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89 [서평]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가볍게 즐기는 방화같은 소설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적어도 아직은 책을 읽으면 막연한 의무감에 서평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짧은 서평' 이라는 말머리와 함께 올리는 글 대다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하루 이틀 안에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는 단어 중 가장 굵직한 것 몇 개를 붙잡아 끼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너무 개인적이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일단 누군가가 봐준다는 가정하에 적당히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 읽은 후 머릿속에 남아 부유하는 단어들을 억지로 떠올려도 많지 않은 책들이 있습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 위주의 글이 그 중 하나일 것인데 바로 이 책 《고령화 가족》이 그 범주에 속합니다. 그런 책들은 가볍게 즐겨도 되겠지하는 마음.. 2019. 1. 7. [서평] 천명관의 《고래》 - 인간 욕망의 대 서사시, 한국판 《백년 동안의 고독》 - 추천!! 고래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띠지에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책장을 넘긴 속도, 시시때때로 솟구치는 카타르시스에 띠지의 글이 빈말이 아님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저자 '천명관' 이름 석 자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비슷한 향기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었는데 현실과 설화의 교묘한 조화와 한 명도 소홀히 하지 않는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의 짧지 않은 시간의 웅장함에서 그 향기는 더 짙어졌습니다. 다만 저자가 직접 '그것은 노벨문학상의 법칙'이라고 말한 것 처럼 책을 덮고 받은 충격과 허허로운 감동과 풍기는 아우라는 《백년 동안의 고독》이 훨씬 우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필자가 《고래》에 높은 점수를 .. 2019. 1. 7. [서평] '육아신'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스트레스 처방전《아이의 스트레스》 - 옮기는 글 추가 아이의 스트레스 오은영 지음/웅진리빙하우스 큰 아이가 올해 4살입니다. 요즘 한창 말문이 트여 입만 열면 왜? 를 끊임없이 토해내는 녀석인데 솔직히 대처에 있어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일례로 머리 감는 것을 싫어한 것이 지금은 물 자체를 무서워해서 여름에 아이들이 분수에서 뛰어놀 때도 근처에도 가질 않습니다. 지금도 저녁에 머리를 감길 때마다 엄마는 곤욕을 치른답니다. SBS 는 이런 부모들에게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평소 TV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라 꼭 챙겨보지는 않고 게다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괴팍해진 아이의 행동을 행여 내 아이가 보고 따라 하지 않을까 싶어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채널을 돌려버릴 때가 잦았더랍니다. 그럼에도 아이의 이상행동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분..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지식 ⓔ》Season 7 - 헌법 제1조2항에서 구럼비까지 지식 e - 시즌 7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성찰'을 이끄는 지식, EBS의 지식채널e의 출판 본 《지식 ⓔ》가 벌써 이 나왔습니다. 첫 방송 이후 햇수로 7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이 보고 많이 알게 된 셈입니다. 이젠 어떤 힘에 의해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지식 혹은 알게 된 후 밀려드는 불편함에 스스로 외면했던 그런 자·타의 지식에 대한 통증을 수반하는 '앎'에 조금은 숙련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인간다워진 것 같은데 여전히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은 예판으로 구입했습니다. 받자마자 과독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지식의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번 시즌은 큰 분류는 직선으로 가다(直,JUSTICE), 사선으로 가다(斜,ISSUE), 곡선으로 가다(曲, SOLIDARIT..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6》, 眞Verum, 善Bonum, 美Pulchrum 지식 e - 시즌 6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된 6권의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식 Knowledge와 지혜 Wisdom은 다르다고 하고 또 혹자는 지혜로 발현되지 않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므로 지식은 곧 지혜라고 강변합니다. 저 또한 후자에 더 마음이 갑니다. 우리 뇌에 흡수된 지식은 어떤 형태로든 쓰이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궤변을 늘어놓자면, 지식智識은 사람들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토대로 한 사유思惟이며, 사유의 결정체가 텍스트 化 한 게 책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텍스트의 소개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통해서 적지 않은 지식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접했고, 그렇게 짧은 시간의 조우는 각 지식의 진면목을 맛보기에는 조금 모자랄 수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5》,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 지식 e - 시즌 5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지식 e 시리즈'를 사서 읽기 시작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고, 오늘 5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제 구입한 책 중 마지막 한 권을 남겨두고 있는데 하루에 조금씩 읽어도 올해가 가기 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5는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각 지식에 대한 서플먼트로 관련 있는 인물의 인터뷰가 수록된 지식에 대한 보충설명을 대신합니다. '미디어 몽구'와 최근 '나꼼수' 콘서트를 기획한 공연연출가 탁현민 씨를 비롯한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사람들과 무겁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공감할 수 있게 되었거나 또는 새로운 분야에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분들의..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4》 In Vistro / In Vivo / In Situ 지식 e - 시즌 4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두 편씩 읽기 시작한 지식 e 시리즈를 어느덧 4권까지 읽었습니다. 시즌 4의 주제는 'In Vistro, In Vivo, In Situ' 이며, 이는 생물학에서 '기구 내 실험, 체내 실험, 본래의 장소'를 일컫는 용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일상의 테두리 밖에서 세상의 결을 따라 걷다가 다시 삶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옵니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세계 곳곳을 들여다보고 공감한 뒤에 다시 우리의 삶속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게 되는 여정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러 사례를 들어 '옮은 보수'와 '나쁜 진보'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럽과 북미가 세계의 중심으로 그려진 세계지도..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3》 - 창조성,폭력성,윤리성 지식 e - 시즌 3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지식 e의 세 번째 단행본을 읽었습니다. 시즌 3 에서는 Homo artex(창조성), Homo violence(폭력성), Homo ethiques(윤리성)에 관련된 지식을 모아 3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전 시즌과 비교해서 지식의 편수가 줄고 설명이 늘었으며 그만큼의 무게가 더해진 '지식'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 문제가 되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시끄러울 때 광우병관련 지식을 다뤘다가 PD가 교체되었던 지식도 수록되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빛이 있는 곳엔 반드시 어둠도 함께 있다고 합니다. 현대사회의 화려함에 가려진 어두운 면,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러한 무거운 진실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 무겁고 먹먹함에 대한 대처는 시간이 지.. 2019. 1. 6.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2》 - 희노애락 지식 e - 시즌 2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얼마 전 《지식 e》'시즌 1'에 이어 오늘 '시즌 2'를 다 읽었습니다. '시즌 2'는 희·노·애·락에 관련된 지식 각각 10편씩 모두 40편의 지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제법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이만한 책이 없어 보입니다. 시즌의 주제에 맞게 희·노·애·락에 맞게 구성된 지식은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감정의 기복을 따라 함께 느껴가며 여행을 떠나는 느낌입니다. 다루는 분야도 폭넓어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인문을 비롯하여 음악에 관련된 내용 등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지식 e》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조금씩 무겁기 때문에 희喜를 다루면서도 결.. 2019. 1. 6. [서평]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우리는 '사진'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학습한다!!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타인의 고통》은 《사진에 관하여》의 연장 선상에 있는 책입니다. 지난해 《사진에 관하여》를 읽은 후부터 필자에게 '수전 손택' 은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느냐가 아니라 '사진' 그 자체가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사유를 이끌었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을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사진의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밑 지식이 너무 부족해 잠시 내려두고 다른 참고 도서를 먼저 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작에서 손택은 사진史 관점에서 '사진'의 의미를 다루었다면 《타인의 고통》에서는 근대 제국주의적인 세계사 속에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사진'이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조금은 불편한 이미지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까지.. 2019. 1. 5.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4권 《저녘의 해후》- 가식의 80년대를 옴소롬히 담은 책 저녁의 해후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적게는 가정에서부터 회사, 크게는 나라도 시끌시끌합니다. 독서의 방법도 문제가 있어 요즘 들어 지지부진함을 더합니다. 그 속내들 조금 들여다보면 조금은 버거운 몇 권의 책을 병렬로 읽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과 기태완의 《꽃 들여다보다》와 장정일의 《생각》과 같은 적잖은 내공을 요구하는 인문학책들을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고 있고 거기에 박완서의 단편 또한 병행해서 읽었으니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박완서의 단편집 6권을 1권부터 내리읽고 있는 터라 처음 느꼈던 충격 - 처음 만난 박완서의 섬세한 문체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 은 권수를 더해가며 조금씩 무뎌지.. 2019. 1. 5. [서평] 이영미의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맥락화의 오류는 불편하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기는 유익한...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이영미 지음/두리미디어 언제부턴가 '세시봉'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김세환, 송창식과 관련된 말인 건 확실한데 그 쉬운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을 걸 보면 당시 제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세시봉이라는 간판을 내건 호프집이 생겼고 그때야 꽤 인지도 있는 말인가 싶었고, 알고 보니 '매우 좋다'는 뜻의 불어로 70년대 서울에서 지식인들이 모여 대한민국 포크를 이끌었던 음악감상실이라고 합니다. 그 시대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포크의 함축적인 의미입니다. 돌이켜보면 올림픽이 열렸던 중학생이었던 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커다란 모노 녹음기로 녹음해서 가사를 적고 따라 부르며 노래를 배웠습니다. 당연히 당시 그 노래가 포크인지 알 리가 .. 2019. 1. 5. [서평] 김훈의 《개》 - 보리가 바라본 '아름다운(?)' 인간사!? 개 김훈 지음/푸른숲 컹컹컹...우우우... 어느 날 소설가 김훈이 《개》가 되어 세상을 향해 짖습니다.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어가는 시골의 한 마을에서 진돗개 '보리'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보리'의 굳어진 "발바닥의 "임을 머리말을 통해서 미리 일러줍니다. 아마도 보리는 작가 김훈이겠지요. "주인님이 보리! 라고 나를 부를 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수많은 개들의 한 마리가 아니라 주인님의 개가 될 수 있"음에 소박한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개입니다. 보리는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고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랍니다. 하지만 똥을 먹으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참을 만큼 멋진 철학을 가진 개이기도 합니다. 또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그러나 어느.. 2019. 1. 5. [서평] 김아타의 《Atta Kim : ON-AIR》 - 관념 실체화의 대가 김아타를 만나다! - [2012년 5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Atta Kim : ON-AIR 김아타 지음/예담 그동안 김아타는 매스컴을 통해서 뉴욕과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을 증발시켜버린 사람으로, 그의 작품이 억대에 거래되는 사진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정정합니다. 김아타는 예술가입니다. 아니 부산대학교 동양미학과 이진오 교수는 "김아타, 그는 아티스트이기보다는 사상가이다."라고 합니다. 눈도 귀도 얇은 저는 이제부터 김아타를 사상가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 《Atta Kim : ON-AIR》는 그의 세계관 즉, '아타이즘'에 대한 실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의 작품 한 점 한 점이 범상치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들이 결코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전 이 책 속의 필력에서 확인합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 2019. 1. 5. [서평] 김영민의 《공부론》-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알면서 모른 체하기 김영민의 공부론 김영민 지음/샘터사 김영민의 《공부론》이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다 읽었느냐구요? 네 일단 완독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책장을 한 장 넘기는데 제법 힘이 드는 책입니다. 천천히 음독하며 집중하면 뜻이 보이기에 중도에 포기하고 픈 마음 간신히 붙잡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공부란 무엇이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힌트를 이 책에서 얻고자 힘이 가장 컸고 거기에 약간의 지적 허영심이 부채질 한 까닭에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소득은 있어 이렇게 졸필이나마 끼적여 느낌을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먼저 '슬럼프'에 관한 내용은 또 다른 블로그에서 조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mindeater.tistory.com/1605.. 2019. 1. 5.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5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쓸쓸함, 슬픔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독서가 지지부진합니다. 주말이면 사진을 찍고 셀렉팅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지만, 4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기 시작할 정도로 생활에 여유를 잃어버린 이유가 더 클 겁니다. 시시콜콜한 얘기 꺼내 놓기는 뭐하고, 마음먹었던 초심을 붙잡고 다시금 힘을 내봅니다. 각설하고 올 초에 산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중 5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제법 익숙해졌을 만도 하건만 권수를 거듭할수록 읽기 버거운 것이 또 박완서의 문체인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의무감으로 읽어서 더 그럴 테지요. 조금 더 변명을 하자면, 화자의 밑도끝도없는 이야기의 곁가지들이 너무 많고 다시 큰 흐름으로 돌아오더라도 전혀 다른 결.. 2019. 1. 4. [서평] 박완서 단편소설집 6권 《그 여자네 집》- 현실적인 삶에 대한 면죄부를 나누어 받다... 그 여자네 집 박완서 지음/문학동네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을 구매한 지가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1권인《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올 초에 읽고 흔적을 남긴 후 꼬박 1년이 걸린 지금에야 마지막 6권을 읽었습니다. 사실 내년으로 넘기고 싶지 않은 약간의 고집과 의무감으로 읽었고 조금은 후련하기까지 하니 故 박완서 작가에게는 미안한 마음 또한 없지 않습니다. 6권인 《그 여자네 집》은 1995년 1월 부터 1998년 11월에 발표한 박완서의 마지막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나이와 함께 작중화자의 나이 또한 많아지고 다루는 내용도 노인의 삶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고 진솔한 느낌입니다. 그 진솔함이 읽는 동안 부모님께서 정정하시고 두 아이의 아빠인 제게 슬프기도 때로는 허허롭고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2019. 1. 4. [서평] 무라카미 류 《69 sixty nine》- 유쾌한 젊은 혈기가 충만한 책 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이 책은 1969년 눈만 뜨면 '이불'과 '베개'와 '화장지'를 생각하는 17세 고교생 겐의 요란한 학교생활을 여느 흥미진진한 청춘물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을 보자마자 1969년의 일본의 시대상황을 엿보고 그 시대를 오롯이 살아가는 고교생의 사유가 텍스트에 고스란히 녹아있겠지…… 라고 생각한 건 거짓말이고, 다분 문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숫자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1969년은 프랑스의 68혁명을 이어받아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일본의 학생들은 '전공투'로 극에 치닫던 시대였습니다. 기성세대들은 말합니다. 먹고 살만큼 우리가 노력해서 풍요로워졌는데 뭘 더 원하느냐? 너희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피를 흘리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일까? 너희는 .. 2019. 1. 4. [서평]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또 다른 나의 고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 2019. 1. 4. [서평] 최인호의 《달콤한 인생》 - 길 없는 길에서 찾는 길...[2012년 8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달콤한 인생 최인호 지음/문학동네 "현실의 상징적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동시대의 현실에서 찾기 곤란할 때 옛 신화나 설화의 상상 공간에서 그 힘을 빌려오고자 했던 사례는 근대 모더니즘 이후의 세계문학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비록 현실에 길이 없더라도, 길 없는 길에서 길 찾는 길은 무한히 많은 법이다. 길은 없으면서 있다. 길이 없더라도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른다. 그래서 길은 있다. 작가 최인호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길을 내며 길을 걸어온 상상의 나그네다." 함께 수록된 문학평론가 서강대 우찬재 교수의 평론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이 책 최인호의 《달콤한 인생》은 천주교와 불교적 분위기 속에서 적요하게 풀어낸 단편을 비롯하여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설화 속 이야.. 2019. 1. 3. [서평] 히로세 다카시의 《체르노빌의 아이들》- 여의도에 원자력 발전소를... 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프로메테우스 우리 그리고 이전의 '어른'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동물입니다. 지구 곳곳에서 흐르는 물을 막고 나무를 베어내고 커다란 구멍을 뚫고 산을 없애고 바다를 육지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무색하게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습니다. 그 중엔 인간이 창조해낸 에너지인 원자력, 탐욕의 연료가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이자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는 원자력 산업에 대해서 맺음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은 원래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군수산업 가운데 단연 으뜸인 업종이다. 따지고 보면, 원자력 산업의 보급은 1950년대 일군의 독점자본가들이 돈벌이를 위해 그 보급을 획책한 데 기인한다... 2019. 1. 3. [서평] 운명을 바꾸는 《공병호의 공부법》- 공부를 위한 공부법 !? 공병호의 공부법 공병호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많은 사람이 '공부'는 특정 분야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고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과 특정 직군에 속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자어 공부工夫를 풀이하면 '지아비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나 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중국어는 '쿵푸'이고 무술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게 보면 엉덩이의 힘으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고 '가치(?) 창출'을 위해 들이는 모든 행위를 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산 설비를 갖추고 노동자의 작업에 의해 상품을 만드는 곳을 공장工場이라고 하죠. 《공병호의 .. 2019. 1. 3. [서평] 위화 《인생》-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진다는 것!! 인생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푸른숲 한동안 자신의 팔목에 '삶'이라는 문신을 새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시절 남들과는 다른 가정에서 앞날에 대한 막막함, 대답없는 메아리에 대한 고통의 치기 어린 발로가 그의 팔에 아로새겨진 '삶'이라는 어설픈 문신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자아(自我)를 의식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며 들여다보게 되는데 혹자는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한숨과 함께 '고통'이라합니다.위화의 《인생》은 격변기 중국 근현대 지독한 역사의 돌풍 속을 살아온 노인 '푸구이'가 들려주는 짧지 않은 삶의 서사시입니다. 반복되는 푸구이의 고통편력에 중반 이후는 책장을 넘기기가 녹록지 않을 정도로 고통의 서사시이기도 합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인생을 듣고 있으면 '이.. 2019. 1. 3. [서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카르페디엠을 넘어 메토이소노로...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열린책들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역자 후기에서)"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습니다. 사실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 책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한 때 조르바 열풍이 불었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조르바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책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제 독서편력에서 늘 발목을 잡습니다. 뿌리치기 위해 읽어야지요. 역자의 후기에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등이 저자인 카잔차키스의 영혼에 입김을 불어넣은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 중 조르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부끄럽지만 마지막 역자의 후기까지도 지루하기 짝이없어 책장 넘기는 것 자체가 필자에겐 고역이었습니다. 조르바라.. 2019. 1. 3. [서평]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바스러져서 가루로 흩어지는 것들을 애써 붙잡다...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문학동네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 중생의 말로 '사랑'이라고 쓸 때, 그 두글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부재와 결핍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 같아서 겁 많은 나는 저어했던 모양이다. 그러하되, 다시 돌이켜보면, 그토록 덧없는 것들이 이 무인지경의 적막강산에 한 뼘의 근거지를 만들고 은신처를 파기 위해서 사랑을 거듭 말할 수밖에 없을 터이니, 사랑이야말로 이 덧없는 것들의 중대사업이 아닐 것인가."' 작가의 말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김훈의 텍스트를 읽다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 '허허로움'입니다. '김훈'이라는 이름만 보고 거부감 없이 집어 든 책 《내 젊은 날의 숲》은 늙고 바스러져서 가루로 흩어지는.. 2019. 1. 2. [서평] 레오폴드 쇼보 《늙은 악어 이야기》- 황망함에 당황스럽던 작품 세 편 늙은 악어 이야기 레오폴드 쇼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북타임 이 책 참 난감합니다. 길지 않은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생각보다 -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 어렵더군요. 인간사 부조리를 꼬집는 풍자소설로 생각했는데 통찰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는 그저 황망함에 당황스럽습니다. 세계사적 지리적 지식의 부족으로 풍자 뒤의 본 모습을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이 없었기 때문일겁니다. 분명 뭔가 있는데 말이죠... 수록된 단편 수가 만만하기에 한 편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는 나일강 유역에서 사는 늙은 악어는 중풍과 류머티즘에 시달리며 사냥도 못하다 결국 증손녀의 아들을 잡아먹으면서 시작합니다. 그 일로 동족들에게 쫓겨나 바다로 나갔고 운 좋게 다리가 10개인 문어를 만나 도움을 받으면서 그.. 2019. 1. 2. [서평] 조정래 《허수아비 춤》- 멀고도 어려운 길 '경제민주화' - [2012년 11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조정래 지음/문학의문학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 마하트마 간디 목하 대한민국은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당연 "경제 민주화"입니다. 각 진영의 공약에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 측 후보인 박근혜도 경제민주화의 기수로 알려진(?) 김종인을 필두로 재벌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재벌이 문제가 있기는 한가 봅니다. 시기적절하다고 해야 할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을 읽었습니다. 지난해 조지 오웰의 에 등장하는 '빅브라더' 격인 미국. 그 대형(大兄)의 나라 한복판인 월가에서 '1%에 맞선 99%의 점령'이라는 구호와 함께 시.. 2019. 1. 2. [서평] 조남주의 《귀를 귀울이면》- 물질앞에서 앙앙불락대는 소시민의 악머구리 귀를 기울이면 조남주 지음/문학동네 우리 사회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어찌 우리나라뿐이겠습니까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이루는 세상이 다 그러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중국의 춘추적국시대인 BC 200년쯤에 초(楚)나라가 한(漢,)나라에 패한 후 도망간 항우에게 유방이 황금 일천 근과 영지 일만 호 그리고 영주 자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나라 군사들은 짐승으로 돌변하여 항우를 뒤쫓습니다. 항우의 머리는 둘째고, 시체를 서로 차지하려고 잡아당기는 바람에 두 팔, 두 다리, 머리 등 다섯 토막으로 찢어져 나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걸 보면 물질 앞에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물질문명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돈의 위력.. 2019. 1. 2. [서평] 정민 《다산어록청상》- 옛 어른의 말씀 맑게 감상해보기 다산어록청상 정민 지음/푸르메 다산(茶山)에 관련된 책은 쉬운 책 위주로 챙겨보는 편입니다. 이유는 다산의 후손이라는 점과 그러면서 다산(茶山)을 잘 모른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입니다. 이 책 《다산어록청상》도 그러한 이유로 재고 없이 선택한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의 집필 배경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이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어 갔을 때, 이웃에서 우연히 반쪽자리 『퇴계집』을 얻었고, 매일 "새벽에 한 편 읽고 오전 내내 음미하다가 점심 먹고 나서 그 아래에 자신의 단상을 적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나간 글 묶음이 「도산사숙록」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인 정민 교수가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다산시문선』을 초록하여 책을 집필하고 남은 카드를 매일 하나씩 자신의 감상을 붙여 만든 .. 2019. 1. 1. [서평]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훗날 나만의 바람 같은 이야기를 꿈꾸며...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저는 일본에 사는 호시노 미치오라는 학생입니다. 책에서 그 마을 사진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곳 생활에 흥미가 많습니다. 방문하고 싶지만, 그 마을에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니, 모쪼록 어느 댁에서든 저를 받아주실 수 있을런지요. ······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234쪽" 도쿄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알래스카의 쉬스마레프 마을 풍경은 한 청년의 운명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는 곧 그 마을을 수신으로 위와 같은 편지를 띄웠고 그렇게 알래스카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 책은 1989년 《주간 아사히》에 일 년간 연재한 원고를 손질하고 새로 쓴 원고를 보태서 묶은 것.. 2019. 1. 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