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문학동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그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
알라딘에서 발췌한 출판사 책 소개의 첫 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영혼의 뒤흔듦을 경험한 그 1억 명에 끼지 못한 채 이렇게 먼저 산문집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런 유명한 작품을 먼저 읽어야 했나 싶기도 했는데,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두서없이 수록된 글은 다소 가볍게 느껴졌고, 초반에 종교적 성격이 강한 글이 이어질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인 만큼 공감 가는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종교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불평하긴 했지만, 평소 접하기 어려운 종교적인 - 특히 기독교 -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으니 스스로는 불평아닌 불평입니다. 실제로 악마가 된 루시퍼의 이야기와 요셉, 그리고 종종 인용된 예수의 말을 통해서 몰랐던 종교적 호기심을 적당히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더불어「숲속 예배당에서 만난 환희」편에서 "우리처럼 산과 들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신이 어디에나 현존한다는 것을, 꼭 인간이 지은 건물에 들어가야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62쪽)" 이나, "그 작고 소박한 성당, 처녀의 노랫소리, 만물을 채우던 아침 햇살 속에서 나는 신의 위대함은 항상 소박한 것들 안에 감춰져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64쪽)"과 같은 글을 통해 저자의 소박하고 입체적인 종교관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책에는 스스로 여행 중에 듣고 본 것들에 대한 울림 있는 이야기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강약은 있지만 그 글들을 읽은 후에는 '사유(思惟)'하는 즐거움이 뒤따릅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논평한 글 「부시 대통령, 고맙습니다」를 미루어볼 때 사회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하며 결코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작가로도 비춰집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유명한 작가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조금은 달리 보입니다.
한편, 다소 진보적인 가치관도 느낄 수 있었는데, "오늘날 세계는 ‘음식을 통한 순화’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급진적인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마치 그 동물을 직접 도살이라도 했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럼 식물에게는 생명이 없는가? 자연은 끊임없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고, 우리 역시 언젠가는 땅을 먹일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종교에 속해 있지 않다면 당신의 신체기관이 요구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먹으라. (288쪽)" 는 '신체기관이 요구하는 음식은 무엇이든'에서 그가 채식주의자에게 붙혔던 '급진적'이란 느낌을 조금은 되돌려 받기도 했습니다.
잔잔하게 읽었습니다. 공감 가는 글귀를 독서 노트에 옮겨가며 천천히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이어지지 않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점 등 처음 기대치를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를 옮기며 졸평을 가름합니다.
한 남자가 내 친구 제이미 코언에게 물었다.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코언이 대답했다.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