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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조남주의 《귀를 귀울이면》- 물질앞에서 앙앙불락대는 소시민의 악머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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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조남주 지음/문학동네

 

우리 사회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어찌 우리나라뿐이겠습니까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이루는 세상이 다 그러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중국의 춘추적국시대인 BC 200년쯤에 초(楚)나라가 한(漢,)나라에 패한 후 도망간 항우에게 유방이 황금 일천 근과 영지 일만 호 그리고 영주 자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나라 군사들은 짐승으로 돌변하여 항우를 뒤쫓습니다. 항우의 머리는 둘째고, 시체를 서로 차지하려고 잡아당기는 바람에 두 팔, 두 다리, 머리 등 다섯 토막으로 찢어져 나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걸 보면 물질 앞에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물질문명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돈의 위력을 애써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돈 앞에 신념을 지키지 못함을 알고 있는 보통사람이니깐요.


2011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귀를 귀울이면》을 읽었습니다. 사실 읽은 지는 꽤 지났지만 여유가 없어 이제야 흔적을 남깁니다. 서두에서 주절거렸듯이 이 소설은 물질 문명사회 속에서 앙앙불락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작은 악다구니입니다. 네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쇠락해가는 세오시장의 상인협회 충무 정기섭과 재기를 꿈꾸는 네오프로덕션 PD 박상운 그리고 저능아 김일우의 탁월한 청각을 이용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김일우의 부모 그들은 모두 '쓰리컵대회"인 속칭 야바위 대회로 수렴되어 왁자지껄 벌리는 헤프닝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물질만 쫓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황상태가 되고 이윽고 해방구를 찾아 몸을 날리는 김일우의 행동이 어쩌면 이 소설이 "누군가 힘겹게 뱉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던 작가 조남주의 첫 외침이겠지요.



여담이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미니시리즈 <드라마 제왕>을 떠올리게 됩니다. 오로지 성공이라는 결과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앤써니 김(김명민 분)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맥락과 상당히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박상운 PD와 방송작가등 겹치는 분야가 적잖아 더 그렇습니다.


인기를 끌던 <더 챔피언>이라는 쓰리컵대회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 같은 우리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의 처녀작임을 감안한다면 점수를 높이 주고 싶네요. 상황이나 심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김훈'스러운 느낌도 받았구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앞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읽은 지가 꽤 되었습니다. 10여 일 지났네요. 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읽어 독서 노트를 못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만 떠올려 끼적여 보았습니다. 조금 숙성시켜 흔적을 남기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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