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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타자(他者)의 욕망이 아닌 자기(自己)의 욕망에 부응하며 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지만 그 길은 쉽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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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민음사

 

얼마 전 《싯타르타》를 읽고 내친김에 《수레바퀴 아래서》를 챙겨 읽었습니다.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에 내 아이를 위해 아비로서 현명해지려는 작은 노력에 앞서 헤세의 작품으로 권장도서인 《데미안》과 함께 고등학교 시절 방학을 이용하여 읽은 기억만 희미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희미함에 이 문제의 책을 읽고 작은 객기 한 번 부린 기억도 없다는 사실이 돌이켜보건대 밋밋하고 메마른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상기시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소심하게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그 시절 이과생인 나에게 독서라는 것은 지금은 없어진 학력고사 준비용으로 텍스트가 단순하게 시신경에 맺히는 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목적이 문제풀이 그 이상은 아니였습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 한참 동안을 - 어떤 사람에겐 죽을 때까지 -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커져 버린 자아(自我)를 발견하고부터 주변 사람들의 부응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타자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의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감수성 충만한 나이에 감당하기란 너무나 버겁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에게 지워진 타자의 욕망의 거대함이란 이미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벗어나 있고 그것은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이면서 소설 속 한스에게 자신을 투영한 독자들이 적잖을 것 같기에 독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확대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스와 같이 가늠할 수 없는 타자의 욕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음에도 어른들이 이끄는 수레바퀴 아래서 그저 쉼 없이 뛰다가 결국 지쳐 수레바퀴에 깔려 죽은 한스처럼 타자의 욕망 즉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에 살해?당한 젊은 영혼이 헤세의 자화상이면서 그것이 대다수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청소년의 방황을 그린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납니다. 그 책이 불안한 청소년들을 위한 파수꾼의 부재에 대해 역설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면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청소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없음에 더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헤세가 《싯타르타》를 통해서도 이야기한바 진리는 누가 가르칠 수 없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타자(他者)의 욕망이 아닌 자기(自己)의 욕망에 부응하며 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지만 그 길은 쉽겠습니까. 누구나 정답은 알고 있는데 사회가 아니라고 하니 말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정치인 정봉주는 그의 책《대한민국 진화론》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교육의 상황을 '야구장에서 모두 다 서서 관람하는 사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두가 앉아서 관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도(正道)일 텐데 너도 나도 서 있으니 이젠 앉으면 보지 못하는 형국이라 누구 하나 섣불리 앉지도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에 대하여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싶네요. 이렇듯 끝까지 서 있는 여력이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흡사 수레바퀴 아래서 언제 지칠지 모르는 형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아이들에게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수레는 사라지고 고속철이 등장한 21세기에 과연 나는 내 아이의 파수꾼으로서 자격은 충분한지 걱정과 두려움에 오늘도 쉬이 책을 덮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매처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경험이 듬뿍 녹아들어간 성장소설.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썼다. 소년 한스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격려를 한 몸에 받으며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끊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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