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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번역에 독자를 위한 배려없지만 사진의 힘은 충분히...

글: HooneyPaPa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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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다니엘 지라르댕.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정진국 옮김/미메시스

 

 

사진이 가지는 힘은 얼마나 될까요?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을 공부하면서 그 힘의 강약이 아닌 그 힘의 실체를 느낍니다. 공부라는 표현을 썼는데 제목에도 사용된 '논쟁'과 '역사'라는 단어 때문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공부가 아닌 일들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진의 발명에 숨은 이야기 - 이폴라트 바야르 - 로 시작하여 초기 '사진이 정말 예술인가?'라는 지금은 진부한 논란과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까지 법정 공방까지 포함한 말 그대로 문제의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조작되었거나 아동 포로노그래피를 연상시키는 사진과 종교와 시대의 부조리에 대항한 사진도 있습니다.
또 '논쟁'하면 빠질 수 없는 분야인 보도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기노출과 잔인하며 파격적인 주제의 사진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이지만 저 역시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있는 사진들임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또한 그저 자극적인 이미지만을 좇는 독자들에게 논란과 사진이 주객이 전도되어 선정성과 잔인함을 띈 몇몇 사진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사진집은 이미지가 중심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는 책입니다. 그렇다면 고 퀄리티의 이미지보다는 어떠한 논쟁이 있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해설에 더 중점을 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커지고 해설은 깨알같이 작아져 독자를 외면합니다. 임팩트 있는 사진만을 강조한 상술입니다. 한 달이 넘게 이 책을 붙잡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번역'을 대하는 번역가에 대한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수의 사진 서적을 번역한 저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자에 대한 배려 - 역사적 지식이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므로 - 가 부족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에서 오는 사고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리의 역할로서 번역의 소임'보다는 그저 청탁으로 마감일에 서둘러 끝낸 사무적인 번역물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는 적어도 번역가는 조금은 독자를 위한다면 전후 맥락 따져보고 흐름이 끊기면 정보전달을 위해서 스스로 물꼬를 터주는 노력의 흔적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설을 읽다 보면 마치 고지식한 교수가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어려운 말로 떠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나 작품의 제목에 대해 번역된 한글 표기만 있고 원어식 표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는 독자가 수록된 해설을 심화하여 인터넷에서 학습하기 위한 편의까지 없앤 것인데 굳이 영어를 표기하지 않은 이유를 저로서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앞서 개인적인 악평을 쏟아 부었는데 그럼에도 인화된 고품질의 사진은 도도하기까지 합니다. 번역이 어찌 되었건 사진의 힘은 무시 못한다는 점, 그래서 수록된 사진을 공부하는 재미는 분명히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전히 '논쟁'이라는 화두는 제법 잘 통하는 미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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