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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BS 지식채널 《지식 ⓔ》Season 7 - 헌법 제1조2항에서 구럼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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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7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성찰'을 이끄는 지식, EBS의 지식채널e의 출판 본 《지식 ⓔ》가 벌써 <시즌 7>이 나왔습니다. 첫 방송 이후 햇수로 7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이 보고 많이 알게 된 셈입니다. 이젠 어떤 힘에 의해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지식 혹은 알게 된 후 밀려드는 불편함에 스스로 외면했던 그런 자·타의 지식에 대한 통증을 수반하는 '앎'에 조금은 숙련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인간다워진 것 같은데 여전히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시즌 7>은 예판으로 구입했습니다. 받자마자 과독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지식의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번 시즌은 큰 분류는 직선으로 가다(直,JUSTICE), 사선으로 가다(斜,ISSUE), 곡선으로 가다(曲, SOLIDARITY) 이며 각각 10편씩 30편의 엄선된 지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DVD까지 포함되어 있어 영상까지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 수록된 지식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헌법 제1조2항의 인용과 함께 올해 선거를 염두해 둔 투표 독려의 지식입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전 제19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투표용지의 "가로 10cm 세로 22.1cm 똑같이 갖는 한 칸 1.3cm의 권력"을 읽어 내려가면서 55퍼센트로 나타난 총선 투표율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쓰디쓴 말을 곱씹을 뿐입니다.

 

"비정규직 비율 세계 치고, 극심한 청년실업, 자살률 급증과 출산율 급감, 고령화 속도 세계1위,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OECD 최장 노동시간, 소득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공공도서관 수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지출 비용 OECD국가 꼴찌,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학 등록금"

 

"이처럼 한국 사회는 조금만 훑어봐도 일반 서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라는 머리글의 다소 냉소적인 선대인 소장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얼마 전 총선에서 45%의 가장 큰 권력을 포기한 국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극우 보수 언론이 말하는 삐딱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길이 멀어 보여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하듯이 감추어진 것들을 들춰내 똑바로 보고 가슴에 새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식ⓔ>는 우리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특별한 책임입니다. 특히 <시즌 7>에는 위에 열거된 문제를 포함하여 현 MB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정책들도 적잖이 갈무리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부끄러움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이주노동자 정책 편을 펼쳐봅니다.

"그래도 독일은 어느 정도 상식이 통했죠. 처음부터 노동조합 가입도 했고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도 받고 있었으니까요." - 1973년 파독광부 조기상 씨



최근 출간 된 SBS 스페셜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에서 단일민족과 사대의식으로 편협해진 우리의 시각은 피부색이 다르고 못 사는 나라의 '손님노동자'의 차별과 학대를 목도했는데, 파독광부 조기상 씨의 말을 듣고 상식이 통하는 독일이라는 나라를 또 한번 달리 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은 국가 재건을 위해 아시아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였고, 이후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언어교육, 취업교육 등을 제공하는 현실적인 '이주자 정책'을 실시합니다. "독일은 노동력을 원했지만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왔다"고 했던 독일의 어느 소설가의 말이 부럽고 반면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오죽했으면 파독 노동자들이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소식을 듣고 같은 이주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껴" 그들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까 싶습니다.


또한, 눈여겨 볼 문제로 140페이지의 <위험한 거래>편의 영리 병원 문제입니다. 2010년 2월 삼성은 세계적인 바이오제약업체인 미국의 퀸타일즈와 함께 자본금 3,000 억원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이 지분의 90%를 소유하고 있는 이 합작사는 2016년 송도에 영리병원을 개원한다고 합니다. "병원이 돈벌이 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인데 조금 더 속물적으로 군다한 들 어떠냐고 반문하"는 영리병원 찬성론자들과 MB 악법에 힘입어 탄생한 조·중·동의 종편이 힘을 싣고 있는 형국입니다. 적잖은 갈등이 예고됩니다.


부조리한 세월을 온몸으로 관통한 사내 무위당 장일순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우골탑 잔혹사로 풀어내는 세계 1위의 미친 등록금의존도 이야기, 나꼼수, 소신껏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폴리테이너들, 원자력을 수출하는 나라 그리고 각 지식에서 연상되는 이명박 정부의 이상한 정책들, 이 책은 그렇게 헌법 제1조2항에서 구럼비까지 우리 주변의 가려진 일들부터 '앎'의 가치가 있는 먼 나라의 사람, 지식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2012년의 두 번째 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둔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이젠 듣기도 싫은 그들의 구호 '성장이냐 분배냐?'를 떠나서 무엇이 진정 우리에게 이로운지 스스로 반문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한숨보다는 가슴 따뜻한 지식의 <시즌 8>을 기대하면서 2012년 희망을 끝까지 붙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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