다고 다른 책 다 제쳐놓고 며칠 동안 이 책만 죽어라 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러기엔 너무 무거운 책입니다. 그저 잠들기 전 마음 내킬 때에 한 두 개의 개념어를 소리 내어 읽고 또 인상 깊은 구절은.. 2019. 1. 5.
[서평] 김훈의 《개》 - 보리가 바라본 '아름다운(?)' 인간사!? 개 김훈 지음/푸른숲 컹컹컹...우우우... 어느 날 소설가 김훈이 《개》가 되어 세상을 향해 짖습니다.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어가는 시골의 한 마을에서 진돗개 '보리'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보리'의 굳어진 "발바닥의 "임을 머리말을 통해서 미리 일러줍니다. 아마도 보리는 작가 김훈이겠지요. "주인님이 보리! 라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수많은 개들의 한 마리가 아니라 주인님의 개가 될 수 있"음에 소박한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개입니다. 보리는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고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랍니다. 하지만 똥을 먹으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참을 만큼 멋진 철학을 가진 개이기도 합니다. 또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그러나 어느.. 2019. 1. 5.
[서평] 김아타의 《Atta Kim : ON-AIR》 - 관념 실체화의 대가 김아타를 만나다! - [2012년 5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Atta Kim : ON-AIR 김아타 지음/예담 그동안 김아타는 매스컴을 통해서 뉴욕과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을 증발시켜버린 사람으로, 그의 작품이 억대에 거래되는 사진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정정합니다. 김아타는 예술가입니다. 아니 부산대학교 동양미학과 이진오 교수는 "김아타, 그는 아티스트이기보다는 사상가이다."라고 합니다. 눈도 귀도 얇은 저는 이제부터 김아타를 사상가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 《Atta Kim : ON-AIR》는 그의 세계관 즉, '아타이즘'에 대한 실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작품 한 점 한 점이 범상치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들이 결코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전 이 책 속의 필력에서 확인합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 2019. 1. 5.
[서평] 김영민의 《공부론》-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알면서 모른 체하기 김영민의 공부론 김영민 지음/샘터사 김영민의 《공부론》이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다 읽었느냐구요? 네 일단 완독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책장을 한 장 넘기는데 제법 힘이 드는 책입니다. 천천히 음독하며 집중하면 뜻이 보이기에 중도에 포기하고 픈 마음 간신히 붙잡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공부란 무엇이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힌트를 이 책에서 얻고자 힘이 가장 컸고 거기에 약간의 지적 허영심이 부채질 한 까닭에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소득은 있어 이렇게 졸필이나마 끼적여 느낌을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먼저 '슬럼프'에 관한 내용은 또 다른 블로그에서 조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mindeater.tistory.com/1605.. 2019.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