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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파란여우 윤미화의 《깐깐한 독서 본능》- 서평이란 이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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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서본능
윤미화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1년은 조금 각별한 해입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독서가 그저 취미가 아닌 생활로 자리 잡은 해이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진의 취미가 햇수로 5년이 넘어가면서 카메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사진을 담고 싶은가?에 대한 해답을 찾다가 결국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사진 관련 책들에 밑줄 그어가던 중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읽고서 '사진'에 대한 철학이 크게 바뀌었으며 일단 제대로 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자는 판단하에 '사진'은 잠시 내려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조촐한 사진집(?)을 내고 싶은 마음에 훈련 삼아 블로그에 '서평'도 쓰기로 했습니다. 한 두 편의 서평이 모여 10편이 넘고 20편이 되니 '잘 쓰자!'에서 '많이 읽고 많이 쓰자!'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지적 허영이 부른 욕심이 단기 목표까지 바꿔버린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대부분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렇게 모여가는 졸평(?)은 독서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단기간에 읽고 기록한 책이 40권이 넘어갈 때쯤 몰랐던 '독서'의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에 이르러 소위 '고수'들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니다. 이제 막 기초 턴을 배운 스키 초보자의 눈에 카빙턴을 멋지게 구사하며 시원하게 활강하는 걸 지켜보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네, 이 책 《깐깐한 독서 본능》의 저자는 제 눈에 까마득한 고수입니다.


일단 배우겠다는 자세로 놓칠세라 연필을 쥐고 책을 펼칩니다. 제목에 '깐깐한'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듯이 수록된 서평들은 어느 한 편 설렁설렁하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든 호락호락 읽어주지 않습니다. 분해되고 깐깐하게 선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닮고 싶은 비유와 표현들이 꽤 많습니다.


반면, 수록된 서평이 너무 많습니다. 중반부에선 따라가기 힘에 부칩니다. 어느 정도의 레벨이 이르기 전에는 다독과 함께 정독은 필수라는 생각으로 아직 발췌독을 하고 있지 않아서 건너 띄는 것 보다는 잠시 책을 접고 쉬었다가 다시 펼쳐 들기를 반복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저자가 극찬한 마르케스의《백년 동안의 고독》를 비롯하여 장정일의 책과 그 밖의 여러 관심을 끄는 책들을 따로 기록하여 다음에 구해서 읽기로 했습니다. 저자의 혀를 내두를 만한 독서편력은 서평안에서 관련 있는 또 다른 책의 '인용'으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어떤 서평에서는 너무 많은 인용문으로 다소 산만하며 사족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진실을 목도하고 그때 느낀 그 먹먹함이 또 다른 부조리한 지식을 찾게 되는 일련의 독서순환 과정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특히, 사회지식과 관련 책을 평은 저자 또한 날 선 목소리를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평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진실을 녹여내기 좋은 수단임을 느낍니다. 하자만, 그러한 철학이 생활 언어로 이어가면 마치 투쟁!! 처럼 사람들에게 극단적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됨을 종종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다소 유하면서도 단단한 말하기의 노하우도 절실합니다. 알고도 침묵하면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합니다. 다산(茶山) 선생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나눌 친구가 없는 것도 또한 슬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의 공간이 점점 커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두서없는 글 너무 길어졌습니다. 정리하면, 파란여우 윤미화식 서평에 흠뻑 취한 시간이었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더 정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독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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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0일에 작성되어 이전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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