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노신 지음/창
3개월 전 루쉰의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를 읽고 노신(루쉰)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인 창(窓)에서 '아침꽃' 이후 몇 개월 후에 출판된 노신의 서한집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유세종씨가 편역 - 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평전이 위인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라면 평소 철학이 그대로 담긴 서한집을 읽는 것은 평전보다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꽃'을 행간의 뜻을 놓칠세라 읊조리듯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던 것과 비교하면 본 서신집은 제법 빠른 시간내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아침꽃'에서 받았던 감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잡문집과 소설이 아닌 그의 철학이 옴소롬히 녹아든 서신 속의 글들은 저작(咀嚼)하듯 씹어 음미하기엔 너무 썼습니다.
노신은 이 책의 226쪽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새로 쓸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결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회와 격리되어 소용돌이 속에 있지 않다 보니 느낀 것이 천박하여 작품을 써낸다 해도 훌륭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기념비적인 작품인 《아Q정전》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시대적인 상황에서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번역, 출판 및 젊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바로잡아주는 활동에 대부분의 사간을 보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일본 유학 중 강의실에서 본 비디오 - 공개 처형당하는 중국인을 쳐다보던 중국인들의 눈빛 - 는 그에게 메스 대신 붓을 들게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혁명 문학, 그 최선두에 선 노신은 30여 년 정부와 국민당의 백색테러, 암살의 위협에 음지로 숨어들어야 했고, 러시아나 외국의 좌경문학을 번역해서 출판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막심 고리키는 위대한 사람으로서 그와 비길만한 사람이 없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324쪽)
"헛소문도 세 번 알리면 현명한 어머니도 북을 놓고 의심이 생겼다 하고, 천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니 병이 없던 사람도 죽었다 합니다." (294쪽) 어용지식인들의 유언비어로 죽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매국노로 지목되어 바로 잡는 글 또한 여러 서신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제자 허광평과 결혼해서 딸 해영양을 두었습니다. "아이는 가끔씩 볼 때는 반갑더니 정작 기르면서 하루종일 같이 있자니 여간 성가시지 않습니다." 라던 대목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는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고 살며시 미소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의 잡문집의 글처럼 전율마저 느껴지는 풍자적 글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벨상마저 거절하며 오롯이 나라의 미래만을 생각했던 노신의 삶 그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더 없는 책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인기에 부합하지 못해서인지 새책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알라딘 중고 샵을 통해서 구했는데 책 상태는 헤지거나 쩍쩍 갈라져 있더군요.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며 겨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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