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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 알래스카 쉬스마레프 마을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글: HooneyPaPa 2019.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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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갈라파고스

 

   

 "이른 봄, 한 마리 잣새가 등피나무에 앉아 그 씨앗을 빼먹고 있다. 낭비벽으로 유명한 이 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몇 개의 씨앗을 떨어뜨렸고, 등피의 씨앗은 갖가지 우연을 거쳐 강가 숲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씨앗은 아름드리 등피나무로 성장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강의 침식 작용이 활발해졌고, 마침내 씨앗이 뿌리를 내린 곳까지 강물이 밀려온다. 몇 달 후 홍수가 범람했고, 등피나무가된 씨앗은 유콘 강을 여행하다가 마침내 베링 해까지 떠내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북극해류는 알래스카 내륙에서 태어난 등피나무를 머나면 북쪽 툰드라 지대의 해안에 내려놓았다.

     해안에 도착한 등피나무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툰드라에 뿌리를 내린다. 며칠 후 여우 한 마리가 찾아와 등피나무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에스키모 소년에게 발견된 등피나무는 벌판에 외롭게 서 있던 소년의 오두막에서 땔감으로 그 생을 마감하고 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완전히 타버린 연기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등피나무는 또다시 알래스카를 떠돌려 여행을 시작한다. 210쪽"




마치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 이 이야기는 이미 절판된 책으로 호시노 미치오가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던 빌 플레이트의 《북극의 동물들(Animals of North)》 제 1장 '여행을 떠나는 나무'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책의 제목을 《여행하는 나무》인 점을 미루어볼 때 그 등피나무의 여정에서 호시노는 자신의 여행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旅行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이라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여행'은 그 목적에서 궤를 달리합니다. 호시노는 "알래스카 강변의 등피나무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어쩌면 등피나무를 툰드라 벌판까지 인도해준 강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합니다. 좀 더 크고 넓은 의미로 우리 각자의 삶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열여섯 살에 홀로 떠난 미국여행,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 알래스카의 쉬스마레프 마을 사진을 보고 무작정 보낸 편지, 그로부터 6개월 뒤에 받게 된 마을 촌장의 답장, 알래스카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사진가가 되고 결혼해서 알래스카에 정착, 곰에게 습격에 의한 죽음······. 이처럼 그의 평범하지 않은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고 뭇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먼저 읽었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가 <주간 아사히>에 일 년간 연재한 원고를 역은 책이라 좀 더 정제된 글과 사진이 적잖이 수록되었다면 이책에선 편지형식으로 일기 쓰듯 편안하게 쓰고 있어 담백한 호시노의 필력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호시노처럼 극북의 마을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곧 현실이 떠오릅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지만 씁쓸한 맛은 가지실 않습니다.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아니 대학 시절에 아니 조금 더 양보해서 결혼하기 전에 진지하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조금은 인생이 바뀌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짊어진 것들이 너무 많기에 조금은 힘에겨워 하는 소리입니다. 호시노는 이런 제게 말합니다.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를 갖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인생일 것이다. 299쪽" 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호시노가 방문했던 쉬스마레프 마을에서 오로라 보기와 최재천 교수가 추천했던 열대 여행 그리고 사하라 사막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호시노가 그랬던 것처럼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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