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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민음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1,2》-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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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민음사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내기에서 주님이 한 말입니다. 즉 파우스트는 착한 인간입니다. 착한 인간 파우스트가 자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를 합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학문의 정점에 오른 파우스트는 자신의 지식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규명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의 본질은 신의 영역이었고 결국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빌려 그 영역에 가보고자 한 것이겠지요.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은 음지의 힘이었고 고전적 쾌락 - 젊어진 후 헬레나와의 결혼- 의 힘이었습니다. 때문에 계약 이후 파우스트 행동은 착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순진무구한 그레트헨을 파멸로 이끌었지만 결국 그녀의 순진한 영혼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정화하고 죽어서도 훗날 파우스트의 영혼을 주님에게 인도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결국,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님과의 내기에서 졌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주님의 말 '착한 인간의 본성'이 어두운 충동에서도 꺼지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요. 영혼을 걸고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쾌락의 끝을 맛본 파우스트는 비로소 그가 바라던 본질을 깨닫게 되는데 그의 마지막 대사에서 나타나 있습니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규명하려고 했던 우주의 본질이 아니라 자유와 생명을 위해 날마다 열심히 사는 것으로 파우스트의 깨달음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와 약속한 바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다!"라는 말은 그의 영혼을 넘겨주겠다는 표현입니다. 결국은 몸소 쾌락을 경험하고 나서야 본질에 접근했다고 느꼈기에 악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관련해서 계약 당시의 말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 내가 순간을 향해 /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 그땐 조종(弔鐘)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이렇듯 파우스트가 약속의 말을 외쳤음에도 악마에게서 구원될 수 있었던 것은 그레트헨의 도움보다는 "언제나 노력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였기 때문이라고 천사들은 노래합니다.



악마와 계약을 하고 젊어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읽는 《파우스트》는 재미는 고사하고 책 장 넘기는 것마저 쉽지 않습니다. 괴테의 생애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하며 등장인물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해야만 그 재미를 보장받습니다. 즉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쓴 12,111행의 글에는 그의 생애가 그대로 녹아 있어 시대상이 녹아든 풍자 가득한 시구들 그리고 북구신화와 성경까지 아우르는 제반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독자를 위한 주석이 있기는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솔직히 이번 일독에서 고전을 읽는 재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읽는 자세와도 관련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희곡임을 고려하여 음독으로 천천히 음미하듯 읽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전혀 무의미한 독서는 아닐 것입니다. 언젠가 재독 또는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다시금 파우스트와 만나게 된다면 지금의 일독이 분명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은 후 부족한 밑 지식을 탓하며 파우스트 관련해서 공부하다가 굳이 지금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훗날을 기약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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