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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G.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 우리는 부엔디나 가문의 자손이다.

글: HooneyPaPa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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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문학사상사

 

 

460쪽에 빼곡하게 기록된 텍스트, 부엔디아 일족이 마콘도에 정착한 후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까지 빠짐없이 기록된 백여 년의 역사를 들여다 보는데 주말의 황금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어도 모자라 꼬박 하루가 더 소요했습니다. 후반부로 달려 갈 수록 눈마저 침침해지고 집중력까지 바닥을 보이며 소위 장편의 명작과의 소통이 녹녹치 않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그럴때마다 눈에서만 맴도는 글을 혀의 힘으로 힘겹게 머리로 보냈습니다. 잦은 낭독과 카페인의 도움으로 끙끙대며 마지막 마침표에 이르렀을 때는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산스크리트 어로 기록된 글을 번역하고 얽히고 섥힌 암호를 스스로 해독한 것 마냥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치 긴 여행 후 시차 적응이 필요하듯 평범하지만 낯선 현실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역사의 시초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종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니라' 부엔디나 가문의 영고성쇠를 함축한 양피지에 기록된 예언입니다. 소설을 통해 마콘도 역사를 목도한 후 현실이 마콘도인지 마콘도가 현실인지 한동안 구분이 모호합니다. 현실이 거대한 마콘도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예언부의 후반부를 접어든 우리가 사는 세상말입니다. 많이 비약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노동자에 대한 착취 그리고 학살 또 본능에 따라 사랑을 했고 결국은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 마콘다는 현실과 너무 닮아있습니다. 막대한 재산과 영지를 잃지 않기 위해 근친상간을 일삼았던 - '헨젤과 그레텔'이나 바토리에서 엿볼 수 있듯이 '괴물'이 많이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 중세 유럽을 비롯 우리는 1,2차 지구를 흔드는 전쟁을 했으며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학살이 끊이질 않고 어느 나라든 진보와 보수가 싸우고 있는 현실은 멜키아데스의 양피지 문서에 기록된 예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돼지 꼬리를 달고 태어난 우리의 마지막 후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도 모릅니다. 네. 우리는 모두 부엔디나 가문의 어리석은 자손들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레테르처럼 종종 무너지는 현실과 초 현실의 경계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어느 정도 읽어 내려가다가 저절로 고개를 끄덕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녀 레메디오스가 담요를 타고 하늘로 사라지는 장면(265쪽)에서는 한 참을 멍~했습니다. 완벽한 미(美) 또한 결국 그렇게 허허롭게 하늘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끙끙대며 읽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충격과 재미 그리고 많은 생각거리를 선물해준 책입니다. 윌리엄 제랄드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비중을 둔 책읽기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음을 재확인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쪽에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양날의 검과 같은 이 가계도는 복잡하고 반복되는 부엔디아 가족의 이름들 사이의 관계를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소설의 진행을 유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서 딱 그만큼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독자에게 읽어가면서 스스로 완성해가도록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를 제외한 모든 후손의 이름을 빈칸으로 두고 독자에게 채우도록 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할 일이 있다면 그 가계도에서 이름을 지우고 스스로 채우라고 귀띔해줄 것입니다.



+
이 책 재미있습니다. 무조건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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