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Sketch

[서평] 김훈의 《개》 - 보리가 바라본 '아름다운(?)' 인간사!?

글: HooneyPaPa 2019. 1. 5.
반응형

 

 


김훈 지음/푸른숲

 

컹컹컹...우우우...
어느 날 소설가 김훈이 《개》가 되어 세상을 향해 짖습니다.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어가는 시골의 한 마을에서 진돗개 '보리'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보리'의 굳어진 "발바닥의 <삼국유사>"임을 머리말을 통해서 미리 일러줍니다. 아마도 보리는 작가 김훈이겠지요. 


 "주인님이 보리! 라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수많은 개들의 한 마리가 아니라 주인님의 개가 될 수 있"음에 소박한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개입니다.


보리는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고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랍니다. 하지만 똥을 먹으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참을 만큼 멋진 철학을 가진 개이기도 합니다. 또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그러나 어느 때 짖는가를 보면 그 개가 어떤 개인지를 알 수 있다."라는 말에서는 사람이 어떤 일에 화를 내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구나 싶어 뜻밖에 보리에게 한 수 배웁니다.


사람처럼 뒷다리로 서서 좋아하는 영희를 바라볼 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안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보리 발바닥의 <삼국유사>를 모두 읽은 후 머리에 각인된 것들 몇 개만 살짝 끄집어 내봤습니다. 그런데 김훈은 도대체 왜 '보리'가 되어 짖었을까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보리가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사는 동경의 대상을 넘어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꼈지만, 그 인간사는 앙앙불락 대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배추를 집어던지며 함께 수몰되겠다던 할머니는 도시에 사는 아들 집을 거쳐 결국 바닷가 작은아들의 집으로 와서 노는 밭에 배추농사를 짓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근근이 살던 아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깃떼 소식에 배를 띄우기 힘들 날씨임에도 바다에 나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보리'는 감정의 기복 없이 회고하듯 이야기합니다. 보리는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저절로 되는 것들은 다들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이죠.


보리는 흰순이의 죽음을 목격했고 악덕이가 살아 있기을 바랄 뿐입니다. 보리가 되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인간은 어쩌면 지독한 역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