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수술하고 혼자서 수발을 하기가 벅차 장모님께서 마지막 이틀 밤을 같이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산후조리도 장모님 집에서 하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5남매를 키우시고 산후조리는 처형들의 산후조리를 모두 하신 베타랑 엄마십니다. 그런데 전 그런 장모님이 달갑지만은 안았습니다. 간호사들의 지침보다 당신 개인적인 경험을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갓난 아이 앞에선 그냥 아빠더군요. 장모님께서는 아기가 손을 타게 되면 엄마가 힘드니깐 울어도 안아주지 말라고 하시고 우스갯소리로 어디가 못생겼느니 하는 말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잔소리를 하셨답니다.
결국 장모님께 못난 사위가 되었습니다. 비교적 싫고 좋음이 얼굴에 바로 나타나는 타입이라 중간에서 아내가 이런 나에게 장모님 행동을 이해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내에게 되려 까칠하게 해 결국엔 아내 눈에 눈물이 흐르게 했습니다. 사실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지만, 남들과 다른 조금 더 애틋한 감정이 장모님과 아내 사이에 있답니다. 그래서 산후조리를 위해 장모님 집으로 가는 길에 용기 내서 장모님한테 얘기했답니다.
"제가 아기를 많이 안아 보고 싶은데 손탄다고 않지 마라 하시니깐 그게 싫었다고 집사람에게 얘기했더니 저렇게 울었답니다.~~"
장모님께서는 안지 말라고 한 건 내가 덜 피곤하게 하려고 그런 거니 서운해 하지 말라고 다시 돌려 말 하셨고 뭐 약간은 침묵이 흐르고 나서 후니의 예쁜 모습에 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답니다.
장모님댁에 도착하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아기 목욕시간이 되자 아내가 저더러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그냥 있겠다고 했습니다. 욕조 대신 들어온 빨간색 고무다라에 만지기도 여릴 것 같은 몸에 투박하신 장모님 손으로 '뽀드득'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씻기고 있었는데 아빠의 눈에는 보기만 해도 위태위태했답니다.
아내도 똑바로 보지 않고 종종 고개를 돌렸답니다. 태어난 지 며칠 동안은 저렇게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후니는 그렇게 심하게 울지는 않고 씻기고 나니 개운한 듯 잠만 잘 자네요. 그래도 조금 살살 문지르기만 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주말이 되어 산후조리하는 장모님 집을 찾아 함께 보냈습니다. 조그맣고 깨끗한 작은방에서 희훈이와 엄마 아빠가 누웠는데 왠지 모를 행복함을 느낀 것도 잠시,, 밤새도록 주기적으로 목청껏 우는 후니군덕분에 아내는 거의 젖 물리고 달래고 응가 치우고 하느라 잠 한숨 편하게 못 자더군요.
평소에는 장모님도 같이 깨셔서 젖이 모자라면 분유를 타서 먹이고 달래주고를 같이 하신답니다. 4끼의 미역국도 꼬박꼬박 준비하시고요. 나이도 있으신데 보통 고단한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한 달 뒤면 제가 매일 겪는 일이겠지요. 아내와 식사하면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쯤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보약 한 첩 달여 드려야겠다고 조용히 얘기했답니다.
덧// 후니의 애칭을 생각중입니다. 뭐가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