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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세계사의 질펀한 뒷담화로 현실 꼬집기 - 박쳘규의 <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 팬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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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
박철규 지음/팬덤북스

 

참 아이러니합니다.
고전의 그윽한 향기 전혀 느낄 수 없는데 이 책!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거운 역사책으로 넘어가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면 그냥 미련없이 덮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니 삐뚜름(?)하고 직선적인 글 본새에서 느껴지는 다소 냉소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들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이내 그 이야기 속에서 허우적거립니다. 한 호흡에 제법 많은 글이 읽혀 답답할 정도입니다.


사람은 냉소적인 글을 읽게 되면 일단 반대하고 보는 심리가 있나 봅니다. 반대편에 서서 그 이유를 합리화하려는 것... 인지 부조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서양의 각종 고서에서 폭넓게 인용된 자료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해박함(?) 앞에 그러한 심리는 가볍게 기가 죽어버립니다. 일단 인정!! 뭐 이런 분위기입니다.


여하튼 <책 밖으로 나온 바람난 세계사>는 작가의 현 세태에 대한 불만을 동서고금 정사(正史)에 가려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 내와서는 빗대어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 마뜩잖음은 어찌 보면 인간의 어두운 면 즉 위선이며 가식입니다. 수록된 뒷담화는 19금스러운 얘기부터 종교까지 다양합니다.


책속의 인상깊은 이야기들은 술자리의 재미있는 안주거리로 부족함이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처음 이 책을 집어든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말말이 녹아든 시니컬함의 맛보기로 항우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줄이겠습니다. 항우는 삼국지의 여포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 역사 최대의 장사입니다. 그의 목에 건 현상금을 보면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권토중래(捲土重來), 아직 알 수가 없구나.’ 1450년,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초(楚)나라와 한나라의 마지막 싸움터이던 오강(烏江)을 찾아가 읊은 시 <제오강정, 題烏江亭>의 마지막 구절이다. ‘권토중래’란 고사성어가 이 시에서 비롯했다.

‘황금 일천근과 영지 일만 호 그리고 영주!’ 묵직한 현상금이다. 승자가 된 한나라 유방이 패자로서 달아나던 초나라 항우(項羽)의 머리에 걸었던 현상금이다. 돈 문제다. 벌써 사람들이 추악해져 갈 조짐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때는 BC 202년, 장소는 오강 가장자리. 소슬한 가을바람에 강심(江心)에는 벌써 찬 물결이 잔잔히 일고 있었다. 항우는 유방에게 쫓겨 이제 막 강가에 도착했다. 더 이상 달아날 곳도 없었다.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그의 뒤를 맨 먼저 쫓아오던 유방의 병사 하나를 보고는 외쳤다.

“오, 자세히 보니 너는 마동(馬童)이구나. 잘 만났다. 옛 정의를 생각해서 너에게 공을 크게 한 번 세워 주고 싶구나. 그러니 네가 내 머리를 먼저 가져가거라.” 항우는 칼로 제 목을 쳤다. 마동은 어떤 군인이던가? 한때는 항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이다. 항우가 유방과의 싸움에서 패색이 짙어져 가자 마음을 바꾸어 그만 유방 편으로 얼마 전에 넘어 갔다. 항우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탐이 났다.

마동은 어떤 군인이던가? 한때는 항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이다. 항우가 유방과의 싸움에서 패색이 짙어져 가자 마음을 바꾸어 그만 유방 편으로 얼마 전에 넘어 갔다. 항우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탐이 났다. 항우의 머리를 베려고 항우를 맨 먼저 뒤쫓아 방금 도착했다. 항우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뒤를 쫓아온 한나라 병사들이 그 머리를 보자 모두가 환장하여 짐승이 되고 말았다.

‘서양사의 아버지’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라면 ‘동양사의 아버지’라 할 중국의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 이 사건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이 돈 앞에서 어찌 이렇게까지 추악해질 수 있느냐며 차라리 붓을 놓고 싶다고 전했다. 항우의 머리는 둘째고, 시체를 서로 차지하려고 잡아당기는 바람에 두 팔, 두 다리, 머리 등 항우의 시체는 다섯 토막으로 찢어져 나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돈과 더불어 어우러지면서 더러워진다. 죽음 앞에서도 언제나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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