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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 아라부 종합병원이 있는 소설 속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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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인간(人間)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대표하는 것은 혼자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앙앙불락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라고 부른다. 좀 더 삐딱하게 들여다보면 유한한 밥그릇을 놓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곳, 그러다 보니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론을 폈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그 만큼 많기에 여기저기서 '행복'을 외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폭력의 단어이고 체념의 단어다. 그렇게 '행복'도 팔고 '힐링'을 팔고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는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를 비롯하여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저리는 야쿠자의 중간보스, 1루로 송구를 못 하게 된 프로야구 3루수 등 비교적 경쟁의 우위를 점했던 사람들이 누구보다 자신 있어 하던 일들을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왜? 또 다른 자아인 심혼(心魂)은 알고 있을 터다. 끊임없는 자문에도 매번 정답만은 허락하지 않는다. 심혼의 장난이다. 이럴 땐 누군가 콕 집어서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런데도 막상 "당신이 증상은 이것 때문입니다." 라고 할라치면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말의 가벼움이다. "아닙니다. 설마요... 제가 그렇게 옹졸하진 않습니다만...". 자각하고 있지만 쉽게 인정하는 건 불편하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신경정신과 의사 아라부가 그 불편한(?) 정답을 환자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이끄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아라부는 5살 아이처럼 해맑다. 엉뚱한 행동만 일삼지만 진지하다. 그의 환자가 야쿠자라면 야쿠자 놀이하듯 대하고, 공중그네 곡예사가 찾아 왔을 때는 직접 공중그네를 연습해서 공연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선수가 왔을 땐 함께 캐치볼을 하고, 동료 의사의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해 그와 함께 장인의 가발을 벗기기도 한다. "당신의 문제는 이거야"라며 어설픈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미봉책이고 말은 뜬구름처럼 가볍다. 어쩌면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 아닐까...



언젠가 사람 사이에서 힘들어 지칠 때 '페르소나 결핍증'이란 단어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투영한 적이 있다. 고백하건대 지금도 그 증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꺼내면 아프고 불편하기에 가슴 깊숙한곳에 차곡차곡 쌓아둔것이 응어리가 지고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버린 지 오래다. 그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함께 해머를 들 수 있는 아라부가 있는 소설 속이 부럽다. 물먹은 솜마냥 무거워진 몸을 끌고 아라부 종합병원 간판을 찾아 배회하는 모습 이것이 인생의 오후를 향해 달려 가는 지금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가벼운 텍스트 속에 숨겨진 가시에 찔려 아픈 그런 책이다.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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