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6점
장정일 지음/행복한책읽기

https://sahngoh.tistory.com2012-02-09T00:31:580.3610




사실 전 장정일은 잘 모릅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지난해 윤미화의 《깐깐한 독서본능》을 읽으면서였습니다. 그 책에서 윤미화는 장정일을 사랑하게 됐다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 슬쩍 '장정일'이란 이름을 독서 노트에 적어 두었습니다.


지난주부터 퇴근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장정일의 《공부》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조금씩 주문하고 있는데 '장정일'이 눈에 들어와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소설책을 읽듯이 쉽게 넘길 수 없어 장(章) 단위로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게 있어 '이 세상에 있게 된' 장정일의 첫 책은《공부》여야 합니다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술술 읽히며 재미까지 있는 또 다른  책이 선수를 쳤습니다. 그래서 제게 장정일의 첫 책은 《생각》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문득, 우연히 유명인의 머릿속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조금은 황당한 내용의 영화 「존 말코비치되기」가 떠오릅니다. 반대로 일정한 반경 안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생중계한다는 내용의「사토라레」라는 영화도 생각납니다. 감추고 싶은 속내일수록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게 생각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 글이 되고 책이 되어 정직하게 제목으로 달고 있으니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각설하고, 이 책은 글쟁이 장정일의 사유(思惟)의 대한 기록이며 여과와 가감 없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책을 읽었으며 종교적인 특수한 환경에서 자랐고, 폭력으로 소년원에도 갔으며, 커서는 시인이었다가 그만두었고 소설을 썼으며, 그리고 음악을 좋아해 '탄노이 병'(138쪽)도 앓았고 음주운전자를 10대 매매춘 범행자보다 더 싫어하며 불의에 침묵했던 동시대의 몰지성인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글속에 숨겨 선물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장정일이 조금은 까칠하지만 올곧고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임을 직접 목도하게 해줍니다.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꾸역꾸역 버스에 올라탄 승객들의 그 환한 얼굴이라니! “막차를 탄 사람은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57쪽) 며 사유한 글귀는 저 또한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낌과 동시에 생활 속에서 늘 사유하는 훈련과 그렇게 떠오른 사유를 글로 기록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대목입니다.


후반 부에서는 그가 직접 쓴 《삼국지》의 배경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를 하고 있습니다. 요지는 도원어(중국 한자)를 직접 번역할 능력이 안되지만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닌 많은 자료를 통한 검증과 시대에 맞는 재해석을 거쳤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문열의 책을 읽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의 행보에 대해 안 지금 읽기를 그만두길 잘한 것 같습니다. 삼국지를 비롯하여 아직 읽지 못한 시리즈물을 생각하면 아득하긴 하지만, 언제고 읽게 됨을 '장정일'이라는 이름으로 눈여겨 둡니다.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의 쾌락을 놓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 나쁜 시민이다. (167쪽) 라네요. 책을 읽고 생각도 하고 그러고 살아야겠습니다. 이제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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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9일에 작성되어 블로그 카테고리 통합으로 이전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