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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유레카의 포토에세이《소리 없는 빛의 노래》유병찬 지음, 2015, 만인사 - 유레카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글: HooneyPaPa 2015.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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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만인사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잘 찍은 사진이 있다. 시신경을 자극하는 사진과 뇌세포를 자극하는 사진이 그것이다. 전자는 보통 크면 클수록 시세포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많아 그 감흥이 높다. 이런 사진을 추구하는 프로나 열렬한 아마추어(enthusiast)가 "클릭하면 커집니다. 크게 보세요!!" 라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아 놓는 이유다. 짐작하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사진의 크기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뇌세포에 전달되는 에너지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인화되어 전시회에 걸려 있을 사진은 예외로 치자. 전시장 안에 감도는 아우라와 인화에 사용된 염료(잉크)는 그 자체로 시신경과 뇌세포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준다.



통계가 말해주듯이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 동료 중에 인문서 한 권이라도 읽었다는 사람을 최근 몇 년 동안 본 적이 없다. 휴가 때 책을 펼쳐놓으면 유난떤다고 눈총을 받는다. 타개하신 법정 스님은 독서를 무슨 취미처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단순한 취미가 아닌 "생활"을 강조하셨다. 이런 책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책 읽기와 사진 찍는 것이 밥 먹는 것마냥 생활화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그동안의 사진과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을 낸 것이다. 정말이지 가뭄에 단비 같다.



몇 년 동안을 그의 사진을 보아왔고 글을 읽었다. 짧게 표현하자면, 그는 사진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고 빛에 춤추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랑한다. 프레임에 갖혀 허우적대본 이들에게는 멘토 같은 분이다. 블로그에 어쭙잖은 사진이라도 올릴라치면 사심 없이 제일 먼저 달려와 이런저런 말씀을 남겨주시는 분. 아마 사진을 테마로 블로그를 운영하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이 분, 유레카 님의 댓글에 용기를 얻었으리라...



책을 선물 받았을 때 처음에 그냥 이렇게 받아도 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망설여졌었다. "그래 사진 한 10년만 찍어보자"라는 초심은 9년 차인 올해 초에 접어들어 먹고사니즘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다수의 열정적인 아마추어가 그랬듯이 말이다.

 

삼성 카메라 이미지로거 활동을 하면서 겨우겨우 사진 생활을 이어가다 그것마저 끊기고, 근근이 올리던 아이들 사진마저  아이들이 커지면서 소원해졌다. 그의 글 중 "흔들리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사진과 글귀에 시선이 머문다. 그래 흔들리지 않는 것은 없다. 양껏 흔들리고 제자리를 찾으면 될 것이다.. 어쩌면 그의 책 《소리 없는 빛의 노래》가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줄 것만 같다.

 

 

 

 

유레카님 블로그에서 발췌

 

 

흔들림으로 내 영혼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짐이리라...
춤추는 빛과 시간에 공명하는 사심없는 그의 사진이 그의 글이 너무 아름답다.



 

누구나 조금 알게 되면 가르치려 든다. 그런 가르침이 설사 옳더라도 사람들은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어려운 수학문제의 답이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도 끊임없이 가르치려 드는 것은 그러면서 자신이 흡사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고 그럴만한 자격이 된다고 느끼는 일종의 우월적인 쾌감이 중독성을 가지기 때문이렷다. 다행이도 불면 혹한다는 불혹을 훌쩍 넘은 지금 그런 사람의 가름침은 적당히 흘려버린다.

유레카의 글과 사진에는 가르치려는 사심이 전혀 없다. 대신 처절한 그의 사유가 사진과 글에 그대로 녹아 있다. 때론 정제되지 않은 그의 글이 인문학적 소양이 딸리는 내게 다소 버겁더라도 그의 의도와 뜻하는 바는 늘 명확하게 남는다. 그의 글과 사진을 읽고 있노라면 때론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때론 그의 사유가 부럽기도 하다. 진정한 가르침이다. 그는 그런 이치를 아는 것일까.. "NIWAKANO <p30>"에서 실 꼽힌 그의 발바닥같이 꾸밈없는 민낯이 주는 가르침 말이다. 나는 그토록 공고하게 다진 나만의 페르소나를 벗어버리고 깊숙이 감추어진 민낯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얇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가뭄에 단비 같은 이 책이 반갑고 또 감사하다.


유레카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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