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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kjeon, 2011
Hooney in Love Photography
아이들에게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너희들이 아버지인 내가 후에 너희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그것은 상상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지금 여기서 사라져간 시대를 비웃고 연민하듯, 너희들도 나의 켸켸묵은 마음가짐을 비웃고 연민할지 모른다. 나는 너희들 스스로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너희들은 나를 발판으로 삼아 높고, 멀리 나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은 몹시 쓸쓸하다. 우리들은 그저 이렇게 말만하며 태연히 있을 수 있을까? 너희들과 나는 피의 맛을 본 짐승처럼 사랑을 맛보았다. 가자, 그리고 우리들 주위의 쓸쓸함을 제거하기 위해 일하자. 나는 너희들을 사랑했다. 영원히 사랑한다. 이것은 어버이로서 너희들에게 보답을 받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직 나의 감사를 받아달라는 것 뿐.
죽어 넘어진 어미를 먹어치우면서 힘을 기르는 사자 새끼처럼 힘차고 용감하게, 나를 떨쳐버리고 인생의 길로 나아가거라.
내 일생이 아무리 샐패작이더라도, 내가 아무리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너희들이 발견할만한 짓은 하지 않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너희들은 내가 죽어 넘어진 곳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를 너희들은 나의 발자취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아. 불행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축복을 가슴에 간직하고 인생의 여정에 오르거라. 앞길은 멀다. 그리고 어둡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거라.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앞에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가거라, 용감하게.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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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노신)의 산문집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읽던 중 루쉰이 아리시마 다께로의 저작집 《아이들에게》라는 소설에서 발췌한 글을 다시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옛날보다는 아무렴 지금이 낫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발췌한 글에서 시대상의 퍽퍽함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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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맘과 두 후니군이 오늘부터 2주 정도 순천에 내려가 있게 됩니다.
그동안 자유를 만끽하면서 맘 편히 책이나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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