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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유시주의 거꾸로 읽는《그리스 로마 신화》 - 신화 속에서 인간 찾기

글: HooneyPaPa 2019.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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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유시주 지음/푸른나무

 

평소 제우스와 헤라, 프로메테우스, 아프로디테 등 적잖은 신을 각종 미디어와 귀동냥을 통해 접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 신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신들의 수가 너무 많고 이름 또한 비슷비슷해서 혹여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관련 책을 몇 번이나 집어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다 기존의 신화 책들과는 다르다는 취지의 제법 후한 평의 소갯글을 읽고 바로 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걸쳐 올림포스 신들과 만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작가 유시주는 중고교 때 '자유 교양 읽기'의 필독서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의무감으로 읽었고 신들의 관계를 정리하며 '교양'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 지적 허영심에 이끌려 플라톤의 《항연》을 읽는 도중 "제우스 신께 맹세코"라는 구절을 보고 전후 문맥상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제우스와 분명 다른 제우스였고, 그 내막을 알게 됐을 때는 지금까지의 '교양'이 천박하다고 느껴질 만큼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마치 유구한 삶 앞에 어린아이같은 느낌처럼 말입니다. 즉, 유시주가 그러한 자기성찰의 결과물로 처음엔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교양서로 한 편씩 쓰던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는 책임에도 절반 이상의 분량이 우리 인간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모두를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않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으며 그 신들과 함께 인간의 내적인 부분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제법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정신분열증과 나르시시즘을 설명하면서 '극단적인 나르시시즘(Narci ssism)'의 상태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인 내용을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즘이란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 나르키소스의 신화적인 내용이 뒤따릅니다. 예언 때문에 열여섯이 되도록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못 보고 시크(?)하게 자란 나르키소스, 그리고 응답 없는 사랑에 절망하여 몸을 말리면서 죽어간 에코를 비롯한 수많은 요정들, 결국 어느 요정의 기도를 듣고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그 바램를 들어줍니다. 나르키소스는 람누스 산속의 맑은 샘으로 이끌려 처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 때문에 사랑에 죽어간 수많은 여신들처럼 그 자신도 그 샘을 떠나지 못하고 홀로 여위어 죽어 수선화가 피었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나르시시즘적인 인간에 대해서 이기적인 인간과의 다름을 얘기해고 집단적 나르시시즘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결론에서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인간학'으로서 청년 노동자 전태일과 1800년대의 북미 대륙에 살았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이야기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작가는 "부끄러워라. 둘러보면 천지에 내가 가득하건만 오늘도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 헛되이 나누고, 가르고, 따지기만 하고 있으니. (p 209)" 라고 끝맺음합니다.



이처럼 거꾸로 읽는다!! 는 말은 결국 우리 인간에서부터 시작되어 시간을 거슬러 신화 속 인물들을 찾는 보고, 그러한 과정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가 무조건적이 아닌 인간의 확장 즉,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빚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형상대로 신을 만든 것이라 믿는 편인 나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리라.(p 17)" 고 서문에 밝힌 유시주의 의도처럼 저 높은 곳이 아닌 우리 삶 속에 녹아든 신들을 만나는 과정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게 두루 사용한 문체는 맛깔스럽게 읽을 수 있었고 펴는 논리가 어색함이 없이 물흐르듯 하니 논리 전개 참고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얘기하자면, 작가 - 유시주는 정치인 유시민의 동생입니다. - 가 살아온 인생 속에 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책에도 그러한 사상이 오롯이 녹아 있어, 보수 특히 수구의 시선에선 마뜩잖은 책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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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는 지금 2019년 1월 유시주 작가는 희망제작소 기획이사로 재직중입니다. 알릴래요? 유시민의 동생인데요.. 류성룡의 후손이면서 서울대 출신 뭐 말 잘하고 공부 잘하는 집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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