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권비영 지음/다산책방
권비영 작가님의 첫 소설 <덕혜옹주>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속엔 비운의 삶을 살다간 대한 제국의 마지막 왕녀,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마지막 왕녀인 덕혜옹주와 함께 슬퍼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지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난 후 마음을 추스렸고 곧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장면과 복순이의 이야기 그리고 박무영등의 인물에 대한 묘사에 대해서는 팩트와는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무영과 복순이의 굴곡 없는 내리막길 같은 삶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허구라고 하니 적잖이 아쉽습니다. 그렇게 허구를 걷어낸 후 덕혜옹주에 대해 팩트 위주로 정리를 해봅니다. 이 책은 소설의 재미보다는 덕혜옹주를 앎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 입니다.
한국의 근대사는 눈물과 분노 없이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1905년 불평등 을사늑약 이후에 매국노 이완용이 도장일 찍어 나라를 넘긴 경술년의 치욕(경술국치, 庚戌國恥, 1910)을 겪게 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복녕당 양귀인과의 사이에서 옹주가 태어났습니다. 나라를 읽고 감옥 아닌 감옥에서 지내는 고종에게는 세상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옹주를 지키기 위한 고종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결국은 친일파 윤덕영, 한상학등에게 독살을 당하게 됩니다.
그 후로 옹주는 12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강제유학을 가게 되었고 백작 소오 다케유키와 정략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훗날 덕혜만큼이나 고종을 닮은 딸 정혜(마사에)를 두었지만, 식민국 왕녀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인한 따돌림에 일본사회에 적응을 못 했고 결국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엄마인 덕혜를 부정했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집니다.
조발성 치매증이라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덕혜옹주는 어쩌면 그렇게 지독히도 슬픈 운명속에서 그러한 정신병을 도피처로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으로부터는 버림(이혼)받고 조선으로부터는 잊혀진 덕혜 옹주는 15년 넘게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습니다.
해방후에도 친미의 비겁한 독재자 이승만의 반대로 환국을 못했지만, 쿠테타 이후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박정희에 의해 그녀가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고국땅을 밟게 됩니다. 정확히 고국을 떠난지 38년만입니다. 낙선재에서 지내면서도 1989년 4월 21일 영면할 때까지 말을 놓고 지냈습니다.
그녀가 간혹 돌아온 맑은 정신에 남긴 낙서가 있습니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덕혜옹주의 낙서를 보면서 해방 후 한참이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망국을 시간을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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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권비영님이 덕혜옹주를 쫓아 그 슬픔와 파장을 같이 호흡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덕혜옹주가 결혼한 다케유키의 후손중에 혼마 야스코가 쓴 평전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녀 - 덕혜옹주> 라는 책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서술이 되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구해 볼 생각입니다.
인터넷에 떠 도는 덕혜옹주의 생전 사진을 몇 장 욕심내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덕혜옹주 - 눈물 꽃>입니다.
소프라노 허진설씨가 이 소설을 읽고 직접 작사, 작곡 노래까지 한 곡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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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5년이 지나 영화가 제작되어 손혜진이 덕혜옹주 역을 맡아 열연을 했고,
그 덕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죠.. 모두 권비영 작가님의 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덕혜옹주만 생각하면 가련한 마음이 떠나질 않아요..
2019년 1월 서평을 옮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