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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DarkRoom/사진.명인.멘토

Eugene Atget(으젠 아제? 으젠느 앗제? 외젠 아제?)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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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photographer Eugène Atget (1857–1927)








사진에서는 전시가치가 제의가치를 전면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제의가치의 마지막 보루가 인간의 얼굴이다. 이미지의 제의적 가치는 멀리 있거나 이미 죽고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거의 의식적인 행동에서 마지막 도피처를 찾았다. 초기 사진에서 아우라가 마지막으로 스쳐 지나간 것은 사람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표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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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진에서 사람의 모습이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자 비로서 전시적 가치는 처음으로 제의적 가치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 아제이다.

아제가 지니는 비견할 수 없는 의의는 그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1900년경의 파리 거리를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그가 마치 범행 현장을 찍듯이 파리의 거리를 찍었다고 한 말은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범행 장소에는 사람이 없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사진촬영은 아제에 와서 역사적 사건의 증거물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사진이 드러나지 않는 정치적 의미이다.


-- 발터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제2판)> 에서...





 

외젠 아제 : 안뜰로 들어가는 입구 / 드라공 거리, 렌 가(街) 50번지(1899)







아제는 배우였지만 그 일에 염증을 느껴 분장을 지워버리고 나서 현실의 분장까지도 지워버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가난하면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채 파리에 살았고, 자기의 사진들을 그 자신 못지않게 기이했던 애호가들에게 헐값에 팔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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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가 살던 시대에 출판계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자기 사진들을 가지고 주로 아틀리에에서만 작업했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고 팔았으며, 때로는 달을 덧칠해 넣은 푸른 밤에 잠긴 아름다운 도시 풍경들을 보여주는 1900년경의 사진엽서 한 장 값 정도만 받고 팔아치우기도 했다. 그는 최고 장인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는 늘 그늘에서 살아가는 탁월한 명인의 끈질긴 겸손함으로 그 정상에 깃발을 꽂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제가 이미 밟았던 그 극점을 자기가 발견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렇다. 아제의 파리 사진들은 초현실주의 사진의 선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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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몰락기의 관례적인 초상 사진술이 퍼뜨린, 사람을 질식시킬 듯한 분위기를 소독한 최초의 인물이다.

☞ 벤야민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초기 초상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감도가 낮은 사진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정지 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카펫 위에 기둥을 설치한다던지 소품을 이용하여 긴장하지 않고 오래도록 정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기운(아우라)만은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옮긴이, sahngoh)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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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는 "거창한 광경들이나 이른바 상징적 기념물들"을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칸칸이 구두들이 들어서 있는 신발장이라든지, 저녁부터 아침나절까지 손수레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파리의 안뜰, 식사를 하고 난 후의 식탁과 치우지 않은 채 수도 없이 널려 있는 식기들, 5라는 숫자가 건물 벽면 네 곳에 엄청나게 크게 씌어 있는 무슨무슨 가(街) 5번지의 성매매 업소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사진들이 공허하다는 점이다. 파리 성곽의 포르트 다퀘유(Porte d`Aqueil) 성문도 비어 있고, 호화로운 계단도 비어 있으며, 안뜰도 비어 있고, 카페의 테라스도 비어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겠지만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e)도 비어 있다. 이 장소들은 쓸쓸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정취도 없다. 사진들에 보이는 도시는 아직 아무 세입자도 찾지 못한 집처럼 말끔히 치워져 있다. 바로 그러한 성과물들 속에서 초현실주의적 사진이 세계와 인간 사이의 유익한 소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한 소외는 세부 내용을 밝혀내기 위해 모든 은밀한 것들이 제거되는 장(場)을 정치적으로 룬련된 시각에 열어 보여준다.


-- 발터멘야민의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관련 링크]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를 읽고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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