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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SBS 스페셜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단일민족사관 이제는 버려야합니다.!! - 2012년 3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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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꿈결

 

 

"불가능합니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사람 같은 레슬리 벤필드 씨는 혹시 한국 남자하고 결혼할 생각은 없는가? 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그 이유가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문화가 좋아도 한국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한국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간 "레슬리 벤필드 씨는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단일민족이라는 한국인의 믿음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가 언젠가 이 믿음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 대목에서 그녀가 보았던 커다란 벽을 함께 목도합니다. 마찬가지로 20년을 한국 사람으로 산 이다도시는 그것을 물과 기름의 관계로 한민족이라는 가상의 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에 대해 안타까움으로 설명합니다.


레슬리 벤필드씨나 이다도시가 느낀 벽 '단일민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말을 되새길 때 자긍심을 느끼십니까?
그렇다면 단일민족이라는 말 뒤에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고히 다져진 숨은 맥락을 알고 계십니까?
혹시 길을 가는데 동남아의 이주 노동자가 길을 물어오신 적이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친절하게 답해준 적이 있나요?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방가 방가>를 기억합니다. 또 텔레비전 간판 연예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출연하여 그들의 삶이 재조명되었던 낯설지 않은 우리 문제임을 공감했던 시간, 지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눈시울을 적셨던 <완득이> 등 다문화 사회와 관련된 문제는 이제는 일상다반사처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SBS 스페셜은 다문화 사회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방영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텍스트로 옮긴 후 다듬어 출간된 책입니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다른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우리는 '나쁨'에게 보내는 시선을 '다름'에게도 보내고 있기에 이 책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나쁨'에게 보내는 시선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려질 시선임을 어렵지 않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포 깊숙하게 파고들어 공고해진 그러한 의식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들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희생을 요구했던 정치인들의 구호 단일민족!!


결론부터 얘기하면 '단일민족사관'은 한국이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춰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특히 115쪽의 "자민족 중심주의가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이 '한국형 자민족 중심주의'에는 강대국에 대한 열등감과 약소국에 대한 우월의식,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극단적인 자본주의 원리, 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제적 계급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한국형 자민족 중심주의가 배격하는 대상은 외국인 근로자나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 라는 대목은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합니다. 우리 중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노르웨이의 테버사건 브레이빅은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를 민족주의와 가부장제가 가장 바람직하게 운영되고 있는 '모범적인' 국가라고 추켜세웠"다고 합니다. 예상하셨듯이 지구촌의 적잖은 사람들에게 한국인은 편협한 사고를 지닌 소수민족으로 비친다는 것이며 거기에 위험성이 있습니다.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면 한국에서 제2의 브레이빅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또한, 단일민족사관 뒤에 숨은 의도된 맥락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단군의 자손과 같은 단일민족 이념은 식민지 시대를 막 벗어난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통합시키기 위해 정치적인 의도로 더욱 강조되었는데, 가난한 나라를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 힘들어도 참고 버텨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를 역사적으로 옹호해주는 것이 바로 '단일민족'이었던 것입니다.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를 참고하면, 다양한 역사적 배경 아래에서 신생국의 민족주의는 독재 정권이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데 '민족 = 국가'의 등식을 날조해 이미 역사적으로 낡아빠진 군국주의적 민족주의를 종교적 교리처럼 강요했고, 사회적 비판 세력을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탄압했습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이나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민족주의가 얼마나 왜곡되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더 나아가 생물학.고고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검증작업과 역사적인 사실을 차례로 인용하여 '단일민족사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박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군신화는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단군은 시조로 인정하는 분위기임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고조선이 성립한 시기가 기원전 2333년으로 본다면 서울의 암사동 유적지는 기원전 5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고,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탄소연대측정법을 적용한 결과, 기원전 6000년의 것으로 나타난 자료를 예로 들어 고조선 훨씬 이전부터 한반도 적역에 걸쳐 사람이 살았음을 들어 단군이 시조가 아님에 무게를 두어 강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단군신화는 민족이 출발을 알리는 민족의 탄생신화가 아니라, 한민족이 최초로 세운 국가에 관한 건국신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71쪽) 고 결론짓습니다.


그 밖의 거란, 여진, 몽골, 일본 등의 이민족과 융합을 추구했던 역사적인 사실들과 생물학적인 검증에서도 북방계와 남방계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절대 단일민족일 수 없다는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수록하여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문제점 그리고...


이 책은 가능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단일 민족'에 대해 검증하는 작업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권력 주체에의해 강요되어 공고히 다져진 사관을 바로 잡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이어서 포커스는 조금씩 곪아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다문화가정의 2세들에게 이동합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독도는 우리땅"을 부를 자격을 박탈당했던 러시아 아버지를 둔 다니엘은 괜찮다고 부르지 않으면 된다며 엄마를 다독입니다. 인기투표로 느닷없이 몰매를 당한 아빠가 방글라데시 사람인 이스마엘은 엄마에게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은영이는 아프리카 깡깡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이야기를 하며 어른보다 더 큰 한숨과 함께 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립니다. 이렇듯 우리 어른들의 편 가르기는 이미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이되어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되고 적잖이 당혹스러움을 느낍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18세 이하의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15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결국은 제도적인 배려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믿음을 반박하는 명백한 증거와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신념에 대해서는 그것을 고수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단일민족사관이 허구일 수도 있다'는 의문과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다'라는 믿음 사이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 (58 쪽) 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2008년까지 학교 교과서에 존속했던 단일민족사관과 관련된 내용을 폐기하고 2009년부터 그 자리를 다문화 교육으로 대치했"으며 "언론의 사설과 기사도 다문화 사회로 향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단일민족사관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 시작한(83 쪽)"일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우려스러울 만큼 병들지 않았음의 반증이라고 생각됩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습니다. 단일민족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  들어난 역사적 사실을 보면, 단일민족사관이 국력을 신장하는 데 순기능을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정치권은 제도적인 지원과 배려와 함께 다문화의 문제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민족이라는 개념으로서의 '우리'를 시급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지속적인 홍보와 더불어 '튀기', '검둥이', '검둥이' 등 '나쁜' 시선을 품은 단어들을 사용 하지 않도록 언어 순화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인이란?' 정의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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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알라딘 TTB 이달의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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