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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 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쉬게 하는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 사랑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펼쳐질 때 그것은 오늘,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되돌아가지 못해 더 아름답게 추억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순간들이, 사진 속에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159쪽
"『윤미네 집』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는 부모님 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아이도 없었고요. 외로운 외국에서 그 사진집을 받고서 부모님께 감사하며 많은 힘을 얻었지만 사진을 찍으시고 또 사진집으로 엮으신 그 절절한 부모님의 마음까지는 깊이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진 속 어머니와 렌즈 너머에 계셨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사랑 하나하나를 너무나 또렷하게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큰 기쁨이라고 말씀하셨던 가족의 순간순간을 일기 쓰듯 기록하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제는 잘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가족을 기록하신 그 열정이 놀랍고 그 사랑에 감사합니다." 163쪽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오래 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이다. 생로병사 인간의 삶을 '소풍'에 비유한 시인의 달관과 초월의지가 참으로 놀랍고 감동적이던 시였다. 그런데 최근 투병생활을 하게 된 나는 어느덧 내 마음도 '귀천'을 노래한 시인의 마음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낟. 일생을 엔지니어로 살아온 내가 시인의 마음으로 여생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너무나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렇게 나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내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170쪽
천상병 시인의 귀천으로 시작하는 글은 고인이 된 전몽각 선생이 '마이 와이프My Wife'를 묶으며 직접 쓰신 육필 원고의 첫 부분입니다. 때로는 교보문고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사람들의 때를 탄『윤미네 집』을 몇 번이고 들춰보면서 지금까지 적잖이 봐왔습니다. 모리 유지의 《다카페 일기》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제가 두 사진집을 보면서 느끼며 공고해진 철학은 비슷합니다. 바로 '스토리텔링'과 '사랑'입니다.
늘 그렇듯이 이러한 사진집에 아빠는 피사체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록된 사진 한 장 한 장이 아빠의 시선입니다. 그렇게 고스란히 담긴 프레임은 스토리 텔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그 대상은 '사랑'입니다. 두 아들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프레임에 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오늘도 『윤미네 집』을 들춰보며 거듭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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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셨군요.
저두 비슷합니다. 그래서 요즘 컷수는 줄고 공상만 늘어버린 것 같아 걱정이에요. ㅠㅠ
저도 좋아하는 사진집.
네. 정겨운 사진들로 가득하죠~ ^^
블로그에서 보여지는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뜨거워집니다.. 저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
네 뭐든지 지속할 수 있는 열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첫번째 사진 혹시 담아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