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31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1》 - 가슴으로 읽는 우리들의 지식백서!! 지식 e - 시즌 1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란 인터넷 강의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주로 아침 출근해서 1강씩 보는데 거기서 지식과 지혜에 대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변하는 도올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서양은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그러한 구분은 개똥철학이라고 합니다. 지식이 쌓이는데 그게 지혜로 발현되지 않으면 죽은 지식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으며, 책 읽기에 파고든 지난 몇 달을 돌이켜 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지식이라는 말을 이학도 출신답게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영역 이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진 않았던 좁은 식견을 부끄러워하며 폭식하듯 이렇게 책에 달려드는.. 2019. 1. 6. [서평]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우리는 '사진'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학습한다!!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타인의 고통》은 《사진에 관하여》의 연장 선상에 있는 책입니다. 지난해 《사진에 관하여》를 읽은 후부터 필자에게 '수전 손택' 은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느냐가 아니라 '사진' 그 자체가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사유를 이끌었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을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사진의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밑 지식이 너무 부족해 잠시 내려두고 다른 참고 도서를 먼저 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작에서 손택은 사진史 관점에서 '사진'의 의미를 다루었다면 《타인의 고통》에서는 근대 제국주의적인 세계사 속에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사진'이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조금은 불편한 이미지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까지.. 2019. 1. 5.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4권 《저녘의 해후》- 가식의 80년대를 옴소롬히 담은 책 저녁의 해후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적게는 가정에서부터 회사, 크게는 나라도 시끌시끌합니다. 독서의 방법도 문제가 있어 요즘 들어 지지부진함을 더합니다. 그 속내들 조금 들여다보면 조금은 버거운 몇 권의 책을 병렬로 읽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과 기태완의 《꽃 들여다보다》와 장정일의 《생각》과 같은 적잖은 내공을 요구하는 인문학책들을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고 있고 거기에 박완서의 단편 또한 병행해서 읽었으니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박완서의 단편집 6권을 1권부터 내리읽고 있는 터라 처음 느꼈던 충격 - 처음 만난 박완서의 섬세한 문체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 은 권수를 더해가며 조금씩 무뎌지.. 2019. 1. 5. [서평]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맥락으로 본 인문학 용어 사전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휴머니스트 이 책을 간단히 설명하면 예상하셨겠지만 '사전'을 가장한 인문학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남경태가 사전의 형식을 빌어 인문학 용어 뒤에 숨어 있는 개념과 맥락 그리고 사견을 조금씩 붙인 형식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수록된 용어들을 이런 식으로 풀이한 유일할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분류상 사전이 확실하니 인덱스를 눈여겨 두고 책에 수록된 개념어를 만날 때마다 들춰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사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전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통독 했답니다. 그렇다고 다른 책 다 제쳐놓고 며칠 동안 이 책만 죽어라 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러기엔 너무 무거운 책입니다. 그저 잠들기 전 마음 내킬 때에 한 두 개의 개념어를 소리 내어 읽고 또 인상 깊은 구절은.. 2019. 1. 5. [서평] 이영미의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맥락화의 오류는 불편하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기는 유익한...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이영미 지음/두리미디어 언제부턴가 '세시봉'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김세환, 송창식과 관련된 말인 건 확실한데 그 쉬운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을 걸 보면 당시 제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세시봉이라는 간판을 내건 호프집이 생겼고 그때야 꽤 인지도 있는 말인가 싶었고, 알고 보니 '매우 좋다'는 뜻의 불어로 70년대 서울에서 지식인들이 모여 대한민국 포크를 이끌었던 음악감상실이라고 합니다. 그 시대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포크의 함축적인 의미입니다. 돌이켜보면 올림픽이 열렸던 중학생이었던 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커다란 모노 녹음기로 녹음해서 가사를 적고 따라 부르며 노래를 배웠습니다. 당연히 당시 그 노래가 포크인지 알 리가 .. 2019. 1. 5. [서평] 김훈의 《개》 - 보리가 바라본 '아름다운(?)' 인간사!? 개 김훈 지음/푸른숲 컹컹컹...우우우... 어느 날 소설가 김훈이 《개》가 되어 세상을 향해 짖습니다.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어가는 시골의 한 마을에서 진돗개 '보리'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보리'의 굳어진 "발바닥의 "임을 머리말을 통해서 미리 일러줍니다. 아마도 보리는 작가 김훈이겠지요. "주인님이 보리! 라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수많은 개들의 한 마리가 아니라 주인님의 개가 될 수 있"음에 소박한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개입니다. 보리는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고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랍니다. 하지만 똥을 먹으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참을 만큼 멋진 철학을 가진 개이기도 합니다. 또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그러나 어느.. 2019. 1. 5. [서평] 김아타의 《Atta Kim : ON-AIR》 - 관념 실체화의 대가 김아타를 만나다! - [2012년 5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Atta Kim : ON-AIR 김아타 지음/예담 그동안 김아타는 매스컴을 통해서 뉴욕과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을 증발시켜버린 사람으로, 그의 작품이 억대에 거래되는 사진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정정합니다. 김아타는 예술가입니다. 아니 부산대학교 동양미학과 이진오 교수는 "김아타, 그는 아티스트이기보다는 사상가이다."라고 합니다. 눈도 귀도 얇은 저는 이제부터 김아타를 사상가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 《Atta Kim : ON-AIR》는 그의 세계관 즉, '아타이즘'에 대한 실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작품 한 점 한 점이 범상치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들이 결코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전 이 책 속의 필력에서 확인합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 2019. 1. 5. [서평] 김영민의 《공부론》-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알면서 모른 체하기 김영민의 공부론 김영민 지음/샘터사 김영민의 《공부론》이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다 읽었느냐구요? 네 일단 완독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책장을 한 장 넘기는데 제법 힘이 드는 책입니다. 천천히 음독하며 집중하면 뜻이 보이기에 중도에 포기하고 픈 마음 간신히 붙잡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공부란 무엇이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힌트를 이 책에서 얻고자 힘이 가장 컸고 거기에 약간의 지적 허영심이 부채질 한 까닭에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소득은 있어 이렇게 졸필이나마 끼적여 느낌을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먼저 '슬럼프'에 관한 내용은 또 다른 블로그에서 조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mindeater.tistory.com/1605.. 2019. 1. 5. [서평]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 생물학자가 차려 준 교양과학도서의 푸짐한 코스요리를 즐기다! 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명진출판사 얼마 전 우연히 최재천 교수의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EBS에서 다윈에 대해 천천히 그리고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제법 인상 깊었던지 채널을 멈추고 그렇게 20여 분을 보게 되었답니다. 그런 일이 있고 서점에서 심심찮게 최재천 교수 이름의 책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 생물학자의 서평집이라는 조금은 호기심 어린 마음에 선뜻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에서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는 학생들에 대해 '우습다!' 라고 일갈 하신 이후로 느낀 바 있어 독서를 취미가 아닌 생활로 받아들이고 또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전은 있다고 느끼지만 역시 무계획적인 - 어느 정도 방향은 있지만 - 책 읽기에 막연한 불안감이 없지 .. 2019. 1. 4.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5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쓸쓸함, 슬픔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독서가 지지부진합니다. 주말이면 사진을 찍고 셀렉팅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지만, 4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기 시작할 정도로 생활에 여유를 잃어버린 이유가 더 클 겁니다. 시시콜콜한 얘기 꺼내 놓기는 뭐하고, 마음먹었던 초심을 붙잡고 다시금 힘을 내봅니다. 각설하고 올 초에 산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중 5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제법 익숙해졌을 만도 하건만 권수를 거듭할수록 읽기 버거운 것이 또 박완서의 문체인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의무감으로 읽어서 더 그럴 테지요. 조금 더 변명을 하자면, 화자의 밑도끝도없는 이야기의 곁가지들이 너무 많고 다시 큰 흐름으로 돌아오더라도 전혀 다른 결.. 2019. 1. 4.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6권 《그 여자네 집》- 현실적인 삶에 대한 면죄부를 나누어 받다... 그 여자네 집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을 구매한 지가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1권인《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올 초에 읽고 흔적을 남긴 후 꼬박 1년이 걸린 지금에야 마지막 6권을 읽었습니다. 사실 내년으로 넘기고 싶지 않은 약간의 고집과 의무감으로 읽었고 조금은 후련하기까지 하니 故 박완서 작가에게는 미안한 마음 또한 없지 않습니다. 6권인 《그 여자네 집》은 1995년 1월 부터 1998년 11월에 발표한 박완서의 마지막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나이와 함께 작중화자의 나이 또한 많아지고 다루는 내용도 노인의 삶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고 진솔한 느낌입니다. 그 진솔함이 읽는 동안 부모님께서 정정하시고 두 아이의 아빠인 제게 슬프기도 때로는 허허롭고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2019. 1. 4. [서평] 무라카미 류 《69 sixty nine》- 유쾌한 젊은 혈기가 충만한 책 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이 책은 1969년 눈만 뜨면 '이불'과 '베개'와 '화장지'를 생각하는 17세 고교생 겐의 요란한 학교생활을 여느 흥미진진한 청춘물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을 보자마자 1969년의 일본의 시대상황을 엿보고 그 시대를 오롯이 살아가는 고교생의 사유가 텍스트에 고스란히 녹아있겠지…… 라고 생각한 건 거짓말이고, 다분 문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숫자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1969년은 프랑스의 68혁명을 이어받아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일본의 학생들은 '전공투'로 극에 치닫던 시대였습니다. 기성세대들은 말합니다. 먹고 살만큼 우리가 노력해서 풍요로워졌는데 뭘 더 원하느냐? 너희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피를 흘리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일까? 너희는 .. 2019. 1. 4. [서평]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또 다른 나의 고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 2019. 1. 4. [서평]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이가서 수문 양반 왕자지 이대흠 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몇 날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자응 자응 했던 것을 장흥 장흥 읽게 되고 과냥 과냥 했던 것을 광양 광양 하게 되고 광주 광주 서울 서울 다 읽게 됐는데 새로 읽게 된 말이랑 이제껏 썼던 말이랑 통 달라서 말 따로 생각 따로 머릿속이 짜글짜글 했는데 자식 놈 전화 받을 때도 옴마 옴마 그래부렀나? 하다가도 부렀다와 버렸다 사이에서 가새와 가위 사이에서 혀와 쎄가 엉켜서 말이 굳곤 하였는데 어느 날 변소 벽에 써진 말 수문 양반 왕자지 그 말 하나는 옳게 들어왔는데 그 낙서를 본 수문댁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그람 그람 우리 수문 양반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왕자거튼 사람이었.. 2019. 1. 4. [서평] 최인호의 《달콤한 인생》 - 길 없는 길에서 찾는 길...[2012년 8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달콤한 인생 최인호 지음/문학동네 "현실의 상징적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동시대의 현실에서 찾기 곤란할 때 옛 신화나 설화의 상상 공간에서 그 힘을 빌려오고자 했던 사례는 근대 모더니즘 이후의 세계문학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비록 현실에 길이 없더라도, 길 없는 길에서 길 찾는 길은 무한히 많은 법이다. 길은 없으면서 있다. 길이 없더라도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른다. 그래서 길은 있다. 작가 최인호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길을 내며 길을 걸어온 상상의 나그네다." 함께 수록된 문학평론가 서강대 우찬재 교수의 평론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이 책 최인호의 《달콤한 인생》은 천주교와 불교적 분위기 속에서 적요하게 풀어낸 단편을 비롯하여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설화 속 이야.. 2019. 1. 3. [서평] 히로세 다카시의 《체르노빌의 아이들》- 여의도에 원자력 발전소를... 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프로메테우스 우리 그리고 이전의 '어른'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동물입니다. 지구 곳곳에서 흐르는 물을 막고 나무를 베어내고 커다란 구멍을 뚫고 산을 없애고 바다를 육지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무색하게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습니다. 그 중엔 인간이 창조해낸 에너지인 원자력, 탐욕의 연료가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이자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는 원자력 산업에 대해서 맺음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은 원래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군수산업 가운데 단연 으뜸인 업종이다. 따지고 보면, 원자력 산업의 보급은 1950년대 일군의 독점자본가들이 돈벌이를 위해 그 보급을 획책한 데 기인한다... 2019. 1. 3. [서평] 운명을 바꾸는 《공병호의 공부법》- 공부를 위한 공부법 !? 공병호의 공부법 공병호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많은 사람이 '공부'는 특정 분야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고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과 특정 직군에 속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자어 공부工夫를 풀이하면 '지아비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나 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중국어는 '쿵푸'이고 무술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게 보면 엉덩이의 힘으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고 '가치(?) 창출'을 위해 들이는 모든 행위를 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산 설비를 갖추고 노동자의 작업에 의해 상품을 만드는 곳을 공장工場이라고 하죠. 《공병호의 .. 2019. 1. 3. [서평] 위화 《인생》-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진다는 것!! 인생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푸른숲 한동안 자신의 팔목에 '삶'이라는 문신을 새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시절 남들과는 다른 가정에서 앞날에 대한 막막함, 대답없는 메아리에 대한 고통의 치기 어린 발로가 그의 팔에 아로새겨진 '삶'이라는 어설픈 문신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자아(自我)를 의식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며 들여다보게 되는데 혹자는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한숨과 함께 '고통'이라합니다.위화의 《인생》은 격변기 중국 근현대 지독한 역사의 돌풍 속을 살아온 노인 '푸구이'가 들려주는 짧지 않은 삶의 서사시입니다. 반복되는 푸구이의 고통편력에 중반 이후는 책장을 넘기기가 녹록지 않을 정도로 고통의 서사시이기도 합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인생을 듣고 있으면 '이.. 2019. 1. 3. [서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카르페디엠을 넘어 메토이소노로...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열린책들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역자 후기에서)"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습니다. 사실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 책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한 때 조르바 열풍이 불었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조르바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책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제 독서편력에서 늘 발목을 잡습니다. 뿌리치기 위해 읽어야지요. 역자의 후기에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등이 저자인 카잔차키스의 영혼에 입김을 불어넣은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 중 조르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부끄럽지만 마지막 역자의 후기까지도 지루하기 짝이없어 책장 넘기는 것 자체가 필자에겐 고역이었습니다. 조르바라.. 2019. 1. 3. [서평]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바스러져서 가루로 흩어지는 것들을 애써 붙잡다...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문학동네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 중생의 말로 '사랑'이라고 쓸 때, 그 두글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부재와 결핍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 같아서 겁 많은 나는 저어했던 모양이다. 그러하되, 다시 돌이켜보면, 그토록 덧없는 것들이 이 무인지경의 적막강산에 한 뼘의 근거지를 만들고 은신처를 파기 위해서 사랑을 거듭 말할 수밖에 없을 터이니, 사랑이야말로 이 덧없는 것들의 중대사업이 아닐 것인가."' 작가의 말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김훈의 텍스트를 읽다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 '허허로움'입니다. '김훈'이라는 이름만 보고 거부감 없이 집어 든 책 《내 젊은 날의 숲》은 늙고 바스러져서 가루로 흩어지는.. 2019. 1. 2. [서평] 레오폴드 쇼보 《늙은 악어 이야기》- 황망함에 당황스럽던 작품 세 편 늙은 악어 이야기 레오폴드 쇼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북타임 이 책 참 난감합니다. 길지 않은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생각보다 -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 어렵더군요. 인간사 부조리를 꼬집는 풍자소설로 생각했는데 통찰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는 그저 황망함에 당황스럽습니다. 세계사적 지리적 지식의 부족으로 풍자 뒤의 본 모습을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이 없었기 때문일겁니다. 분명 뭔가 있는데 말이죠... 수록된 단편 수가 만만하기에 한 편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는 나일강 유역에서 사는 늙은 악어는 중풍과 류머티즘에 시달리며 사냥도 못하다 결국 증손녀의 아들을 잡아먹으면서 시작합니다. 그 일로 동족들에게 쫓겨나 바다로 나갔고 운 좋게 다리가 10개인 문어를 만나 도움을 받으면서 그.. 2019. 1. 2. [서평] 조정래 《허수아비 춤》- 멀고도 어려운 길 '경제민주화' - [2012년 11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조정래 지음/문학의문학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 마하트마 간디 목하 대한민국은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당연 "경제 민주화"입니다. 각 진영의 공약에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 측 후보인 박근혜도 경제민주화의 기수로 알려진(?) 김종인을 필두로 재벌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재벌이 문제가 있기는 한가 봅니다. 시기적절하다고 해야 할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을 읽었습니다. 지난해 조지 오웰의 에 등장하는 '빅브라더' 격인 미국. 그 대형(大兄)의 나라 한복판인 월가에서 '1%에 맞선 99%의 점령'이라는 구호와 함께 시.. 2019. 1. 2. [서평] 조남주의 《귀를 귀울이면》- 물질앞에서 앙앙불락대는 소시민의 악머구리 귀를 기울이면 조남주 지음/문학동네 우리 사회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어찌 우리나라뿐이겠습니까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이루는 세상이 다 그러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중국의 춘추적국시대인 BC 200년쯤에 초(楚)나라가 한(漢,)나라에 패한 후 도망간 항우에게 유방이 황금 일천 근과 영지 일만 호 그리고 영주 자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나라 군사들은 짐승으로 돌변하여 항우를 뒤쫓습니다. 항우의 머리는 둘째고, 시체를 서로 차지하려고 잡아당기는 바람에 두 팔, 두 다리, 머리 등 다섯 토막으로 찢어져 나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걸 보면 물질 앞에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물질문명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돈의 위력.. 2019. 1. 2. [서평] 정민 《다산어록청상》- 옛 어른의 말씀 맑게 감상해보기 다산어록청상 정민 지음/푸르메 다산(茶山)에 관련된 책은 쉬운 책 위주로 챙겨보는 편입니다. 이유는 다산의 후손이라는 점과 그러면서 다산(茶山)을 잘 모른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입니다. 이 책 《다산어록청상》도 그러한 이유로 재고 없이 선택한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의 집필 배경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이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어 갔을 때, 이웃에서 우연히 반쪽자리 『퇴계집』을 얻었고, 매일 "새벽에 한 편 읽고 오전 내내 음미하다가 점심 먹고 나서 그 아래에 자신의 단상을 적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나간 글 묶음이 「도산사숙록」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인 정민 교수가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다산시문선』을 초록하여 책을 집필하고 남은 카드를 매일 하나씩 자신의 감상을 붙여 만든 .. 2019. 1. 1. [서평]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훗날 나만의 바람 같은 이야기를 꿈꾸며...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저는 일본에 사는 호시노 미치오라는 학생입니다. 책에서 그 마을 사진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곳 생활에 흥미가 많습니다. 방문하고 싶지만, 그 마을에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니, 모쪼록 어느 댁에서든 저를 받아주실 수 있을런지요. ······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234쪽" 도쿄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알래스카의 쉬스마레프 마을 풍경은 한 청년의 운명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는 곧 그 마을을 수신으로 위와 같은 편지를 띄웠고 그렇게 알래스카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 책은 1989년 《주간 아사히》에 일 년간 연재한 원고를 손질하고 새로 쓴 원고를 보태서 묶은 것.. 2019. 1. 1. [서평]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 알래스카 쉬스마레프 마을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갈라파고스 "이른 봄, 한 마리 잣새가 등피나무에 앉아 그 씨앗을 빼먹고 있다. 낭비벽으로 유명한 이 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몇 개의 씨앗을 떨어뜨렸고, 등피의 씨앗은 갖가지 우연을 거쳐 강가 숲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씨앗은 아름드리 등피나무로 성장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강의 침식 작용이 활발해졌고, 마침내 씨앗이 뿌리를 내린 곳까지 강물이 밀려온다. 몇 달 후 홍수가 범람했고, 등피나무가된 씨앗은 유콘 강을 여행하다가 마침내 베링 해까지 떠내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북극해류는 알래스카 내륙에서 태어난 등피나무를 머나면 북쪽 툰드라 지대의 해안에 내려놓았다. 해안에 도착한 등피나무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툰드라에 뿌리를 내린다. 며칠 .. 2019. 1. 1. [서평] 김병수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멍든 중년을 위한 처방집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김병수 지음/프롬북스 잠시 쉼표를 찍고 싶어 읽은 책입니다. 평소 제목에 서른이나 마흔 같은 나이를 떡하니 달고 있는 책들은 장삿속이 다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나이 마흔이고 보니 뻔한 꼬임에 이렇게 못 이기는 척 넘어갑니다. 더구나 책장을 넘기면서 어느새 음독도 하고 밑줄을 긋기도 하고 포스트잇으로 태깅하는 모습까지 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부터 달게 될 '중년'이라는 꼬리표에 심사가 뒤틀리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나 봅니다. 저자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에서 전공의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분야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중년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그 아픔을 같이 했을까 하는 생각에 그의 글이 한층 무겁게 다가옵니다.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 2019. 1. 1. [서평] J.D. Salinger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은 행복한 아이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지음/민음사 흔들리는 정체성으로 방황하는 17세 소년 홀든 콜필드가 자신의 성장통을 이야기합니다. 마흔의 아저씨가 들어주기에는 다소 앞뒤가 안 맞는 어린왕자식의 주절거림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 주절거림의 공감을 위해서 잠시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지만 호사(?)스런 홀든 식의 성장통은 그 시절 제게는 맞지 않는 사치라는 생각에 속까지 쓰려옵니다. 부족한 환경에서는 일찍 어른이 되는 법이니깐요. 어쨌든 홀든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동생 피비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 2019. 1. 1. [서평] 김훈 《풍경과 상처》- 혼돈의 결, 그리고 미완의 독서 흔적... 풍경과 상처김훈 지음/문학동네 1."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2.책의 다 읽고 뒤표지를 덮습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느닷없이 큰 숨이 터져 나옵니다. 언제부턴가 '김훈' 이 쓴 글을 앞뒤 없이 좇아 읽고 있습니다. 그 속내를 굳이 들여다보면 얄팍한 지적 허영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훈의 문장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엇습니다. 그런데 이 책 《풍경과 상처》는 지금까지 펼쳐든 책과는 사뭇 다릅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동안 길들여진 맛깔스러운 - 적어도 내게는 - 김훈.. 2019. 1. 1. [서평]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최근에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의 연장선에서 선택한 책입니다. 과두 편이 수록되어 있고 160여 쪽으로 그리 긴 분량은 아닙니다. 제목을 보고 조금은 짐작을 했었지만 가벼운 텍스트와 비교하면 내용은 상당히 무겁고, 읽고 나면 불편한 마음까지 선물합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어떻게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을 만큼 이 작품은 제 지각의 스펙트럼을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짧은 소견으로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청춘의 한 시기에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작품"이라는 소개 글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미성숙한 영혼을 소유한 청소년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성격이 강.. 2019. 1. 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