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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5》,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

글: HooneyPaPa 2019.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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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5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지식 e 시리즈'를 사서 읽기 시작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고, 오늘 5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제 구입한 책 중 마지막 한 권을 남겨두고 있는데 하루에 조금씩 읽어도 올해가 가기 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5는 인간(人間) 그리고 인생(人生)에 관한 스무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각 지식에 대한 서플먼트로 관련 있는 인물의 인터뷰가 수록된 지식에 대한 보충설명을 대신합니다. '미디어 몽구'와 최근 '나꼼수' 콘서트를 기획한 공연연출가 탁현민 씨를 비롯한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사람들과 무겁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공감할 수 있게 되었거나 또는 새로운 분야에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분들의 인터뷰들로 제법 유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인터뷰가 약간은 따로 논다는 느낌에 초반 책장 넘기기가 쉽지는 않았고, 수록된 지식에 대한 심화학습은 독자의 몫인 게 작은 불만으로 남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머리 위에서 부유하는 지식! 몇 개를 붙잡아 두서없이 글로 옮겨봅니다. 벌목 반대 비폭력 운동의 이름이 된 칩코 안돌란 - 힌두어로 '나무를 껴안는다"는 뜻 - 의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모든 통신사업자가 감청설비를 갖춰야만 영업이 가능한 우리나라의 통비법과 패킷 감청의 실체를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씨로부터 들었을 때는 조지 오웰이 그렸던 《1984》가 2011년에 재현되고 있음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용산 철거민 참사 故 양회성 씨 유족 김영덕 씨와의 인터뷰 마지막에 지난 선거에서 MB를 찍었던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의 몸서리는 극에 달합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가난한 발명가인 테슬라와 거대기업 'GE'를 운영하는 유명한 발명가 에디슨의 이야기가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에디슨에게 찾아가 "직류가 아니라 교류로 전기를 공급하면 더 싸고 강력하고 편리한 전기를 보급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이미 직류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해놓은 상태였던 에디슨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교류는 위험해!" (224쪽) 라고 일축해버립니다. 에디슨에 대한 호감도가 살짝 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인도인 보노짓 교수와의 인터뷰는 백인과 동아시아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에 혀를 차면서도 미얀마 출장 때 못사는 나라에 대한 편견에 우쭐해 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인종차별을 몸소 체험한 보노짓은 폐쇄적인 한국사회와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삶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강변합니다.


마지막으로 '슬로 라이프 운동' 지도자 쓰지 신이치 씨는 나무늘보 클럽을 통해 선진국 도시민들의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위해 남미의 아름다운 산이 파헤쳐 광산으로 개발되는 것을 저지했고, 얼리어답터 습성을 버리고 하나의 휴대폰, 하나의 컴퓨터를 가능한 오래 쓰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없어도 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그것들 없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답임을 설파하는 부분인 329쪽에서 밑줄과 함께 별 다섯 개를 그려넣었습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대표되는 가진 게 많아서 불행한 나라들, 그곳에서 다국적 기업(국내 기업들도 포함)은 경제논리인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로 비인도적인 일들을 목도하지만,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자조적인 질문에 신이치씨는 직접적인 답을 준 셈입니다.



지구인의 상식어 중 하나가 인권이라고 합니다. 제각기 생각하는 내용은 다를지라도 인권이라는 어휘를 모르는 사람은 지구인의 자격이 없다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서울대 안경환 교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합니다. 지구인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또, 그 무자격의 지구인들에 의해 유린당하는 우리 이웃은 또 얼마나 많은지 지식시리즈와 함께 해오면서 공감하며 깨우치고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제 여섯 번째 《지식e - 시즌 6》을 책장에서 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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