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 10점

황대권 지음/도솔


먼저 책의 느낌을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인 황대권씨와 책의 배경 등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서울농대를 졸업했지만, 유신철폐운동과 반정부투쟁을 했고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미국 유학 중 제3세계 정치학, 혁명론을 공부하다가 전두환 시절에 안기부에서 조작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2개월 동안 황금 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생태학에 관심을 두고 몸소 체험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습니다.

원래 감옥에서는 자기 글을 써서 가지고 있지를 못해서 편지형식으로 기록해서 밖으로 보낸 글이 책으로 엮인 게 이 책 <야생초 편지> 라고 합니다. 이 책과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읽고 있는 책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편지형식의 책입니다.

처음 <야생초 편지> 몇 페이지를 읽고서 전체를 내리읽을 성격의 책이 아닌 것 같아 일주일에 걸쳐 조금씩 읽으며 한 편 한 편 아로 새겼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이런저런 영화적 상상력에 간단히 시나리오를 끼적여봅니다.

지구는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그 조화 속에 땅도 있고 풀도 있습니다. 어느 날지구상에 인간들도 나타납니다.  인간은 이것저것 먹어보더니 입맛에 맛고 먹을만한 풀들 몇 개를 추립니다.

세월이 흘러 개체가 늘어난 인간들은 그 풀들에 조작을 하더니 맛과 향을 없애고 크기는 더 키우는 풀을 만들어내서 야채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향과 맛을 없앤 야채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향신료를 첨가해서 맛있다며 야채만 먹습니다.

인간은 좀 더 거대한 밭을 만들고 야채 이외의 풀은 잡초라 부르며 모두 제거합니다. 지구는 그렇게 이상하게 황폐(?)해진 땅을 다시 풀들로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야채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가 지긋지긋하기만 합니다. 각종 제초제를 개발해서 씨를 말리다 못해 아예 품종까지 없애버립니다. 지구는 인간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여튼 인간들이 만든 제초제는 지구에도 치명적이라 점점 치유가 버거워집니다. 지구는 조화를 깨뜨리고 있는 인간들에게 경고를 보냅니다. 그 경고를 받은 인간은 이제 지구가 무한하지 않을 거라는 걸 느끼게 되고,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외계의 땅과 품종을 찾겠다고 합니다.  지구는 조물주가 인간을 만든 것에 분개합니다.


이상은 책을 덮고 10여 분 만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내려 간 시나리오입니다만…….
영화에나 나올법한 혹은 이미 비슷한 주제의 영화나 책이 있을 것 같은 즉, 황당무계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는 녹색혁명이라는 슬로건아래 범지구적으로 산업화한 농업행태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가져야하고 더 나아가 지금이라도 자연농법을 해야한다고 역설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저 또한 막연하게 '녹색'과 '혁명' 모두 그럴싸해 보여 좋은 단어인 줄 알았는데 무관심과 무지가 부끄럽습니다.
이제라도 이 책을 읽게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교도소에서의 시간 부족함에서 생기는 열정과 정성은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명아주 등 각종 야생초를 세밀히 관찰하고 그리고 기록하는 생태공부를 할 수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종종 길섶에 앉아 야생초를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네요. 그러다 '비름'같은 반가운 야생초를 만나게 되면 조금 뜯어서 먹어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야생초를 만나면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혀 무겁지 않지만 주제는 무거운, 읽고나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토막글]

제비꽃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같은 자리에서 해마다 꽃을 피우는 다년생 야초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데다 꽃도 예쁘고 나물로 해 먹을 수 잇어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오랑캐꽃(제비꽃의 다른 이름)이라는 이름은 그 예날에 이 꽃이 필 무렵인 춘궁기만 되면 중국 변방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그리되었다 하는구나. 아니, 어쩌면 오랑캐에게 양식을 다 빼앗겨 버리고 나물로나마 연명하려고 들판을 헤매다 마주친 꽃인지도 모르지. 꽃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니런 이름 뒤에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을 거다. 
(p50)

기존의 야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야생초의 풀 냄새가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싱싱하게 무쳐 낸 야생초의 냄새를 맡아 보고는 어쩌면 야만의 시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 거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그런 풀들을 뜯어 먹고 살았다. 문명이란 그 풀 냄새를 점차로 지워 없앤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야채가 그것이지. 야생의 풀 냄새를 제거하고 인간의 미각 - 작위(作爲)로서의 문명의 변천에 따라 함께 변해 온 -에 맞추어 특정한 맛만을 선택하여 육종, 발전시킨 것이 오늘의 야채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얄팍한 입맛을 위하여 원래의 야채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영양소와 맛을 제거해 버리고 특정의 맛과 영양소만을 취하게 된 것이다. 그래 놓고 요리할 땐 그 위에 갖은 양념을 다 뿌리고 또 영양을 보충한다고 각종 비타민제를 따로 먹고 있다. 우습지 않니? 이것이 문명이다. 
(p176)




[관련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052&aid=000003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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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6일에 작성되어 블로그 카테고리 통합으로 이전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