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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고우영의 《초한지》 - 초한지로 엿보는 추악한 인간군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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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초한지 세트 - 전8권
고우영 지음/자음과모음

 

 

초한지라고 하면 항우와 유방 그리고 장기판 정도가 그동안 내 머리에 떠오르는 전부였습니다. 한 가지 더 떠오르는 것은 마초이즘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 항우입니다. 중국역사를 통틀어 가장 힘센 사나이이며 흔히 삼국지의 여포와 비교되지만 묘사되는 내용을 보아 여포도 항우에겐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치기 어린 추측입니다.

 

 

 

시작부터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각설하고 故고우영의 《초한지》를 읽었습니다. 아마도 최근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에 의한 영향도 없지 않습니다. 글을 읽지 않아도 대다수가 알다시피 큰 줄거리는 항우와 유방의 싸움입니다. 조금 자세히 얘기하면 머리는 어깨 위가 허전해서 폼으로 달고 있고 이름만큼 색골스럽지만 늘 하늘의 뜻이 함께하는 유방과 설악산 흔들바위를 번쩍 들어 패대기를 칠 정도로 초 괴력을 소유했지만 당장 앞의 한 수도 못 보는 비운의 항우와의 싸움입니다.


그 싸움을 고우영이 미리 관전하고 우리에게 8권의 책에 그림과 텍스트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고우영 풀이 초한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우영의 그림은 자체가 스토리를 품고 있어 적응만 되면 제법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만 역시 만만찮은 초한지의 스케일을 반영한 텍스트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항우가 한신을 아니 범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것도 하늘의 뜻이었을까요? 통일 한나라의 1등 공신인 한신은 유방을 그토록 역겨워하면서도 어찌하여 상희를 못 잊어 꿈을 버리고 죽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배수진(背水陣)은 한신이 처음 쓴 전략이구나! 머리가 빈 유방의 머리를 자처한 장자방은 항우와의 마지막 싸움 중 사방에서 초의 슬픈 노래를 부르게 하니 바로 그것이 사면초가(四面楚歌)로구나! 


특히 기대되던 장면으로 한때 항우의 부하였다가  패색이 짙어지자 유방에게 붙은 여마통에게 황금 1천 관의 현상금이 붙은 자신의 목을 떼어 선물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때 주위의 병사들은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유방의 시체를 조각내어 쟁탈전을 버리는 차마 인간이라고는 아니 인간의 탈을 쓴 그 짐승들을 고우영은 담담히 그림으로 담고 있습니다.


고우영식 그림의 매력에 흠뻑 바졌습니다. 사실 초나라가 이기든 한나라가 이기든 뭐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이 있는 시대는 숱한 시체를 발로 밟고 지나가야 하는 암흑의 시대라는 점입니다. 그 시대를 고우영의 그림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그들의 죽음으로 오롯이 전해준 시대적 지혜를 가벼운 듯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준 책인듯하여 명불허전이 괜한 말이 아님을 느낍니다.


그건 그렇고 유비가 자기 선조 유방만 닮았다면 촉이 통일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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