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공부법
공병호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많은 사람이 '공부'는 특정 분야로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고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과 특정 직군에 속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자어 공부工夫를 풀이하면 '지아비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나 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중국어는 '쿵푸'이고 무술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게 보면 엉덩이의 힘으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고 '가치(?) 창출'을 위해 들이는 모든 행위를 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산 설비를 갖추고 노동자의 작업에 의해 상품을 만드는 곳을 공장工場이라고 하죠.
《공병호의 공부법》을 읽었습니다. 지금껏 읽었던 공부 관련 서적들이 대다수 인문학을 중심으로 역사와 철학과 고전을 다루는 사람 공부였다면 이 책은 일종의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하우를 수록한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 중에 한 권입니다. 예를 들면 <영어 공부를 잘하는 법>과 같은 실용 서적과 얼개나 그 느낌이 컴퓨터로 찍어낸 듯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공부를 시스템으로 입력, 생산, 출력 프로세스를 나누고 각각의 프로세스를 하위 프로세스로 세분화하고 그 각각의 하위 프로세스에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용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저자는 공부 지름길로 가는 5가지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신의 강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개될 시장 상황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하는 공부가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 팔리지 않는 능력이란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생계도 안 되고 의욕도 솟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은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추진력을 서서히 잃어 버리게 된다.
셋째, '나'만의 능력은 지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분야나 인근 분야에서부터 먼저 찾아야 한다.
넷째, 만만하게 보이는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이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나에게 쉬운 길이라면 남에게도 쉽다. ... 될 수 있으면 남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분야에 주목하라. 게다가 가능하면 어려운 분야에서 어려운 능력에 도전해라.
다섯째, 유행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유행은 비非본질에 해당한다.
정리하면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직업 또는 그것과 관련된 분야에서 남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해서 그 일에 전력투구하는 것"입니다. 특히 저자는 "관심사는 두 가지도 많다"고 지적하며 오로지 한 분야에 고도의 집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한 실용적인 공부법이 적잖습니다. '감정노동'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으며 SNS, 카메라나 신문이나 잡지에 수록된 명사와의 인터뷰를 통한 공부법은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투리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평소 책을 읽으면서 한 호흡에 내리읽지 못하고 며칠에 걸쳐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곤 하는데 종종 '이렇게 읽는 것이 과연 도움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습니다.
지면에 소개된 공부법은 다른 모든 노하우가 모두 그렇듯 훌륭한 방법이며 실천하면 누구든 효과를 봄 직합니다. 그런데 치열하다고 할까요.. 조금 답답함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는 단 한 조각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오롯이 자기 계발에 투자한 자기관리의 완벽한 달인으로 비칩니다. 속된 말로 'FM'이라고 하죠. FM이 좋고 정도라는 건 누구나 아는건데 말입니다. 메모지를 옆에 두고 유익한 TV 프로그램만을 선별해서 시청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여행을 가더라도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좀처럼 쉴 여유를 주지 않는 등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부 맞는 말인데도 말입니다. 러브씬 없는 액션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듯이 쉬어가는 페이지가 없이 도움말만 있는 책은 중간에 덮기 마련입니다.
덧붙여 '강의'라든지 '책 쓰기'에 대한 다소 보편적이지 못한 실례가 자주 예로 사용되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업무상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또 책도 내보고 싶은데도 말입니다. 저자의 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겠지만, 대다수의 독자에겐 준비된 선지식이 없어 공감이 아니라 방법론으로 한정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좀 더 보편적인 실례가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찍어내기식 자기 계발서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장사(?)도 잘 되구요. 공부는 늘 해야겠다고 어려운 책을 붙들고 있지만, 책 속의 내용처럼 업무와 연관지어 한단계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미비하나마 저 자신을 돌아보게 했으며 또 꽤 나태해진 마음에 의욕을 심어준 책임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