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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레판토의 외팔이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돈 키호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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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지음, 민동선 옮김/청목(청목사)

 

 

오직 우리 둘만이 한 몸이라 할 수 있으니
그는 오직 나만을 위해 태어났고
나는 그를 위해 태어났다.
그는 행동할 줄 알았고
나는 그것을 적을 줄 알았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1547~1616)




전쟁중에 왼손을 읽고 얻은 명예로운 별명 '레판토의 외팔이' 하지만, 귀국중 해적에게 납치되어 10년간의 노예생활을 하게 되었고 풀려난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기를 당하고 철장신세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종이쪼가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읽어대던 시골귀족은 드디어 자신의 분신 '돈 키호테를' 불러냈습니다.


"러시아가 낳은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돈 키호테》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작품은 선험적으로 인식된 고정관념에 대한 열화 같은 패러독스와 생활에 기름을 치는 유머와 위츠로 장식되어 있다. '그러므로 세르반테스라는 작가 이름은 몰라도 《돈 키호테》라 하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명성만큼 실제로 이 작품을 전부 읽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본국인 스페인에서는 물론이고 대부분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줄거리나 그림책 정도를 본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 411쪽


세르반테스가 생의 말년에 창조한 그의 분신 돈 키호테, 오늘 전《돈 키호테》를 읽은 소수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언력은 양치기라 할지라도 대문호의 입을 가졌으며 신의 모습을 한 기계장치는 없지만 여관에서의 억지스러운 갈등 해소를 보면 같은 시대를 호흡했던 영국의 세익스피어의 희극을 닮았습니다.


작가 스스로 경험했던 불행한 과거는 철학이 되어 불쑥불쑥 돈키호테의 정신을 맑게 하여 곧 장광설이 됩니다. 특히 275쪽에서 281쪽에 이르는 여관에서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편력기사의 탄생부터 전쟁의 폐해 그리고 문인과 무인의 차별 등에 대해서 설파하는 대목에서 돈키호테가 아닌 세르반테스의 아픔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군인의 어려움은 훨씬 더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적으며 대포를 발명한 사람은 지금 지옥에서 그 악마적 발명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한 기저에는 전쟁으로 못 쓰게 된 그의 왼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과 드물지 않게 반복되는 장광설은 함께 호흡하기 버겁습니다. 기사담의 내용을 이야기 할때는 낯선 지명이나 인명의 단어들 또한 톡톡히 한 몫을 거듭니다. 중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야기의 흐름과 크게 관계없는 부분은 빠르게 눈으로 읽거나 읊조려보는 것도 이러한 책을 쉽게 읽는 지혜임을 터득하게 됩니다. 고전의 읽기가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돈 키호테》를 읽었다는 사실이 - 설사 이 책의 진면목을 알았다고는 못하겠지만 - 일종의 후련함으로 다가옵니다.


어디선가 또 다른 미코미코나 공주를 위협하는 거인과 싸우고 있을 우리의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를 떠올립니다. 늙은 노새 '로시난테'를 타고 놋대야를 머리에 쓰고 있으며 손에는 나무 창이 들려 있습니다. 돈키호테의 영원한 시종 '산초 판사'는 그 옆에서 거인이 쓰러지면 자신이 얻게 조그마한 섬나라와 백작이라는 직위를 생각하며 살며시 미소 짓고 있습니다. 제 입꼬리도 살며시 올라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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