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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조지오웰 《1984》 -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 2013년 7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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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민음사

 

Eric Arthur Blair, 1903.6.25~1950.1.21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빅 브라더, 골드 스타인, 윈스턴 , 쥴리아, 이 분 증오, 이중사고, 사상경찰 오브라이언, 텔레스크린, 신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머릿속을 부유하는 단어들......



그러니까 정확히 2년 전 여름, 청목사의 《동물동장》에 함께 수록된 《1984》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수록판이 완판은 아닌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먼저 읽은 《동물동장》의 충격적 반동에 《1984》가 가려진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허전함을 채우고자 - 요즘 이 책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고 - 이번에 민음사 《1984》를 구해서 다시 읽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1984년 오세아니아 - 호주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의 섬들 - 입니다. 세계는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그리고 이스트 아시아라는 삼 대 거대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 통치되고 서로가 끊임없이 전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국경지대의 소규모 국지전 뿐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각국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습니다.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당은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인 '빅 브라더' 를 만듭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으로 열연한 영화 <이퀄리브리엄>에서 묘사되는 전체주의 그리고 역시 가상의 독재자 '리브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설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까지 컨트롤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단계이고 영화는 모든 감정을 통제하는 '프로지움'이라는 약이 이미 개발되어 복용하는 걸로 묘사합니다. 어찌 되었건 소설이건 영화건 당의 권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인간의 기본 욕구와 감정으로 본다는 것은 대동소이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당원 윈스턴은 '현재를 지배'하는 당의 슬로건에 맞춰 과거를 지배하는 일을 합니다. 예컨대 빅 브라더가 텔레스크린을 통해서 미래의 일을 언급하고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나타난 괴리를 없애는 작업인 셈입니다. 쉽게 말하면 각종 문서, 신문, 서적, 녹음, 영화 등 과거의 모든 기록을 조작하고 바꾸는 것입니다. 여기엔 고도의 정신무장이 필요한데 이것을 소설에서는 신어(新語, newspeak)로 '이중사고'라고 이야기 합니다.  소설은 이중사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통제는 무엇보다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다. 기록된 모든 자료가 당시의 정통성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적 행동이다. 과거의 사건들이 바람직한 양상으로 일어난 것은 수정한 탓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기억을 다시 정리하거나 기록된 자료를 허위로 변경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이런 기술은 다른 정신적 훈련처럼 습득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당원과 정통적이며 지적인 사람들이 이것을 배우고 있다. 구어로는 이를 곧이곧대로 '현실 통제라 하고,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297쪽
······
'이중사고'란 말을 사용할 때도 '이중사고'를 해야 한다. 이 말을 사용하면 현실을 왜곡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다시 '이중사고'를 하면 바로 인정한 것을 지워버리는 것으로, 무한 거짓말이 진실보다 언제나 한걸음 앞서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당이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중사고'에 의해서였는데, 이것은 앞으로도 수천 년 동안 계속도리지도 모른다. 298쪽"

 

윈스턴의 이중사고는 결국 애정국에 끌려가 사상경찰인 오브라이언에 의해서 완성됩니다. 쥴리아를 만나기 전부터 그는 이중사고에 실패했고,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 그리고 사상경찰 등에 당원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당의 감시하에 있었기에 윈스턴이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사상경찰 오브라이언에 의해 그의 사상범죄(?)가 발각된 건 7년 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때 오브라이언은 그를 바로 체포하여 총살할 수 있었지만 7년 동안을 연극을 꾸미는 데 목적은 다름 아닌 이중사고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브라이언의 말입니다.

 

"......우리는 자네가 저지른 어리석은 범죄 따위에는 관심도 없네. 당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 우리가 신경쓰는 건 사상일세. 우리는 적을 분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개조시키고 있네. 내가 하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353쪽"

즉, 고통에 무릎을 꿇리고 쥴리아를 배신한 사상범 윈스턴은 '이중 사고'를 완성한 후에야 비로서  - 애정부에 끌려온 이후부터 그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 총알이 머리에 박히는 것이 허락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필명 조지 오웰(George Orwell)로 알려진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3.6.25~1950.1.21)는 결핵으로 죽기 전 투병생활 중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한 관련 글입니다.

    "아일린 사망 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던 오웰은 세명에게 청혼을 해보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 중에는 소냐 브라우넬도 있었으며 그녀는 이후 모리스 메를로퐁티와 연애를 했지만 오래가진 못한다. 《동물 농장》으로 유명 작가가 된 오웰은 런던이 싫어져 1946년에 스코틀랜드 주라 섬으로 이주했다. 여동생 에이브릴의 도움으로 양자 리처드를 자연 속에서 키우면서 《1984년》을 집필하기 시작해 1947년 말에 탈고했지만 폐결핵으로 한동안 요양해야 했다. 폐결핵의 악화는 그의 심신을 탈진시켰고, 정맥류성 궤양을 앓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윈스턴의 처지로 대변되어 나타난다.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위트가 없는 책이 되었다. 소냐 브라우넬의 힘차고 밝은 이미지는 《1984년》의 줄리아로 표현되었다. 1948년 11월에 최종 탈고한 오웰은 1948의 48을 뒤집어 1984년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삶의 소박한 것들을 사랑해왔던 오웰은 그것이 박탈된 근미래를 묘사하여 전체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충격적인 이미지로 묘사하였다. 《1984년》은 출간 즉시 고전이 되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메를로퐁티와 어긋난 소냐는 걸작을 내놓은 오웰에게 돌아왔다. 그녀는 오웰을 돌봤지만 오웰은 다시 폐결핵으로 입원했고 병상에서 소냐 브라우넬과 1949년 10월에 결혼한다. 그는 요양을 하며 다시금 작품활동을 하길 바랐지만 두 달 뒤에 숨을 거두었다."

 

《동물동장》이 구소련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라면, 이 소설 《1984》는 동물농장의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소설 속 허구인물인 '빅 브라더'는 스탈린을, 반역자 '골드 스타인'은 트로츠키로 많이들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단순하게 전체주의 국가가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 그 모습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굳이 이 책을 다시 펼쳐 든 지금은 앞서 언급한 허전함 이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습니다. '1984년이 훌쩍 지난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에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소련과 독일의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가 과연 소설에만 남아 있는 것일까? 어쩌면 타이틀만 바뀐 것은 아닐까? 소위 무한 경쟁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그 미국을 빅 브라더로 삼고 있는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동물동장》에서 이야기하는 탐욕스런 돼지들의 행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민간인 사찰 관련 뉴스를 떠올려봅니다. 팬옵티콘 안에 갇힌 느낌입니다. 말을 줄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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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알라딘 이달의 TTB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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