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노신 지음, 이욱연 옮김/창
"한 편 한 편이 차례차례 저의 신경을 자극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p168) "라고 하던 쁘띠(小)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스물 한 살 어느 청년의 편지 속 글귀가 이 책에서 받은 제 솔직한 심정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 청년은 덧붙여 "아무 것도 모르던 때가 행복했습니다.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독약을 먹인 것은 선생님입니다." (p170) 라는 말로 격변의 중국 근대사에서 노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노신(루쉰)의 산문집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도서출판, 창, 16쇄, 1994)을 읽었습니다. 정독과 낭독을 겸해서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읽었습니다. 심지어 책 뒤표지 안쪽 한 귀퉁이에서 광고하는 그의 다른 책인 서한집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를 봤을때는 절판임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해 원가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재고(再考) 없이 바로 주문했을 정도입니다.
이 책을 편역한 이욱연 씨는 서문을 통해서 "노신의 글들은 천천히, 저작(咀嚼)하듯 읽어주기 바란다. 입에서 한참을 굴리며 침을 충분히 바르고, 알맞게 씹은 뒤에 삼키기 바란다. 그래야만 노신 글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p11) 라고 일러두고 있습니다. 빈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책 장을 더 넘겨 첫 산문부터 느껴지는 아우라에 멈칫하게 되고 이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책을 구하게 된 경위를 생각하니 신통방통하기만 합니다. '정말 잘 샀어!! 정말!!'
수록된 산문들은 1926년 3.18 참변 전후로 급변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노신은 자신의 글의 영향으로 혁명에 뛰어 들어 죽어간 청년이 있다는 생각에 한동안 붓을 놓았습니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식인 파티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문학 한다며 글로 떠들어 대는 것을 독수리에 채여가면서도 짹짹거리거나 고양이에게 잡혀 죽어가는 쥐의 찍찍거림으로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혁신과 글쓰기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문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5장 - 길을 찾아, 희망을 찾아 나는 헤매었다)은 이책으로 노신과 처음 함께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처럼 느꼈고 덕분에 노신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는 착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고금과 동서 그리고 추구하는 주의(ism)를 떠나서 혁명가이자 현자(賢者)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강렬한 인상을 준 산문 안의 지혜들이 제 뇌세포 속에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앞으로의 사고에 적쟎은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됩니다. 이 책으로 노신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애써 말을 줄일 뿐입니다.
+
지금은 '노신'이 아니라 '루쉰'이라고 부릅니다.
지금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인상깊으며 아끼는 책입니다.
2011년 10월 23일에 발행한 글을 2019년 1월 8일 옮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