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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이자와 고타로 《사진을 즐기다》- 사진을 즐기는 법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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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즐기다
이자와 고타로 지음, 고성미 옮김/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회사 차원의 동호회 활성의 의지로 만들어진 사진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사진 서적을 건의 했고 몇 권의 책을 샀습니다. 그 중 일본의 사진 평론가 이자와 고타로의 《사진을 즐기다》를 읽고 간단히 느낌을 적어봅니다. 지극히 사견입을 미리 밝힙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정된 가격에 비해 내용의 무게는 조금 가볍습니다. 책의 타이틀이자 화두인 사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진에 대해서 진지한 일부 블로거의 글보다 나은 게 별로 없습니다. 사실 기대치가 컸습니다.


이 책은 "사진 전시회와 사진집을 자주 보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으며 정체된 느낌이 들면 카메라나 렌즈를 바꾸어 보라. 사진을 볼때는 사진 뒤에 있는 사진가의 존재를 파악하며 마지막으로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과감히 접으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몇몇 글귀는 사진을 즐기는 방법과는 무관하지만, 사진의 역사적인 사실과 사진집 추천 그리고 관심을 끄는 문구이기에 이 곳에 옮겨봅니다.   

다게레오타입은 기술적으로도 너무 어렵고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딱 한 번이라는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섰다. 12쪽


쌀롱 사진의 등장(19세기 후반)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세계 여러 곳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클럽이 만들어 졌다. 그들은 동시대의 빅토리아니즘(회화주의 사진)을 신봉했다. 1891년에 런던의 조지 데이비슨(George Davison)과 알프레드 마스켈(Alfred Maskell)에 의해서 설립된 링크드 링도 그중 하나이다. '진실, 미, 창조'를 상징하는 세 개의 연결된 고리를 심벌마크로 정한 이 단체는 매년 '포토그래픽 살롱'이라 불리는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중략)

지금도 가끔 '살롱 사진'이라는 말을 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리 좋은 의미가 아니라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모방사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14쪽


진지한 사진가들의 출현(1970년대 일본)

그와 동시에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새로운 타입의 사진가들이 출현했다. 사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아니고(라기보다는 이어갈 수도 없는) 그렇다고 취미로 촬영을 즐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근본적인 답을 얻고자 작품을 추구하는 진지한 사진가들이다. 22쪽



사진 뒤에 있는 사진가의 존재


사진전도 마찬가지다. 전시회장에 들어가 일단은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한 번 훑어본다. 인물, 산과 바다, 동물과 식물 혹은 거리를 담은 사진들, 피사체가 무엇인지만 확인하고는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예쁘다' '귀엽다' '재미있다'는 감상 이상의 것을 느낀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좀더 깊이 들어가 보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사진의 배후에 있는 사진가의 존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1쪽



사진전을 열어보자

그러나 사실 그룹전을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초보자라 할지라도 자기의 책임아래 현장에 서보는 경험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45쪽


시작적인 엔터테인먼트

물론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소설과 순수문학(최근에는 그와 같은 구별도 애매하게 되었지만)의 차이가 있듯이 사진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것'과 '곰곰이 생각하며 들여다 봐야 하는 것'으로 나뉜다. 51쪽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나 순서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 CD나 전자식으로 읽어 내려가는 기계장치에서도 페이지를 넘기는 유사한 체험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기계적인 균질감이 낯설기만 하다. 전자매체는 의외로 불편한 점이 많다. '따로 따로' 더러는 '앞으로 되돌아가서' 또는 '뒤에서 앞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방법에 따라 사진집에 실려 있는 사진의 시각은 크게 변한다. 그 변화를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사진집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56쪽


사진집의 성립 및 최고의 사진집

미국의 워커 에반스가 1938년에 간행한 《미국의 사진》
에반스가 거의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사진집은 놀라울정도로 처음부터 고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그 자신도 이것을 뛰어넘는 사진집을 만들 수는 업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진 상호 관계의 강도와 순수라는 점에서《미국의 사진》을 뛰어 넘는 사진집은 아직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집의 역사에서 첫 단계부터 이미 지고의 수준에 도달하는 기적을 실현해버렸던 것이다. 69쪽


관점을 바꾼다.

촬영이 계속되면서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진 강사에게 배운 대로 구도를 맞춰서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작품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참된 즐거움을 맛보는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모방만 할것이 아니라 잠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의 즐거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04쪽
    -->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카메라와 젠즈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스이의 '사진가들의 48가지 마음가짐'

야스이는 1940년에 단페이 사진클럽 회보에 '사진가들의 48가지 마음가짐'을 발표했다. 그가 정리한 이 마음가짐은 지금 읽어도 신선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차라리 슬럼프는 깊은 것이 참 좋으리
2. 별 볼일 없는 것엔 감탄치 않는 것이 참 좋으리
3. 문득 느꼈다면 잽싸게 찍는 것이 참 좋으리
4. 빙그레 미소 짓는 자신감이 퍽 좋으리
5. 참된 자신을 살리는 것이 참 좋으리
6. 어설픈 능란함, 능란한 어설품, 어느 쪽이든 참 좋으리
7. 찍을 수 없는 건 안 찍는 것이 참 좋으리
8. 따끔한 비평 참 좋으리
9.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것도 때로는 참 좋으리
10. 바르는 은유제, 때가 때인 만큼 아끼는 것이 참 좋으리
11. 같은 부류야 모아서 본다 쳐도 유사 작품은 안 하는 것이 참 좋으리
12. 누가 부추기면 못 이기는 척 따르는 것도 참 좋으리
13. 모르면 알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참 좋으리
14. 카메라 자랑은 안 하는 게 참 좋으리
15. 밤에도 잘 찍히는 필름이라면 참 좋으리
16. 아무나 하는 일이라면 안 하는 것이 참 좋으리
17. 정기모임에는 진지하게 참여하는 것이 참 좋으리
18. 조심조심 가만가만, 그래도 내용 있는 작품으로 참 좋으리
19. 카메라와는 찰떡궁합으로 지내는 것이 참 좋으리
20. 열심히, 끈질기게, 그것이 최고로 참 좋으리
21. 여름의 암실에 나왔을 때가 참 좋으리
22. 편안히 했어도 좋은 작품은 역시 참 좋으리
23. 무리하게 했어도 좋은 작품은 역시 참 좋으리
24. 찍을 건 찍어야지 하는 그 마음 참 좋으리
25. 우물 안 개구리, 저 잘난 체 안하는 것이 참 좋으리
26. 우쭐대는 사진가, 싹 무시하는 것이 참 좋으리
27. 여자 사진가, 많으면 많을수록 참 좋으리
28. 목에 건 카메라, 겉멋이 아님을 잘 아는 것이 참 좋으리
29.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그만두는 것이 참 좋으리
30. 아무리 어설퍼도 끈기 있는 사람이라면 참 좋으리
31. 결단코 방심하지 않는 것이 참 좋으리
32. 필름의 공급, 원할하면 참 좋으리
33. 이 길뿐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참 좋으리
34. 뛰어난 감각을 키우는 일요일을 보내면 참 좋으리
35. 친구가 아닌 적도 적당히 있는 것이 참 좋으리
36. 아마추어라고 응석부리지 않는 것이 참 좋으리
37. 깨어난 사람들, 떨쳐 일어서는 것이 참 좋으리
38.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공부하면 참 좋으리
39. 꿈을 가진 작가들 많으면 많을수록 참 좋으리
40. 안목이 빼어난 이 많으면 많을수록 참 좋으리
41. 물기 닦아내기, 정성스레 하면 참 좋으리
42. 실패 따위 조금도 두려워 않는 것이 참 좋으리
43. 연분 있는 모델,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이 참 좋으리
44. 빛의 화집, 많이 팔리면 참 좋으리
45. 여기서 조금만 더 잘하면 추천받을 수 있는데, 그 아쉬운 마음도 참 좋으리
46. 하다못해 가끔이라도 칭찬받는 것도 참 좋으리
47. 다짜고짜 우쭐해하지 않는 것이 참 좋으리
48. 오늘의 사진보다 내일의 사진이 더 참 좋으리

+
10번, 32번 은 전쟁시절을 반영해서 지웠고,
 44번은 야스이가 속해 있던 단페이 사진클럽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1940년에 간행 사진집의 간접 홍보입니다.
 116~118쪽


사진가가 되기 위한 자질

매커니즘을 활용하는 능력 - 기계를 다루는 능력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능력 - 프로 상업 사진가의 범주로 관련 없다고 느낌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정열



결정성과 비 결정성

나무랄 데 어벖이 완벽한 사진을 가끔 발견한다. 구도와 셔터 찬스, 흥미진진한 피사체, 모든 것이 갖춰져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단 한 장의 사진이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떨까.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어깨가 굳어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결정성이 강한 사진은 보는 사람의 의식을 칭칭 옭아매 구속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 조금 느슨한 사진이 중간에 들어가면 한숨 돌리게 된다. 137쪽



타이틀과 텍스트

순수하게 사진만으로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사진과 텍스트가 잘 어우러진다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142쪽



필독 사진집 베스트 8권 

1.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자연의 연필>, William Henry Fox Talbot < The Pencil of Nature>
2. 아우구스트 잔더의 <시대의 얼굴>, August Sander <Antlitz der Zeit>
3.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 William Klein <New York>
4.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 Robert Frank < The Americans>
5. 엘스켄의 <센 강변의 사랑>, Ed van der Elsken <Liebe in Saint Germain des Pres>
6. 다이안 아버스의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 <diane arbus, Aperture> 1972
7. 윌리엄 이글스턴의 <윌리엄 이글스턴 가이드>, William Eggleston <William Eggleston's Guide>
8. 스탠리 B, 번스의 <슬리핑 뷰티>, Stanley B, Burns <Sleeping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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