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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민주주의

<뜻밖의 이솝우화 발췌본>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생존경쟁에 시달리던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해줄 재판관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모여서 적임자를 뽑으려 하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 이들은 코끼리에게 재판관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무척 지혜롭다고 밀림 안에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코끼리는 재판관 자리를 사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난 마음이 너무 여려서,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지른 악질 동물이더라도 제대로 벌을 내릴 수없을 것 같아."

  다음으로 동물들을 사자에게 부탁했다. 사자의 단호한 성격과 막강한 힘에는 아무도 꼼짝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자도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거절했다.

 "난 사실 머리가 좀 모자라서, 내가 하는 일도 뭐가 옳고 뭐가 그린지 분별이 잘 안돼. 하물며 남의 일을 내가 어떻게......"

 그래서 동물들은 공부를 많이 한 부엉이한테 부탁했다. 그러나 부엉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매사를 너무 꼴똘히 깊게만 생각하다 보니 남이 보기엔 지극히 간단한 문제라도 내 방식대로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한 삼사년이 족히 걸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생각할수록 문제가 꼬이기만 하니 말이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때다 싶은 승냥이가 좌중에서 앞으로 쓱 나서며 말했다.

 "나야말로 여러분이 바라는 재판관으로 적격자라 할 수 있소. 마음이 너무 여리지도 않고, 힘만 무식하게 세지도 않고,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단 말이오. 물론 난 돌봐야 할 가족도 많고 가난합니다. 하지만 곡공의 복리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열망은 일신의 이익을 구하려는 마음보다 훨씬 강렬하오. 특별히 다른 의견이 없다면, 내가 한번 그 직무를 맡아서 해보겠소이다."

 하긴 다른 후보자가 없었으므로 모여 있던 동물들은 승냥이를 자신들의 재판관으로 삼기로 했다. 물론 상당수의 동물들은 승냥이의 재판과 자질을 의심했지만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승냥이는 일단 그 자리을 맡고 나자. 동물들이 들고 오는 소송 사건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직책에 어울린다 싶은 명예만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동물들은 다시 중지를 모아 좀 더 열정적으로 직무에 임할 재판관을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격이 좀 있겠다 싶은 동물은 모두가 하나같이 사양하는 것이었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 원숭이만이 승냥이 대신 그 자리를 맡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도 설마 승냥이보다야 더 못하겠느냐는 생각에서 원숭이를 재판관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원숭이의 판결은 어찌나 짓궃었던지 사태는 금세 승냥이때보다 더 나빠졌다. 그러자 동물들은 원숭이를 물러나게 하고, 다시 승냥이를 그 자리에 앉혔다.

 이후로 동물들은 이런식으로, 원숭이가 못 견디겠다 싶으면 승냥이를, 승냥이가 못 견디겠다 싶으면 원숭이를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말하자면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분노가 솟구칠 때마다 다른 놈으로 계속 바꿔 앉히면서 지냈던 것이다.



+
민주주의란 그래서 참 복잡하다.
간혹 마음이 여리지 않은 코끼리 혹은 똑똑한 사자 혹은 빠른 판단력의 부엉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덜대면서도 승냥이나 원숭이의 지배를 묵인하고 편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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