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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ketch

[서평] 최문희 《난설헌》 - 복 받은 사임당이 아니면 노는 황진이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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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최문희 지음/다산책방

 

 

책을 읽다보면 이런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 제법 흥미롭고 재미를 느끼곤한다. 그래선지 어디선가 보고선 일독을 벼르던 책이다. 특히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이로 비운의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어찌 안 읽고 배길까..



난설헌이 늘 입에 올렸던 ‘세 가지의 한恨’이 있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난 것과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한恨과 작가 최문희의 작가적 상상력(?)을 함께 녹여 펼쳐 놓은 것이 이 소설《난설헌》이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서 언급한 전형적인 신파의 플롯 이외의 그 무언가 - 그것이 작가적 상상력 이상이어도 좋다- 를 바랬다. 난설헌의 이야기가 이런식으로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작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모순이 난설헌을 유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손 치더라도 흔들리고 쓰러지려는 몸뚱이을 스스로 지탱하려는 일말의 의지조차 없는 한없이 피동적인 주인공을 독자가 어찌 편하게 보라는 것인지, 어차피 픽션이라면 본인의 불운한 운명을 벗어나려고 힘쓰는 의지 한 줌 몰래 떨구어 주는 것이 그리 힘든 것인지 책장을 넘기며 묻고 또 물었다.



앞서 몇 번 말했듯이 난설헌은 세 가지 한恨을 늘 입에 올렸다 한바 이런 나약하게만 그려진 난설헌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성정에서는 운명에 맞서는 난설헌은 떠올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보니 습관처럼 뱉어내는 그녀의 푸념이 더 불편하다.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시어미의 인간 이하의 성품과 못생긴 인물로의 묘사 또한 불편을 더한다. 사람 미운데 이유가 있을까마는 밑도 끝도없는 괴롭힘 또한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책장은 바삐 넘어간다.



'전형적'이라는 레토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극복의지없이 나약하기만한 '난설헌'에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지만 - 사실 이러한 아쉬움에는 난설헌에 대한 인간적인 기대가 무너진 탓이 더 크리라 -, 비운의 단명한 난설헌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는 유일하고 귀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소설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우리말을 사랑하고 아끼는 작가의 마음이 아름답다. '그녀'를 멋스럽게 이를 때 쓴다는 '그미'와 같은 생경한 단어들도 익히는 데 제법 도움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임당과 황진이가 생각난다. 문득 문장 하나가 만들어진다.
복 받은 사임당이 아니면 노는 황진이가 되어라!!
말을 더 보태 무엇하리.

 

 

 

 

난설헌

1995년 <율리시즈의 초상>으로 제4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서로가 침묵할 때>로 제2회 국민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의 장편소설. 16세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제1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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