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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EBS 지식채널 e 《지식 e - 시즌 4》 In Vistro / In Vivo / In Si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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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4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두 편씩 읽기 시작한 지식 e 시리즈를 어느덧 4권까지 읽었습니다. 시즌 4의 주제는 'In Vistro,  In Vivo, In Situ' 이며, 이는 생물학에서 '기구 내 실험, 체내 실험, 본래의 장소'를 일컫는 용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일상의 테두리 밖에서 세상의 결을 따라 걷다가 다시 삶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옵니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세계 곳곳을 들여다보고 공감한 뒤에 다시 우리의 삶속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게 되는 여정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러 사례를 들어 '옮은 보수'와 '나쁜 진보'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럽과 북미가 세계의 중심으로 그려진 세계지도에 숨겨진 의미도 알게 됩니다. 또한, 백인우월주의와 세계 곳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깨어 있는 사람들의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얼마 전 암으로 죽은 스티브 잡스의 회사 애플의 이야기를 다룬 네 번째 사과에 대한 이야기, 한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일생을 바친 두 수녀님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접했습니다. 그 밖에도 시즌 4 에서는 국내외 사회현상들에 대한 다양한 지식 3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즌 3부터는 소개되는 지식의 무게가 더해지고 해설 또한 더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1859년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자 가장 열렬히 환영한 사람들은 부자와 권력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한 자연선택의 법칙(생물진화론)을 개인·집단·인종에 기계적으로 적용시긴 이론인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이 나오게 됩니다. 오늘날 흔히 다윈 진화론의 핵심개념처럼 이해되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도 사실 다윈이 아니라 사회진화론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허버트 스펜서였다고 합니다.


19세기 말 미국은 스펜서의 '과학적 사회론'에 열광했고, 자연세계의 적자생존 법칙을 우열의 문제로 고착시키고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룰을 인간사회에 고스란히 재현하고자 했던 사회진화론은 훗날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조금은 무거운 화두를 꺼내든 이유는 과연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양육강식의 세계에서의 생존자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어쩌면 앙앙불락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들?이 만든 팬옵티콘속에서 살아가며 그곳에서의 안주를 행복으로 알고 때 되면 파란약을 삼키고 있지는 않나 자문해봅니다.


우리가 처한 주변의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 본다면 지금껏 우리를 대변해온 부자와 권력자들이 결코 우리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지식은 알게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 불편함은 이내 모피우스의 파란약을 삼키며 애써 현실에 안주해야 할지 아니면, 빨간약을 먹고 그 부조리함에 목소리를 높일지 고민의 기로에 서게됩니다. 어쩌면 빨간약을 먹은 사람들은 빨갱이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저처럼 대다수는 적당히 타협하며 파란약과 빨간약을 나뭐 먹으며 살아가는 걸 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얘기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지식이라고 말이죠..그런데 실제로 치우쳐 있는 잣대를 애써 중심을 잡으면 그게 중도적 지식인지 되묻고 싶기도 합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중도가 과연 중도인지... 말입니다. 처음엔 가볍게 사회과학적인 지적 허영심에 집어든 지식e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적잖이 심란해진 요즘입니다.


요즘 SBS의 사극『뿌리깊은 나무』가 인기입니다. 세종대왕역을 맡아 열연하는 한석규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이 책은 600년 전에 기득권층인 사대부의 반대에도 그저 하루하루 끼니나 걱정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글'이라는 무기를 주었던 세종대왕님의 혜안과 지식e의 목적은 이러한 측면에서 그 궤를 같이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이라는 기치를 내건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한 <'위험'한 힘> 편에서 외국의 어떤 노숙인의 말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머리위를 떠돕니다.

 



"인문학을 배우기 전에는 욕이나 주먹이 먼저 나갔어요.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거든요."

 



지식 e는
읽고 나면 불편하지만 매트릭스의 팬옵티콘을 벗어나게 해주는 '모피어스의 빨간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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