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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김아타의 《Atta Kim : ON-AIR》 - 관념 실체화의 대가 김아타를 만나다! - [2012년 5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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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 Kim : ON-AIR
김아타 지음/예담

 

그동안 김아타는 매스컴을 통해서 뉴욕과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을 증발시켜버린 사람으로, 그의 작품이 억대에 거래되는 사진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정정합니다. 김아타는 예술가입니다. 아니 부산대학교 동양미학과 이진오 교수는 "김아타, 그는 아티스트이기보다는 사상가이다."라고 합니다. 눈도 귀도 얇은 저는 이제부터 김아타를 사상가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 《Atta Kim : ON-AIR》는 그의 세계관 즉, '아타이즘'에 대한 실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작품 한 점 한 점이 범상치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들이 결코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전 이 책 속의 필력에서 확인합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압니다. 엄청난 독서와 뒤따르는 치열한 사유를 말해주는 그의 텍스트 뒤에 숨은 아우라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수백 수천 번 이상의 실체와 해체를 반복했을 겁니다. 그래서 낮은 내공을 소유한 제가 그 치열한 사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버겁다고 느꼈습니다.


"아我가 살고, 타他를 살리기 위한 것"에 대한 사유를 디어돌프 8X10 프레임에 오롯이 담아내는 '아타이즘'의 예술가이며 사상가입니다. 아타이즘은 아我와 타他를 위한 존재의 사유로 평생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화두임을 직접 이름에 새겨 의지를 실체화했습니다.


"정신은, 사상은, 아이덴티티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지만 개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공空의 존재가 시時에 의하고 시時가 공空에 의하여 존재의 완성을 보는 것과 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질료)은 시공의 결정체입니다. 물질은 무게와 부피를 가지고 이것이 나와 혹은 타자(他者)와 관계하면서 사건으로 발현됩니다." 204쪽



"The Museum 프로젝트 중에서 <Nirvana>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991년부터 5년 동안 진행했던 <해체> 작업이 관념 덩어리인 인간을 자연이란 밭에 볍씨 뿌리듯 뿌려놓은 행위를 통해 관념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려는 반성적인 몸짓이었다면, The Museum 프로젝트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대한 경외감과 "The Museum 프로젝트는 내 사유와 실존의 집이다"는 화두로 시작되었다. 그 근간에는 즉물주의적인 동양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현전現前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원초적인 성과 폭력과 전쟁과 이데올로기를 끌어내어 내 사적인 박물관 유리 박스에 정착시킴으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박물관이 '죽어 있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는 곳'이라면 나의 박물관은 "살아 있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는 곳"이다. " 

 

 

 

숱한 이미지 트레이닝의 결과인지 김아타의 작품은 어렵고도 쉽습니다. 작품마다 관념들이 오롯이 녹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인간을 볍씨 뿌리듯 논에 여기저기 던져진 듯 널부러저 있는 <해체>도 그렇고 수십 명을 한 장으로 합성하여 새로운 아이텐티티를 탄생시킨 <셀프 포트레이트>도 그렇습니다. 녹아내린 마오는 이데올로기가 물이라는 실체를 갖지만, 마오와 녹아내린 물에 어떤 관념을 부여하는가에 따라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처럼 어렵게 보면 또 한없이 어렵겠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타는 이 책(로그)를 통해서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기에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고개만 끄덕이면 됩니다.


다만 엄청나게 많은 동양의 유물들이 전시된 미국의 박물관을 보고 그 웅장함과 한편으론 미국이 그 많은 유물을 수집해서 전시함에 보존의 차원에서 고맙다고 느끼는 대목이 있는데 미 제국주의의 횡포에 아타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싶어 다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요. 평소 세계의 대형(大兄)으로서 군림하는 미국에 반감을 품고 있어 느끼는 사견일 뿐입니다.


김아타의 성공은 뉴욕에서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서양예술이 마침 동양에 눈을 돌리는 시기에 그의 작품이 인상 깊게 각인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낭중지추라 하지 않습니까? 더디더라도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더라도 반드시 드러났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국내 분위기상 - 정규 라인이 아니면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시스템 - 많이 더디겠지만 말입니다. 예술가로서 김아타의 성공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닫혀 있는 한국의 시스템 때문에 국내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제2의 김아타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도 함께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부터는 김아타를 '사진(작)가'로 보지 않고, 앞서 밝혔듯이 김아타는 예술가이며 '사상가'로 기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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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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