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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청년들의 멘토 시골의사 박경철의《자기혁명》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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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지음/리더스북

 

 

며칠 전 뉴스에서 요즘 뜨는 책으로 김어준의《닥치고 정치》와 박경철의《자기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자는 청년들을 비롯한 이미 많은 사람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에 열광하고 있는 사회현상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후자는 단순히 '청춘 콘서트'의 인기만으론 설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호기심은 선뜻 구매로 이어졌고 처음 몇쪽을 들쳐보다가 그동안 읽고 있었던 모든 책을 잠시 내려두고 정독(精讀)으로 마지막 장까지 내리 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은 책속의 내용이 파편이 되어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다닌 하루였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책의 화두는 아직도 친구들 또는 직장동료와 식사 중 나누는 말 속에 감히 끼어들 자리는 없는, 그렇지만 시대상 불온! 하다는 의미는 한풀 꺾여 약간은 강세가 실린 바로 '혁명'이라는 단어입니다. 끊임없는 독서로 동서고금 지식인들의 지혜를 접하고 자기검증을 통한 통과의례적 자기성찰, 의사이면서 경제를 헤아리는 안목 그리고 젊은이들과의 숱한 대화로써 사회문제를 인식한 저자 박경철은 이 책속에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명절날 자식들에게 챙겨주는 부모의 심정으로 행여 빠질세라 꼼꼼하면서 넘치도록 수록하고 있습니다. 딴지 김총수의 말을 빌려서 조금은 '재수' 없게 모범생처럼 말입니다. 그러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특히 MB정권 말기 절망하고 자조적이며 조금은 사회문제에 눈뜨기 시작한 청년들에게 적잖은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루쉰(魯迅)의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의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말입니다.


각설하고, 책은 술술 읽힙니다만 거기서 주는 공감은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미 검증을 마친 현자(賢者)들의 말을 시기적절하게 빌려 가치관을 확립하는데 신뢰를 주며 공부와 독서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책의 후반부에 올바른 독서법과 책 선별법 그리고 글쓰기의 방법까지 자세하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본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이야기하는 글은 깔끔한 논리 전개로 닮고 싶은 글쓰기였고, '언어는 그 사람을 말해주는 지표다.'를 읽을 때는 며칠 전 점심 중 동료와의 대화에서 정리되지 않은 말을 중언부언 내뱉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책은 말하기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침묵을 강조하며 필요한 말만을 하되, 말할 때는 설득력을 잃지 말고, 평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는 듣기만 하며 생각이 정리된 부분에서만 의견을 피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는 원본인가 이미지인가'편의 키치(Kitch)를 이야기할 때는 19세기 '라파엘 전파' 를 키치의 전형으로 묘사를 하고 있어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젊은 사진작가 '브룩쉐이든(Brooke Shaden)'은 이 라파엘 전파의 작품 중 밀레이의 '오필리어'를 보고 영감을 얻었고, 실제 그녀의 작품이 다소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작품들이 많아서 라파엘 전파라는 사조에 대해서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키치는 대중예술이면서 스스로를 고급예술인 양 기만하기 때문에 진실하지 못하고 거짓되며, 당대의 모순을 정면에서 응시하기보다는 에둘러 회피하고 오히려 진실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p52"며 키치의 '비겁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급한 사진작가 작품도 키치이며 비겁한가? 소위 직업으로서 작가의 사진이 꼭 시대상을 반영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이 책의 논점을 벗어나는 점이지만 재고해 볼 일입니다.

 

지식(知)과 지혜(智)에 대해서도 명확히 나누며 "지식만 가진 사람은 하드디스크에 불과하다. 그가 생산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고 창조적이지 않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기에 그저 남의 도구로 쓰이게 된다. 지혜는 바로 그런 어둠을 밝힐 등불인 셈이다. (p267)" 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즐겨보던 도올 김용옥 교수의《중용-인간의 맛》에서 '지혜로 발현되지 않는 지식은 참지식이 아니므로 참지식을 지식이라고 봤을 때 지식과 지혜는 다르지 않다.'라고 논파했던 내용이 떠올라 동양 철학적인 차이를 느껴볼 수도 있었습니다. 모두 지혜로 발현되는 점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으며 접근법의 차이에서 동양철학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지식이 지혜로 발현되는 과정을 응용력에 의한 창의성으로 보았고,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으로 영감의 결정체인 예술작품 대한 관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부분에서 사회문제를 올바로 바라보는 혜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보고 행하는 참지식인이 되자.' 편에서 지배계층이 '맥락화의 함정'을 이용해서 어떻게 대중을 현혹하고 '프레임'이 사용되는가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고공 크레인 점거 농성을 사례로 들어 얘기하고 있고, 대중들이 상위 해석자(기업편)와 언론의 견해에 포섭되는 과정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확신이 되면 가스통을 들고 거리에 나서게 된다. p114"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언론의 프레임에 의해 눈과 귀가 막힌 피해자라는 얘기죠. 아울러 대기업을 비롯한 주류의 세습적인 권력 혹은 자본의 대물림이 지속되면서 붉어진 공멸(共滅)의 위기론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 문제를 자각하고 시스템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시민!의 책무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면, 최근 한 경제학자의 블로그에서 현 자본주의 시스템은 극명한 한계를 보였고 그게 어떤 형태든 변형된 시스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 주류를 이룬다는 칼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경제는 몰라도 그 글을 통해서 위기의식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다분 위악(爲惡)적인 "그래 더 곪아라. 그래서 터져라! 그러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시원은 할 거야."라며 사회시스템의 제동장치가 고장 나기를 바랬던 다소 위험한 상상까지 했었습니다. 박경철은 이 책에서 제도의 문제에 대해선 공감했고 제3의 대안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대신 제도의 문제는 개선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청년의 자각과 공분(共憤)이 있어야 하며 그 공분이 정치를 움직여 제도를 개선하게 해야 있다고 논파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공감된 바가 적지 않아 책을 필사할 기세로 서평을 썼는데 '짧은 서평'이라는 제목의 머리말이 무색합니다. 표지의 박경철 모습이 읽기 전과 달리 보입니다. 조용하지만 힘있는 혁명가!의 모습 그대로 비쳤고, 문득 중국의 혁명 문학가인 루쉰과 비슷한 향기가 이 책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이여~ 나를 찾고 세상과 대화하며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자기 혁명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패러다임 쉬프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 로 약간은 무책임하게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이 땅의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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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TTB 리뷰로 당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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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이 분 지금은 무얼하고 계시는지..
2019년 1월 9일 옮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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